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 위탁생산'은 옛말 — 기술수출 붐, 어디까지가 실력이고 어디부터가 거품인가
'K-바이오 = 위탁생산'은 옛말 — 기술수출 붐, 어디까지가 실력이고 어디부터가 거품인가
TL;DR — 2025년 한국 제약·바이오의 기술수출(out-licensing)은 연 계약 규모 약 135억 달러, 원화로 약 20조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를 새로 썼습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업계 집계). 유한양행의 렉라자 (lazertinib)는 한국발 신약 최초로 글로벌 블록버스터 대열에 올랐고, 알테오젠의 피하주사(SC, subcutaneous) 변환 플랫폼은 머크(MSD) 키트루다(Keytruda)에 적용돼 미국 FDA 허가까지 받았습니다. 'K-바이오 = 위탁생산·바이오시밀러'라는 오래된 이미지를 넘어, 한국이 빅파마의 '신약 소스'로 올라서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러나 이 글의 핵심 주장은 환호와 거리를 둡니다 — '수조 원 기술수출'이라는 헤드라인의 대부분은 마일스톤을 모두 더한 최대치(biobucks)이지, 지금 손에 들어온 확정 현금(선급금, upfront)이 아닙니다. 선급금은 총액의 흔히 한 자릿수 %에 그치고, 자산 대부분은 임상 초·중기라 글로벌 임상 3상과 허가는 빅파마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권리가 반환되는 사례도 드물지 않습니다.
무엇이 진짜 실력이고 무엇이 착시인지, 대표 딜의 '선급금 vs 총액'을 갈라서 따져 봅니다.
※ 본 글은 공개 정보에 근거한 분석이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기업 주장은 출처를 명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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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핵심 요약 — '공장의 나라'가 '신약 소스'로
한국 바이오를 떠올릴 때 오래 따라붙던 이미지는 둘입니다. 하나는 남의 약을 대신 만들어 주는 위탁개발생산(CDMO) — 삼성바이오로직스로 대표되는 '공장'. 다른 하나는 특허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을 더 싸게 복제하는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 셀트리온의 무대입니다. 둘 다 '만들기'와 '복제'의 영역이지, '새 약을 처음 발명하는'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이 글의 주장은 그 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 한국이 빅파마에 신약·플랫폼을 파는 '신약 소스(source)'로 올라서고 있다. 근거는 숫자에 있습니다. 2025년 한 해 국내 기업의 기술수출 계약 규모는 약 135억 달러, 원화로 20조원에 이르며 사상 최대를 경신했습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업계 집계). 건수는 예년과 비슷한 16건 안팎인데 총액이 1년 새 두 배 넘게 뛰었습니다. '양적 팽창'이 아니라 '질적 도약'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상징적 사건도 잇따랐습니다. 유한양행이 2018년 얀센(J&J)에 기술수출한 폐암 신약 렉라자 (lazertinib)는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 병용요법으로 2024년 8월 미국 FDA 1차 치료 승인을 받았고, 2024년 이 병용요법 글로벌 매출이 약 7억3,400만 달러 (연간)를 기록하며 한국발 신약 최초로 글로벌 블록버스터 대열에 들어섰습니다 (J&J 실적·뉴스1). 알테오젠의 정맥주사(IV)를 피하주사(SC)로 바꾸는 히알루로니다제(hyaluronidase) 플랫폼 ALT-B4는 머크(MSD)의 키트루다 SC 제형 '키트루다 큐렉스(Keytruda Qlex)'에 적용돼 2025년 9월 미국 FDA 허가를 받았습니다 (알테오젠 발표).
그러나 환호 일변도로 가면 본질을 놓칩니다. '수조 원 기술수출'이라는 헤드라인 숫자의 대부분은 마일스톤(milestone)을 전부 달성했을 때의 최대 계약 총액 — biobucks 입니다. 지금 통장에 찍힌 확정 현금인 선급금(upfront)은 그 일부, 흔히 총액의 한 자릿수 %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기술수출된 자산 대부분은 임상 초·중기 단계라, 가장 비싸고 위험한 글로벌 임상 3상과 허가는 라이선스를 사 간 빅파마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던져야 할 질문은 '얼마짜리 딜이냐'가 아니라 '그중 얼마가 확정이고, 나머지는 무엇에 달려 있느냐' 입니다.
