차세대 비만약 2.0 — 주사를 넘어 경구·삼중작용제·근육 보존으로
TL;DR — 비만약 1세대 전쟁은 끝났습니다. 주사형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터제파타이드(젭바운드)를 앞세운 노보·릴리 양강 구도는 이미 다뤘습니다 (→ /66). 이 글이 보는 건 그 다음 세대 — 경쟁의 축이 ① 경구화·② 다중 호르몬(삼중작용·아밀린)·③ 근손실 보존·④ 적응증 확장으로 옮겨 갔습니다.
주장은 이렇습니다 — 차세대 비만약의 진짜 차별화는 '체중을 몇 % 더 빼느냐'가 아니라 '같은 효과를 얼마나 편하게·안전하게·길게 유지하느냐'에 있다. 효능의 천장은 이미 보였습니다. 삼중작용제(triple agonist)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가 3상에서 80주 28.3% (12 mg) 까지 갔습니다 (TRIUMPH-1, 2026). 더 빼는 경쟁은 결판이 났고, 다음 승부처는 제형·분자 설계·지속성입니다.
동시에 거품도 끼었습니다 — '경구 = 게임 체인저'는 과장이고(같은 경구라도 효능 격차가 큽니다), '삼중작용 = 무조건 우위'도 단순합니다(효능이 셀수록 내약성 허들이 높아집니다). 이 글은 분자별 1차 임상을 시험·시점 단위로 비교하며 진짜 차별화와 마케팅을 가립니다.
※ 본 글은 공개 정보·1차 임상 발표에 근거한 분석이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체중감소 수치는 시험·시점·추정 방식을 함께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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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핵심 요약 — 축이 옮겨 갔다
비만약 1세대 전쟁은 끝났습니다. 주사형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위고비)와 터제파타이드(tirzepatide; 젭바운드)를 앞세운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의 양강 구도는 이미 이 블로그에서 다뤘습니다 (→ /66). 이 글이 보는 건 그 다음 세대입니다. 2024~2025년을 지나며 경쟁의 축이 '누가 더 빼나'에서 네 갈래로 갈라졌습니다 — ① 경구화(매일 먹는 알약), ② 다중 호르몬(삼중작용제·아밀린), ③ 부작용·근손실 보존, ④ 적응증 확장(심혈관·MASH·수면무호흡)입니다.
이 글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 차세대 비만약의 진짜 차별화는 '체중을 몇 % 더 빼느냐'가 아니라 '같은 효과를 얼마나 편하게·안전하게·길게 유지하느냐'에 있다. 효능의 천장은 이미 보였습니다. 릴리의 삼중작용제(triple agonist)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가 3상에서 80주 28.3% (12 mg) 까지 갔고 (TRIUMPH-1, 2026), 이는 비만 수술에 근접한 수치입니다. 더 빼는 경쟁은 사실상 결판이 났습니다. 그래서 다음 승부처는 제형(주사 → 알약), 분자 설계(단일 호르몬 → 다중 호르몬·근육 보존), 지속성(끊으면 돌아오는 리바운드를 어떻게 막나)으로 옮겨 갔습니다.
동시에 거품도 함께 끼었습니다. '경구 = 게임 체인저'라는 서사는 과장됐고 — 같은 경구라도 효능 격차가 크며, 위장관 부작용과 중단율은 알약에서 오히려 도드라집니다. '삼중작용 = 무조건 우위'도 단순합니다. 효능이 셀수록 안전성·내약성 허들이 높아집니다. 이 글은 분자별 1차 임상 데이터를 시험·시점 단위로 비교하며, 무엇이 진짜 차별화이고 어디가 마케팅인지 가립니다.
2. 배경 — 1세대(주사 양강) 다음은 무엇인가
1세대 비만약을 한 줄로 요약하면 '장에서 나오는 식욕·혈당 호르몬을 흉내 내 주 1회 주사하는 약'입니다. 인크레틴(incretin) 계열인 GLP-1 (glucagon-like peptide-1) 수용체를 자극하면 식욕이 줄고 위 배출이 느려집니다.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가 STEP 시험에서 약 15% (68주), 여기에 GIP (glucose-dependent insulinotropic polypeptide) 작용을 더한 이중작용제 터제파타이드(젭바운드)가 약 20~22.5% (72주) 를 보이며 시장을 열었습니다. 노보 vs 릴리, 매출·시총·적응증을 둘러싼 양강 구도의 디테일은 /66에서 다뤘으니 여기서는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문제는 1세대에 처음부터 박혀 있던 네 가지 빈틈입니다. 첫째, 주사라는 제형 — 매주 자가 주사는 복약 순응도와 환자 저변을 제약합니다. 둘째, 효능의 천장 — GLP-1 단일 작용만으로는 감량 폭에 한계가 있습니다. 셋째, 체질량의 질 — 빠진 체중의 상당분이 근육(제지방)이라 '근감소성 비만' 우려가 따라붙습니다. 넷째, 지속성 — 약을 끊으면 체중이 돌아옵니다.
차세대(2.0)는 이 네 빈틈을 정조준합니다. 경구화는 주사 빗장을, 다중 호르몬은 효능 천장을, 근육 보존 병용은 체질량의 질을, 적응증 확장은 '미용약'이라는 한계를 각각 밀어냅니다. [그림 1]에 이 차세대 파이프라인을 경구·삼중작용·아밀린(amylin) 세 축으로 지도화했습니다.
3. 차세대 파이프라인 지도 — 세 축으로 갈라진 2.0

차세대 비만약의 지형은 세 축으로 나눠 보면 선명합니다.
축 1 — 경구화(매일 먹는 알약). 주사 빗장을 푸는 흐름입니다. 릴리의 오르포글리프론 (orforglipron) 은 펩타이드가 아닌 비펩타이드 소분자라 음식·물 제한 없이 하루 한 알 먹는 GLP-1입니다. 노보는 펩타이드 세마글루타이드를 정제로 만든 경구 위고비 (oral Wegovy, 25 mg) 로 맞섰습니다. 바이킹(Viking)의 VK2735, 화이자가 중단한 다누글리프론(danuglipron)도 이 축에 있었습니다.
축 2 — 다중 호르몬(삼중작용·차세대 주사). 효능 천장을 올리는 흐름입니다. 릴리의 레타트루타이드는 GIP·GLP-1·글루카곤(glucagon) 셋을 동시에 건드리는 삼중작용제이고, 암젠(Amgen)의 마리타이드 (MariTide) 는 GLP-1 작용 + GIP 차단을 결합한 월 1회 주사입니다.
축 3 — 아밀린(amylin). 다중 호르몬의 한 갈래지만 따로 떼어 볼 만합니다. 노보의 카그리세마 (CagriSema) 는 세마글루타이드에 아밀린 유사체 카그릴린타이드(cagrilintide)를 더한 조합이고, 아미크레틴 (amycretin) 은 GLP-1과 아밀린을 한 분자에 합친 차세대 후보로 경구·주사 양쪽으로 개발됩니다. 아밀린은 포만감 경로가 GLP-1과 달라, 위장관 부작용을 덜 키우면서 효과를 더하는 '내약성 카드'로 주목받습니다. 세 축은 따로 노는 게 아니라, '주사 단일 호르몬'이라는 1세대 좌표에서 각자 다른 방향으로 멀어지는 벡터입니다. 여기에 어느 축에도 속하지 않는 넷째 흐름 — 근육을 지키는 병용(비마그루맙bimagrumab) — 이 가로지릅니다(5장).
4. 핵심 데이터 비교 — 체중감소 %, 시험·시점까지

차세대 분자의 효능을 1차 임상 단위로 내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수치는 반드시 시험·시점·추정 방식을 함께 봐야 합니다 — 같은 약도 '끝까지 복용했다면'(efficacy estimand)과 '실제 배정대로'(treatment-policy)의 숫자가 다르고, 주차가 길수록 감량 폭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① 오르포글리프론 (경구 소분자 GLP-1) — 편의가 무기, 효능은 중간. 비만 3상 ATTAIN-1에서 36 mg 이 72주 12.4% (efficacy estimand, 위약 0.9%) 감량을 보였고, 실제 배정 기준으로는 약 11.2%였습니다 (Lilly·NEJM 2025). 주사제(15~22.5%)보다 명확히 낮습니다. 무기는 '최고 효능'이 아니라 알약이라는 편의성과 대량생산입니다. 당뇨 환자 대상 ATTAIN-2는 별도 시험으로 수치가 다르니 혼동하면 안 됩니다.