2. 배경 — '위탁생산국'에서 '신약 소스'로, 무엇이 달라졌나
10여 년 전 한국 제약·바이오는 글로벌 무대에서 변방이었습니다. 자체 신약은 손에 꼽혔고, 대부분 내수 복제약(제네릭) 중심이었습니다. 그 판을 바꾼 흐름이 두 갈래로 갈라져 진행됐습니다.
첫째 갈래는 '만들기'입니다. 셀트리온이 2012년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Remsima)로 길을 텄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CDMO로 생산능력 세계 최대에 올랐습니다. 한국은 '바이오의약품을 잘 만드는 나라'로 자리를 굳혔습니다. 이 이야기는 삼성바이오로직스 vs 셀트리온 편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둘째 갈래가 이 글의 주제 — '발명하기'입니다. 신약 후보물질이나 플랫폼 기술을 직접 발굴해 빅파마에 파는 기술수출입니다. 한국 바이오텍이 임상 전체를 끝까지 끌고 갈 자본·인력·글로벌 판매망을 갖추기는 어렵습니다. 신약 하나를 끝까지 개발하는 데 통상 1조원 이상과 10년 넘는 시간이 듭니다. 그래서 '좋은 초기 자산을 만들어, 자본과 글로벌 역량을 가진 빅파마에 넘기고 마일스톤·로열티(royalty)를 받는다' 는 모델이 한국 바이오텍의 현실적 출구가 됐습니다.
지금 이 흐름을 분석할 가치가 있는 이유는, 2024~2025년이 한국 기술수출의 질이 처음으로 검증되기 시작한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기술수출은 '계약 체결' 단계의 기대였지, 실제로 빅파마의 손에서 허가까지 도달한 사례는 드물었습니다. 그런데 렉라자가 FDA 승인을 거쳐 매출을 내기 시작했고, 알테오젠 플랫폼이 키트루다라는 세계 1위 의약품에 실려 허가를 받았습니다. 약속이 실적으로 전환되는 첫 사례들이 나온 것입니다. 동시에, 반환되는 딜도 쌓이면서 '무엇이 진짜였나'를 가릴 데이터가 모이고 있습니다. 비슷한 붐과 그 이면은 중국 바이오텍 라이선싱 붐에서 미국·중국 구도로 짚었는데, 한국판은 결이 다릅니다.
3. 기술수출 추이와 '선급금 vs 총액' — 숫자를 가르는 법

[그림 1]에 한국 기술수출의 연도별 추이와, 헤드라인 총액 뒤에 가린 선급금의 비중을 정리했습니다.
먼저 추이입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집계 기준, 기술수출 계약 규모는 2023년 약 59억 달러(20건) → 2024년 약 55억 달러(15건) 로 잠시 숨을 고른 뒤, 2025년 약 135억 달러(16건 안팎) 로 한 해 만에 두 배 넘게 뛰었습니다 (시사저널e·히트뉴스 등). 건수는 거의 그대로인데 총액만 폭증한 것 — 즉 '딜의 크기'가 커졌다는 뜻입니다. 한두 건의 초대형 플랫폼 딜이 전체 총액을 끌어올린 구조라, '건수' 못지않게 '집중도'를 함께 봐야 합니다.
여기서 이 글이 가장 강조하려는 지점이 나옵니다 — 계약 총액(biobucks)과 확정 현금(선급금)은 전혀 다른 숫자입니다. 기술수출 계약은 보통 ① 계약 즉시 받는 선급금(upfront), ② 임상·허가·매출 단계마다 조건을 달성하면 받는 마일스톤, ③ 출시 후 매출에 비례해 받는 로열티로 짜입니다. 언론이 '○조 원 기술수출'이라 쓸 때의 숫자는 대개 ①+②의 최대치, 즉 모든 마일스톤을 전부 달성한다는 가정 위의 상한선입니다. 임상에서 한 번이라도 미끄러지면 ②는 영영 들어오지 않습니다.