② 경구 위고비 (경구 세마글루타이드 25 mg) — 알약인데 주사급. OASIS 4에서 끝까지 복용 시 16.6% 감량, 셋 중 한 명이 20% 이상 빠졌습니다 (Novo·2025). 같은 '경구'라도 오르포글리프론(12.4%)을 앞섭니다. 2025년 12월 22일 FDA가 비만 적응증으로 승인한 첫 경구 GLP-1입니다.
③ 레타트루타이드 (삼중작용 주사) — 효능 천장을 다시 올림. 2상에서 48주 약 24%로 새 천장을 제시했고 (Phase 2, 2023), 3상 TRIUMPH-1에서 80주 28.3% (12 mg, 위약 2.2%) 로 재현·확대했습니다 — 참가자의 45.3%가 30% 이상 감량, 고도비만 연장군은 104주에 30.3%까지 갔습니다 (Lilly·TRIUMPH-1, 2026). 2상의 숫자가 3상에서 무너지기는커녕 더 커진 드문 사례입니다.
④ 카그리세마 (세마글루타이드+아밀린 주사) — 기대 대비 빈틈. REDEFINE-1에서 끝까지 복용 시 22.7%, 실제 배정 기준 20.4% 감량 (68주, 위약 3.0%) 으로, 단독 세마글루타이드(14.9%)·카그릴린타이드(11.5%)를 합산 이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Novo·NEJM 2025). 다만 시장 기대치(약 25%)에 못 미쳤고, 2026년 2월 터제파타이드와의 직접 비교에서 비열등성 입증에 실패했습니다 — '아밀린 추가 = 압도적 우위'라는 서사에 금이 갔습니다.
⑤ 아미크레틴 (GLP-1+아밀린 단일분자) · 마리타이드 (월 1회) — 차세대 후보. 아미크레틴은 2상에서 20 mg 피하주사가 36주 22.0% 감량, 그 시점까지 감량 정체가 없었습니다 (Novo·2025). 경구·주사 모두 개발되며 2026년 1분기 3상 진입 예정입니다. 마리타이드는 2상에서 당뇨 없는 비만에 52주 최대 20% 감량, 21일 반감기로 월 1회 투여가 강점입니다 (Amgen·NEJM 2025).
한눈에 정렬하면 — 삼중작용 주사(레타트루타이드 28.3%) > 아밀린 조합·차세대(카그리세마 20~22.7%·아미크레틴 22%·마리타이드 20%) > 경구 펩타이드(경구 위고비 16.6%) > 경구 소분자(오르포글리프론 12.4%) 순입니다. 효능 사다리의 위아래가 분명해졌고, 경구는 효능을 일부 양보하는 대가로 편의를 얻는다는 게 숫자로 드러납니다.
5. 차별화 vs 거품 — 비판적 해부
여기서부터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차세대 비만약의 화려한 숫자 뒤에서, 무엇이 진짜 차별화이고 어디가 거품인지 네 갈래로 뜯어봅니다.
① 경구화 — 편의는 진짜, 그러나 '효능 동급'은 절반의 진실. 경구화의 가치는 분명합니다. 주사 거부감이 큰 초기·경증 환자, 그리고 무엇보다 펩타이드 합성·주사제 충전 설비라는 공급 병목을 우회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비펩타이드 소분자인 오르포글리프론은 이론상 일반 의약품처럼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습니다. 다만 거품도 여기 있습니다. 첫째, 효능 격차 — 오르포글리프론 12.4%는 주사 터제파타이드의 절반 수준입니다. 둘째, 내약성 — 알약이라고 부작용이 적지 않습니다. ATTAIN-1에서 메스꺼움이 용량별 28.9~35.9%, 이상반응에 의한 중단이 최고용량 36 mg 에서 10.3% (위약 2.7%) 까지 올랐습니다 (Lilly·NEJM 2025). 주사제와 비슷하거나 일부 지표는 더 높습니다. '먹기 편하다'와 '견디기 편하다'는 다른 문제입니다.