대표 사례로 비율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에이비엘바이오(ABL Bio)가 2025년 GSK에 넘긴 뇌혈관장벽(BBB) 통과 플랫폼 그랩바디-B (Grabody-B) 딜은 최대 약 21억 파운드 (약 $28억)라는 헤드라인으로 보도됐지만, 계약과 동시에 받는 선급금은 3,850만 파운드 — 총액의 약 1.8% 입니다 (ABL Bio 발표·BioSpace). 근접 마일스톤까지 더해도 7,710만 파운드 수준입니다. 오름테라퓨틱이 2024년 버텍스(Vertex)에 넘긴 표적단백질분해(TPD) 딜도 타깃당 최대 $3억1,000만이지만 선급금은 $1,500만 입니다 (히트뉴스). 즉 헤드라인 총액의 98% 안팎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약속' 이라는 뜻입니다. 이 구분 없이 총액만 더해 'K-바이오가 수십조를 벌었다'고 말하는 것은 착시입니다.
| 연도 | 건수 | 총 계약규모 | 특징 |
|---|---|---|---|
| 2023 | 20건 | 약 59억 달러 | 건수 많으나 빅딜 적음 |
| 2024 | 15건 | 약 55억 달러 (−7%) | 조 단위 빅딜 3건 (바이오기업 견인) |
| 2025 | 16건 안팎 | 약 135억 달러 (원화 약 20조원) | 총액 2배+ · 플랫폼 딜 주도 · 사상 최대 |
⚠️ 숫자 읽기 주의 — '○조 원 기술수출'이라는 헤드라인은 대개 마일스톤을 전부 달성했을 때의 최대 계약 총액(biobucks)입니다. 지금 손에 들어온 확정 현금인 선급금(upfront)은 흔히 그 2~6%에 불과합니다 (ABL Bio 1.8%·오름 약 1.9%·렉라자 4%·레고켐 약 6%). 총액만 더해 '한국이 수십조를 벌었다'고 읽으면 안 됩니다 — 봐야 할 숫자는 선급금 + 이미 달성한 마일스톤 + 로열티의 현실성입니다.
4. 대표 딜 해부 — 렉라자·알테오젠·레고켐, 무엇이 진짜였나

[그림 2]에 대표 딜 네 건을 자산·상대·구조·규모로 정리했습니다. 각 딜의 '확정'과 '조건부'를 갈라 보면 한국 기술수출의 실력과 한계가 동시에 드러납니다.
유한양행 렉라자(lazertinib) — 끝까지 간 유일한 사례. 2018년 얀센에 기술수출, 총액 $12억5,500만, 그러나 선급금은 $5,000만 (총액의 4%)이었습니다 (유한양행 공시·경향신문). 누적 수령 마일스톤은 FDA 승인 마일스톤 $6,000만을 포함해 약 $1억6,000만 수준이고, 남은 마일스톤이 약 $10억4,500만입니다. 핵심은 렉라자가 실제로 허가를 받고 매출을 내는 단계까지 도달한 거의 유일한 한국 신약이라는 점입니다. 리브리반트 병용 매출은 2025년 들어 가파르게 늘어, J&J는 이 병용요법의 연 최대 매출(peak sales)을 $50억 이상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J&J). 다만 짚어야 할 점 — 렉라자도 원개발사는 오스코텍이고, 유한양행은 2015년 도입해 마일스톤을 오스코텍과 6 대 4로 나눕니다. '한 회사의 단독 성과'가 아니라 한국 바이오 생태계의 합작입니다.
알테오젠 ALT-B4 — 플랫폼의 위력. 단일 신약이 아니라 'IV를 SC로 바꾸는' 기반 기술을 판 사례입니다. 2020년 머크와 비독점 계약 후, 2024년 2월 키트루다에 한정한 독점 계약으로 전환하며 서명료(signing fee) $2,000만과 마일스톤 증액 $4억3,200만, 합계 $4억5,200만 규모로 변경했습니다 (알테오젠 발표·바이오스펙테이터). 2025년 9월 키트루다 SC (큐렉스)가 38개 적응증으로 FDA 허가를 받으며, 세계 매출 1위 의약품의 제형 연장에 한국 기술이 핵심으로 들어갔습니다. 로열티율은 업계에서 순매출의 4~5%로 추정되며, 키트루다 SC 매출이 본격화하면 연 1조원대 로열티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업계 추정). 플랫폼 딜의 매력은 여기 있습니다 — 약 하나의 성패가 아니라, 여러 약에 반복 적용되며 로열티가 쌓입니다.