② 다중 호르몬 — 효능은 진짜 올랐지만, 글루카곤 팔은 양날. 삼중작용의 효능 우위는 거품이 아닙니다. 레타트루타이드의 28.3%는 2상→3상에서 재현됐고, 글루카곤 작용이 더해지며 에너지 소비가 늘어 간지방을 2상에서 최대 86% 줄이는 부수 효과까지 보였습니다. 다만 글루카곤은 혈당을 올리는 방향으로도 작용해, 당뇨 환자에서 혈당 관리와 심박수·안전성을 장기 추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효능이 셀수록 안전성 검증의 무게가 커진다는 원칙이 여기서도 적용됩니다. 반대로 카그리세마는 '아밀린만 더하면 25%'라는 기대가 빗나가며, 다중 호르몬이라고 다 같은 다중 호르몬이 아니다라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③ 근손실 보존 — 2.0의 진짜 프런티어. 가장 덜 알려졌지만 가장 본질적인 축입니다. GLP-1 감량분의 25~40%가 근육(제지방)이라는 점은 1세대의 약한 고리였습니다. 여기에 비마그루맙 (bimagrumab) — 근육 성장을 억제하는 액티빈 II형 수용체(activin type II receptor)를 차단하는 항체 — 를 세마글루타이드와 병용한 BELIEVE 2b상 결과가 나왔습니다. 병용군은 22.1% 감량에 더해 빠진 체중의 92.8%가 지방이었고 근육은 보존됐습니다 (BELIEVE Phase 2b·ADA 2025). 단일 호르몬을 더 세게 미는 대신, '어떤 조직을 빼느냐'로 경쟁 축을 옮긴 사례입니다. 다만 아직 2b상이고, 비마그루맙은 과거 부작용 이력이 있어 장기 안전성은 미지수입니다.
④ 리바운드 — 모두가 외면하는 공통의 빈틈. 차세대 분자 어느 것도 아직 풀지 못한 문제가 중단 후 체중 복귀입니다. 터제파타이드를 끊은 SURMOUNT-4 연장에서 1년간 약 14% 체중이 다시 늘었고 (빠진 양의 절반 이상), 세마글루타이드를 끊은 STEP-4에서도 1년 뒤 빠진 체중의 약 2/3가 돌아왔습니다 (Lilly·Novo). 더 센 약이든 먹는 약이든 '평생 복용'을 전제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이건 효능 호재로 가려지기 쉬운, 시장·보험·환자 모두의 구조적 부담입니다.
⚠️ 수치 읽기 주의 — 차세대 비만약 비교의 함정 셋. (1) 시점이 다르다 — VK2735의 12.2%는 13주, 레타트루타이드 28.3%는 80주 수치라 직접 비교가 안 됩니다. (2) 추정 방식이 다르다 — 카그리세마 22.7%(끝까지 복용)와 20.4%(실제 배정)는 같은 시험의 다른 숫자입니다. (3) 2상≠3상 — 2상 톱라인이 3상에서 재현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레타트루타이드는 재현됐지만, 카그리세마는 기대를 밑돌았습니다). 단일 숫자만 떼어 인용하면 거의 틀립니다.
6. 적응증 확장과 시장 시나리오 (+한국)

[그림 3]에 적응증 확장·시장 규모·한국 플레이어를 정리했습니다.
적응증 확장 — '미용약'에서 '만성질환 약'으로. 차세대 가치의 상당 부분이 라벨 확장에서 나옵니다. 이건 기대가 아니라 이미 승인된 현실입니다. 터제파타이드(젭바운드)는 2024년 12월 수면무호흡 (OSA, obstructive sleep apnea) 에 FDA 승인을 받았고 — 무호흡·저호흡지수가 시간당 27.4건 감소 (SURMOUNT-OSA) — 비만약 최초의 OSA 약물치료가 됐습니다.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는 2025년 8월 지방간염 (MASH, 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hepatitis) 에 가속승인을 받았는데, 환자의 63%가 섬유화 악화 없이 MASH가 해소됐습니다 (ESSENCE). 여기에 1세대의 심혈관 적응증(SELECT)이 더해지며, 비만약은 심장·간·수면을 동시에 건드리는 만성질환 허브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차세대 분자의 진짜 가치 평가는 '감량 %'가 아니라 '어떤 적응증을 추가로 따내느냐'에서 갈립니다.