레고켐바이오(LigaChem) LCB84 — ADC 붐을 탄 빅딜. 2023년 말 얀센에 항체-약물접합체(ADC, antibody-drug conjugate) 후보 LCB84 (Trop2 표적)를 넘긴 딜로, 선급금 $1억과 단독개발 권리행사금 $2억, 마일스톤 포함 최대 $17억 규모입니다 (레고켐 발표). 국내 단일 파이프라인 기술수출 사상 최대급이자 ADC 분야 글로벌 상위권 딜입니다. 선급금 $1억은 한국 기준 큰 편이지만, 그래도 총액의 약 6%입니다. ADC 시장의 폭발적 성장은 ADC 항암제 시장 편에서 다뤘는데, 레고켐은 그 흐름에 플랫폼으로 올라탄 사례입니다.
에이비엘바이오 그랩바디 — 2025년 최대어. 앞서 본 GSK 딜(최대 $28억)에 더해,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플랫폼으로 다건의 기술수출을 성사시켰습니다. 2025년 기술수출 총액 1위 기업으로 꼽히는 배경입니다. 다만 역시 선급금 비중은 2%를 밑돌아, '플랫폼 가치에 대한 기대'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 핵심 대비 — 같은 '기술수출'이라도 결이 다릅니다. 렉라자는 허가·매출까지 '끝까지 간' 검증된 자산, 알테오젠·레고켐·에이비엘은 여러 약에 반복 적용되는 플랫폼으로 가치가 안정적입니다. 반대로 선급금 비중이 낮고 임상 초기인 딜은 '총액'이 곧 '실현'을 뜻하지 않습니다. 헤드라인보다 어느 단계의, 어떤 구조의 딜인지를 봐야 합니다.
5. 동력과 리스크 — 무엇이 실력이고 무엇이 착시인가
붐을 떠받치는 동력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같은 무게로 리스크를 봐야 거품과 실력이 갈립니다.
동력 ① — 플랫폼으로의 이동. 2025년 기술수출을 주도한 것은 단일 신약이 아니라 플랫폼 기술입니다. 알테오젠의 SC 변환, 에이비엘바이오의 BBB 셔틀·이중항체, 레고켐의 ADC 링커 — 모두 '여러 약에 반복 적용되는 기반 기술'입니다. 플랫폼은 약 하나의 임상 실패에 운명을 걸지 않아 단일 자산보다 가치가 안정적이고, 빅파마가 자사 파이프라인 전반에 적용할 수 있어 협상력이 큽니다. '신약 하나를 파는' 단계에서 '기술을 파는' 단계로 올라선 것이 질적 도약의 핵심입니다.
동력 ② — 속도와 인재. 한국은 임상 진입 속도가 빠르고, 글로벌 빅파마·학계를 거친 연구 인력이 바이오텍으로 모였습니다. 업계에서는 '좋은 과학은 기본이고, 빅파마가 원하는 형식으로 데이터를 다듬어 제시하는 패키징이 실제 비결'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히트뉴스). 즉 발굴 역량뿐 아니라 '딜을 만드는 역량'도 성숙했습니다.
리스크 ① — biobucks 착시. 앞서 본 대로 헤드라인 총액의 절대다수는 미실현 마일스톤입니다. 선급금이 총액의 2~6%에 그치는 딜에서, '○조 원'을 손에 쥔 돈처럼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진짜로 봐야 할 숫자는 선급금 + 이미 달성한 마일스톤 + 출시 후 로열티의 현실성입니다.