시장 규모 — 컨센서스는 2030년 1,000억 달러 안팎. 전망치는 기관마다 출렁이되, 최근 수렴 구간은 분명합니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 비만약 시장을 약 950억 달러 (USD) 로 봅니다 (이전 1,300억에서 하향). 모건스탠리는 2030년 약 1,050억 달러 (USD) (시나리오 따라 최대 1,440억), 2035년 비만약 약 1,500억 달러 (USD), 당뇨까지 포함한 GLP-1 전체는 약 1,900억 달러 (USD) 로 전망합니다 (Goldman Sachs·Morgan Stanley 2025). 즉 2030년 1,000억 달러 안팎이 합리적 표현이고, '확정 1,300억' 같은 단정은 과장입니다. 숫자가 출렁이는 이유는 경구약 침투율·약값 인하·보험 커버리지라는 변수가 아직 열려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 효능 정면승부보다 '차별화 카드'. 한국도 차세대 전선에 합류했습니다. 가장 주목할 자산은 한미약품의 삼중작용제 HM15275입니다 — GLP-1·GIP·글루카곤 삼중작용으로 릴리 레타트루타이드와 같은 기전이며, 미국 2상에서 36주 장기 투여 시 25% 이상 감량과 근손실 최소화를 함께 검증하는 설계로, 2025년 11월 미국비만학회 발표를 거쳐 2030년 상용화를 노립니다 (한미약품 발표). 또 디앤디파마텍의 DD01은 GLP-1/글루카곤 이중작용제로 MASH 2상에서 12주 만에 간지방을 평균 62.3% 줄여 (참가자 75.8%가 30% 이상 감소) 경쟁약 서보두타이드(survodutide)의 48주 성적에 근접했습니다 (디앤디파마텍 발표). 이 밖에 한미 에페글레나타이드(efpeglenatide)가 국내 3상을 거쳐 허가 절차에 있습니다. 한국의 포지션은 효능 1위 다툼이 아니라 근육 보존·MASH·경구 같은 차별화 축에서 빅파마 밸류체인에 올라타는 것입니다. 다만 자산 대부분이 2상 단계라, 3상 재현과 글로벌 임상이라는 벽은 여전히 큽니다.
7. 연구자의 시각 — 효능 천장은 보였다, 남은 전선은 옆 축이다
여기부터는 개인 의견입니다 (근거에 기반하되, 해석입니다).
한 줄 인사이트 — 비만약 2.0의 승부는 '몇 % 더 빼느냐'가 아니라 '같은 감량을 얼마나 편하게·근육을 지키며·오래 유지하느냐'에서 갈린다. 효능 천장은 이미 보였고, 남은 전선은 제형·체질량의 질·지속성이다.
저는 레타트루타이드의 28.3%를 보며 효능 경쟁이 사실상 끝났다고 봅니다. 비만 수술에 근접한 감량을 주사 한 종으로 낸다면, '더 빼는 약'을 추가로 만드는 일의 한계 효용은 빠르게 줄어듭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 10년의 진짜 가치가 효능 사다리의 맨 위가 아니라 '편의·내약성·체질량의 질'이라는 옆 축에서 생긴다고 봅니다. 경구화가 그 신호이고, 비마그루맙 병용 같은 근육 보존이 더 본질적인 신호입니다.