리스크 ② — 권리 반환. 빅파마가 임상 중단이나 전략 변경을 이유로 권리를 되돌려 주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가장 선명한 사례가 한미약품입니다 — 2015년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당뇨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는 2020년 임상 3상 단계에서 반환됐고(사노피의 당뇨 R&D 철수), 같은 해 일라이릴리는 BTK 억제제를, 그에 앞서 얀센은 비만·당뇨 신약을 각각 반환했습니다 (각사 발표·바이오스펙테이터). 다만 균형을 위해 덧붙이면, 한미는 이미 받은 선급금은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 사노피 건 약 €2억 (약 2,640억원), 릴리 건 $5,300만, 얀센 건 약 1,230억원을 그대로 보유했고, 반환된 얀센 자산은 적응증을 바꿔 2020년 다시 MSD에 약 1조원에 재기술수출했습니다. 즉 선급금은 반환 리스크의 '방어선' 인 셈이고, 이것이 선급금 비중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입니다.
리스크 ③ — 글로벌 임상·허가는 빅파마의 손에. 기술수출 이후 가장 비싸고 위험한 임상 3상과 각국 허가, 그리고 판매는 라이선스를 사 간 빅파마가 통제합니다. 한국 바이오텍은 그 과정에 거의 개입하지 못한 채 마일스톤 달성 여부를 기다립니다. 약의 운명이 '남의 결정'에 달려 있다는 구조적 한계 — 이는 중국 바이오텍 라이선싱 붐에서 본 신흥 바이오 강국 공통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6. 시나리오 — 향후 3~5년, 거품과 실력의 분기

[그림 3]에 동력과 리스크의 균형, 그리고 향후 3~5년 시나리오를 정리했습니다 (확정이 아닌 조건부 전망임을 명시합니다).
- 기본(base) — 붐은 이어지되, '질'이 가른다. 기술수출 총액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지만, 시장의 관심이 '총액'에서 '선급금·로열티의 현실성'으로 이동합니다. 렉라자·키트루다 SC처럼 실제 허가·매출로 전환된 자산이 프리미엄을 받고, 선급금 비중이 낮고 초기 단계인 딜은 '기대'만으로는 재평가받기 어려워집니다.
- 상방(bull) — 로열티 시대 개막. 알테오젠의 키트루다 SC 로열티, 렉라자 병용의 매출 확대 같은 '실현된 현금흐름'이 본격화하면, 한국 바이오는 '계약금 받는 회사'에서 '로열티 받는 회사'로 한 단계 올라섭니다. 플랫폼 딜이 여러 약으로 확장되면 단일 신약과 다른 차원의 가치가 인정됩니다.
- 하방(bear) — 반환의 계절. 임상 초기 자산이 빅파마의 손에서 줄줄이 미끄러지거나 전략 변경으로 반환되면, '수조 원 기술수출'의 상당 부분이 마일스톤 미실현으로 사라집니다. 이 경우 시장은 '한국 기술수출은 총액 부풀리기'라는 회의론에 빠질 수 있습니다 — 선급금이라는 방어선의 두께가 회사별 생존을 가릅니다.
세 시나리오를 가르는 변수는 명확합니다 — 기술수출된 자산이 빅파마의 손에서 실제로 허가·매출에 도달하느냐,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국 기업이 받는 확정 현금(선급금)이 반환 리스크를 견딜 만큼 두꺼운가입니다. 시장이 커진다는 사실과, 그 계약이 실제 현금으로 전환되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7. 연구자의 시각 — '소스'는 됐다, 그러나 '주인'은 아직 아니다
여기부터는 개인 의견입니다 (근거에 기반하되, 해석입니다).
한 줄 인사이트 — 한국 바이오는 빅파마의 '신약 소스'가 되는 데는 성공했지만, 약의 '주인'이 되는 단계는 아직 멀다. 기술수출 붐의 진짜 성취는 '총액'이 아니라, 렉라자·키트루다 SC처럼 빅파마의 손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로열티로 돌아오는 소수의 자산에 있다.