다만 경구화에 대해서는 시장이 과열됐다고 봅니다. '먹는 비만약'이라는 헤드라인은 강력하지만, 오르포글리프론 12.4%라는 숫자는 주사제의 절반이고, 위장관 부작용에 의한 중단율은 알약에서 오히려 도드라집니다. 경구의 진짜 승부처는 효능이 아니라 공급과 가격입니다 — 소분자를 일반 의약품처럼 대량으로 찍어내 약값을 끌어내릴 수 있느냐. 그게 안 되면 '편의'는 마케팅 문구에 그칩니다. 한편 같은 경구라도 펩타이드 경구 위고비(16.6%)가 소분자를 앞선다는 점은, '경구 = 한 덩어리'로 묶는 단순화가 위험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근손실 보존은 제가 이 분야에서 가장 저평가됐다고 보는 축입니다. 비만약이 '얼마나 빼느냐'에서 '무엇을 빼느냐'로 질문을 바꾸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빠진 체중의 90% 이상이 지방이고 근육이 보존된다면, 그건 단순 감량을 넘어 대사 건강·재증가 방어·노년 기능까지 건드립니다. 한미가 삼중작용에 '근손실 최소화'를 함께 내건 것도 같은 흐름으로 읽습니다. 다만 이 축은 아직 2b상이라, 효능 데이터가 강할수록 장기 안전성을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는 원칙은 여기서도 유효합니다.
마지막으로 리바운드. 저는 차세대 비만약 논의에서 가장 빨리 잊히는 사실이 '끊으면 돌아온다'는 점이라고 봅니다. 더 센 약이든 먹는 약이든, 중단 시 1년 내 빠진 체중의 절반에서 2/3가 복귀합니다. 이건 분자를 바꾼다고 풀리는 문제가 아니라 비만이 만성질환이라는 본질에서 옵니다. 평생 복용을 전제하면, 결국 시장의 진짜 변수는 분자의 우열이 아니라 약값·접근성·순응도로 돌아옵니다 — 이 지점은 1세대의 숙제 (/66)와 정확히 겹칩니다.
8. 전략적 시사점 — 누구에게 어떤 의미인가
- 제약·바이오 기업에. 효능 1위 경쟁은 레타트루타이드로 사실상 마감됐습니다. 후발주자가 비집을 틈은 차별화 축 — 경구(공급·가격), 근육 보존(체질량의 질), 적응증 확장(MASH·OSA·신장)입니다. '더 센 분자'를 또 만드는 것보다, 이 옆 축에서 1등을 잡는 편이 승률이 높습니다.
- 투자자에. '경구 = 무조건 호재', '삼중작용 = 무조건 우위'라는 단순 서사를 경계해야 합니다. 체중감소 수치는 시험·시점·추정 방식을 분리해 읽고(2상≠3상, 13주≠80주), 중단율·근손실·리바운드 같은 '효능의 그림자'를 함께 봐야 합니다. 호재의 크기보다 재현성이 핵심입니다.
- 한국 기업에. 효능 정면승부는 승산이 낮습니다. 한미 HM15275 (근손실 최소화)·디앤디 DD01 (MASH)처럼 차별화 축에서 빅파마 밸류체인에 올라타는 전략 (K-바이오 라이선스아웃·중국 바이오텍 라이선싱 흐름과 동일) 이 현실적입니다. 다만 2상 자산의 3상 재현이라는 벽은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 환자·의료체계에. 차세대 약이 쏟아져도 '평생 복용·고가·재증가'라는 구조는 단기적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경구화로 접근성이 일부 넓어지겠지만, 약값 인하와 보험 적용이 실질적 변수로 남습니다.
비만약 1세대는 '얼마나 빼는가'의 시대였습니다. 2.0은 '어떻게 빼고, 무엇을 지키고, 어떻게 유지하는가'의 시대입니다 — 그 옆 축을 먼저 푸는 쪽이 다음 사이클의 주인이 됩니다.