저는 이번 붐을 '거품이다/실력이다'의 이분법으로 보지 않습니다. 둘 다 맞습니다. 실력인 부분은 분명합니다 — 알테오젠의 SC 플랫폼이 세계 1위 의약품 키트루다에 실린 것, 렉라자가 한국 신약 최초로 글로벌 블록버스터가 된 것은 '운'으로 설명되지 않는, 기술과 협상력의 성취입니다. 특히 단일 신약이 아니라 플랫폼으로 옮겨 간 것이 결정적입니다. 플랫폼은 약 하나의 임상에 운명을 걸지 않기에, 한국 바이오텍의 구조적 약점(임상을 끝까지 끌고 갈 자본 부족)을 우회하는 영리한 길입니다.
거품인 부분도 분명합니다 — '○조 원 기술수출'이라는 헤드라인을 손에 쥔 돈처럼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선급금이 총액의 2%인 딜과 6%인 딜, 그리고 실제로 허가까지 간 딜은 전혀 다른 가치인데, 언론과 주가는 종종 '총액'만으로 반응합니다. 한미약품의 반환 이력은 냉정한 교훈입니다 — 한때 '수조 원 기술수출의 별'이던 자산들이 임상 3상에서, 혹은 빅파마의 전략 변경으로 되돌아왔습니다. 그때 회사를 지킨 것은 마일스톤이 아니라 이미 받아 둔 선급금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술수출 뉴스를 읽을 때 헤드라인 총액이 아니라 '선급금이 얼마인가'를 먼저 봅니다. 그것이 반환 리스크를 견디는 방어선이자, 빅파마가 그 자산을 얼마나 진지하게 보는지의 척도이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더. 기술수출은 '출구'이지 '완성'이 아닙니다. 약의 운명이 빅파마의 손에 있는 한, 한국은 신약의 '소스'일 뿐 '주인'은 아닙니다. 로열티는 매출의 한 자릿수 %이고, 약이 블록버스터가 됐을 때 가장 큰 몫은 빅파마가 가져갑니다. 다음 단계 — 한국 기업이 임상 3상과 글로벌 판매까지 직접 끌고 가 약의 주인이 되는 단계 — 로 가려면, 자본시장의 인내와 글로벌 임상 역량이라는 더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합니다. 그 점에서 유한양행이 렉라자의 한국 권리를 직접 쥐고 매출을 내는 구조는, 단순 기술수출을 넘어선 한 걸음으로 평가할 만합니다.
8. 전략적 시사점 — 누구에게 어떤 의미인가
- 투자자에게. 기술수출 공시를 헤드라인 총액으로 받아들이지 마세요. 봐야 할 것은 ① 선급금 규모와 총액 대비 비율(빅파마의 진지함과 반환 방어선), ② 자산의 임상 단계(초기일수록 마일스톤 실현 확률이 낮음), ③ 플랫폼이냐 단일 자산이냐(플랫폼은 반복 적용으로 가치가 안정적), ④ 로열티율과 출시 시점입니다. '총액 1위 기업'보다 '선급금과 로열티가 실현되는 기업'이 본질적으로 강합니다.
- 바이오텍·창업자에게. 좋은 과학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2025년의 교훈입니다 — 빅파마가 원하는 형식으로 데이터를 패키징하고, 비독점에서 독점으로, 단일 타깃에서 플랫폼 전체로 계약을 키워 가는 '딜 설계' 역량이 가치를 가릅니다. 그리고 선급금은 회사의 생존을 좌우하는 방어선이니, 총액을 키우려 선급금을 양보하는 협상은 신중해야 합니다.
- 한국 바이오 산업 전체에. 기술수출 붐은 'K-바이오 = 위탁생산'이라는 낡은 정체성을 깨고 한국을 '신약 소스'로 끌어올린 분명한 성과입니다. 그러나 다음 과제는 '소스'에서 '주인'으로 가는 것 — 임상 3상과 글로벌 판매를 직접 감당할 자본과 역량을 키우는 일입니다. 위탁생산의 다른 전선인 한국은 RNA 치료제의 '공장'이 될 수 있는가와 함께 보면, 한국 바이오가 '만들기'와 '발명하기' 양쪽에서 동시에 한 단계씩 올라서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기술수출 붐은 한국 바이오의 실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실력을 과장된 숫자로 포장하는 함정도 함께 가져왔습니다. 렉라자와 키트루다 SC는 진짜였습니다. 그러나 모든 '○조 원'이 렉라자는 아닙니다. 어느 딜이 살아남아 로열티로 돌아오는지를 지켜보는 일이, 이 붐을 읽는 가장 정확한 방법입니다.
9. 다음 학습 추천
- 🌏 중국 바이오텍 라이선싱 붐 — 신흥 바이오 강국이 빅파마에 약을 파는 같은 현상의 미국·중국 버전 (비교)
- 🏭 삼성바이오로직스 vs 셀트리온 — '만들기'의 두 모델, 기술수출과 함께 한국 바이오의 다른 축 (산업 비교)
- 💉 ADC 항암제 시장 — 레고켐·에이비엘바이오가 플랫폼으로 올라탄 차세대 항암 모달리티 (심화)
References
-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업계 집계 (2025~2026). 2025년 국내 제약·바이오 기술수출 — 약 16건·약 135억 달러(원화 약 20조원)로 사상 최대; 전년 대비 총액 두 배 이상; 플랫폼 딜 주도. (히트뉴스·바이오타임즈·뉴스토마토)
- 한국제약바이오협회 (2025). 2024년 기술수출 — 15건·약 55억 달러(원화 약 7.5조원), 2023년 20건·약 59억 달러 대비 약 7% 감소; 조 단위 빅딜 3건(아리바이오·아이엠바이오로직스/HK이노엔·오름테라퓨틱). (시사저널e·메디팜스투데이)
- 유한양행 (2024.9). 렉라자(lazertinib) — 2018년 얀센(J&J) 기술수출, 총액 $12억5,500만·선급금 $5,000만; FDA 승인 마일스톤 $6,000만 수령(누적 약 $1억6,000만); 원개발사 오스코텍과 6:4 분배. (경향신문·코메디닷컴·유한양행 공시)
-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 (2024~2025). 2024년 연 매출 약 $7억3,400만으로 한국 신약 최초 글로벌 블록버스터 진입; MARIPOSA 3상서 타그리소 대비 사망위험 25%↓; J&J 제시 peak sales $50억+. (뉴스1·히트뉴스·J&J 실적)
- 알테오젠 (2024~2025). ALT-B4 (히알루로니다제 기반 IV→SC 변환) — 2020년 머크 비독점 계약 → 2024.2 키트루다 한정 독점 전환(서명료 $2,000만+마일스톤 증액 $4억3,200만, 합계 $4억5,200만); 2025.9 키트루다 SC (큐렉스) FDA 허가(38개 적응증); 로열티 4~5% 추정. (바이오스펙테이터·팜이데일리·알테오젠 발표)
- 레고켐바이오(LigaChem) (2023.12). LCB84 (Trop2-ADC) — 얀센 기술이전, 선급금 $1억+권리행사금 $2억, 마일스톤 포함 최대 $17억(약 2.24조원); 국내 단일 파이프라인 최대급. (레고켐 발표·히트뉴스)
- 에이비엘바이오(ABL Bio) (2025.4). 그랩바디-B (BBB 셔틀) — GSK 기술이전, 최대 약 21억 파운드(약 $28억); 선급금 3,850만 파운드(총액의 약 1.8%), 근접 마일스톤 포함 최대 7,710만 파운드; 2025년 기술수출 총액 1위. (BioSpace·KED Global·ABL Bio 발표)
- 오름테라퓨틱 (2024.7). TPD 플랫폼 — 버텍스(Vertex) 기술이전, 선급금 $1,500만+타깃당 최대 $3억1,000만; 별도 BMS ORM-6151 딜(선급금 $1억·총 $1억8,000만). (히트뉴스·더벨)
- 한미약품 반환 사례 (2019~2020). 사노피 에페글레나타이드(2015 수출→2020 3상 단계 반환, 선급금 €2억/약 2,640억원 보유); 일라이릴리 BTK 억제제(반환, 선급금 $5,300만 보유); 얀센 HM12525A 비만·당뇨(반환, 선급금 약 1,230억원 보유→2020 MSD에 약 1조원 재수출). (바이오스펙테이터·히트뉴스·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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