9. 다음 학습 추천
- 💉 비만 치료제 골드러시 — GLP-1 노보·릴리 양강 — 1세대 주사·양강 구도·시장 데이터 (선행)
- 🌏 K-바이오 라이선스아웃 붐 — 한국 차세대 자산의 글로벌 진출 경로 (산업)
- 💊 ADC 항암제 시장 — 또 다른 '빅파마 베팅' 모달리티 (비교)
References
- Eli Lilly (2025). Orforglipron — complete ATTAIN-1 results (NEJM). 비만 3상, 36 mg 72주 12.4%(efficacy estimand)·약 11.2%(treatment-policy), 위약 0.9%; 메스꺼움 28.9~35.9%, AE 중단 최고용량 10.3%. (Lilly IR·NEJM 2025; ATTAIN-2는 당뇨 별도)
- Novo Nordisk (2025). Wegovy pill (oral semaglutide 25 mg) — OASIS 4. 끝까지 복용 시 16.6% 감량, 20%+ 1/3; 2025-12-22 FDA 승인, 첫 경구 GLP-1 비만약. (Novo·BioSpace 2025)
- Eli Lilly (2026). Retatrutide — pivotal Phase 3 TRIUMPH-1. GIP/GLP-1/글루카곤 삼중작용; 80주 12 mg 28.3%(위약 2.2%), 30%+ 45.3%, 고도비만 연장군 104주 30.3%; 당뇨 없는 비만 n=2,339; 2상(48주) 약 24% 재현·확대. (Lilly IR·TRIUMPH-1 2026)
- Novo Nordisk (2025). CagriSema 2.4/2.4 mg — REDEFINE-1 (NEJM). 세마글루타이드+카그릴린타이드(아밀린); 68주 22.7%(efficacy)·20.4%(treatment-policy), 위약 3.0%; 단독 세마 14.9%·카그리 11.5%; AE 중단 6%; 2026-02 터제파타이드 직접비교 비열등성 실패. (Novo·NEJM 2025)
- Novo Nordisk (2025). Amycretin Phase 2. GLP-1+아밀린 단일분자; 20 mg 피하 36주 22.0%, 정체 없음; 경구·주사 개발; 2026 1분기 비만 3상 예정. (Novo·GlobeNewswire 2025)
- Amgen (2025). MariTide (maridebart cafraglutide) Phase 2 (NEJM). GLP-1 작용+GIP 차단, 월 1회(반감기 21일); 당뇨 없는 비만 52주 최대 20%; 2025-03 3상 개시. (Amgen·NEJM 2025-06-23)
- Viking Therapeutics (2025). VK2735 Phase 2 VENTURE-Oral. 경구 GLP-1/GIP 이중; 13주 최대 12.2%(위약 1.3%), GI 이상반응 99% 경·중등도. (Viking IR 2025-08)
- Heymsfield SB 등 (2025). Bimagrumab + semaglutide — BELIEVE Phase 2b (ADA 2025). 비마그루맙(액티빈 II형 수용체 항체)+세마글루타이드 병용 22.1% 감량, 빠진 체중 92.8%가 지방·근육 보존; n=507. (ADA 2025·Nature Medicine 2026)
- 적응증 확장 — 터제파타이드(젭바운드) OSA FDA 승인 2024-12 (SURMOUNT-OSA, AHI −27.4/h);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 MASH 가속승인 2025-08 (ESSENCE, MASH 해소 63% vs 위약 34%). (Lilly·Novo·FDA 2024–2025)
- 리바운드 — 터제파타이드 중단 SURMOUNT-4 연장 1년간 약 14% 재증가(빠진 양 절반+); 세마글루타이드 중단 STEP-4 1년 뒤 약 2/3 재증가. (Lilly·Novo·eClinicalMedicine 2025)
- 시장 전망 — 골드만삭스 2030 비만약 약 950억 달러(이전 1,300억에서 하향); 모건스탠리 2030 약 1,050억(최대 1,440억)·2035 비만약 약 1,500억·GLP-1 전체(당뇨 포함) 약 1,900억 달러. 전망치 편차 큼. (Goldman Sachs·Morgan Stanley 2025)
- 한국 — 한미약품 HM15275 (삼중작용, 미국 2상, 36주 25%+·근손실 최소화, 2025-11 미국비만학회·2030 상용화 목표); 디앤디파마텍 DD01 (GLP-1/글루카곤 이중, MASH 2상 12주 간지방 −62.3%·30%+ 75.8%); 한미 에페글레나타이드 국내 3상. (한미·디앤디 발표·KBR·FierceBiotech 2025–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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