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의약품 골드러시 — 빅파마는 베팅했지만, 진짜 병목은 동위원소다 (Pluvicto·M&A·Ac-225 심층 분석)

TL;DR — 노바티스⁠(Novartis)의 Pluvicto (플루빅토, Lu-177 PSMA 전립선암약)와 Lutathera (루타테라, Lu-177 신경내분비종양약)가 성공하자, 방사성의약품⁠(radiopharmaceutical) 시장은 단숨에 빅파마의 격전지가 됐습니다. 2023~2024년 사이 일라이 릴리⁠(Eli Lilly)·BMS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가 합쳐 수조 원을 들여 방사성의약품 바이오텍을 사들였습니다.

그런데 이 글의 주장은 분명합니다 — 진짜 병목은 약⁠(분자)이 아니라 동위원소⁠(isotope)다. Ac-225 (악티늄-225)는 전 세계 공급이 극소량이고, Lu-177 (루테튬-177)조차 원자로·생산·물류가 빠듯해서, 노바티스의 Pluvicto마저 출시 직후 공급 부족으로 신규 환자를 멈춘 적이 있습니다.

분자를 설계하는 경쟁은 빅파마의 자본 앞에서 끝났고, 이제 승부는 반감기⁠(half-life)와 싸우는 공급망·인프라로 옮겨갔습니다. 골드러시에서 정작 돈을 버는 건, 광맥이 아니라 곡괭이와 삽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노바티스 매출·빅파마 M&A·동위원소 병목·한국⁠(퓨쳐켐·셀비온·SK바이오팜)까지 비판적으로 짚습니다.

※ 본 글은 공개 정보에 근거한 분석이며 투자·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기업 주장은 출처를 명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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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이미지. 시장 → M&A → 동위원소 병목 — 빅파마는 베팅했지만, 병목은 동위원소다.

1. 핵심 요약 — 약은 풀렸는데, 원료가 모자란 시장

방사성의약품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암세포에 달라붙는 표적 분자에 방사성동위원소를 매달아 종양을 안에서 조사⁠(照射)하는 약입니다. 표적은 분자가 찾아가고, 실제로 암을 죽이는 건 동위원소가 내뿜는 방사선입니다. 그래서 이 산업은 다른 신약과 결정적으로 다른 제약을 하나 안고 있습니다 — 유효성분이 끊임없이 붕괴하는 방사성 물질이라는 점입니다.

이 글의 주장은 한 문장입니다 — 방사성의약품 시장의 진짜 병목은 '어떤 분자를 설계하느냐'가 아니라 '동위원소를 충분히, 제때, 환자 곁까지 가져갈 수 있느냐'다. 빅파마가 2023~2024년 수조 원을 쏟아부은 건 분자 파이프라인을 사들인 것이지만, 정작 그 파이프라인을 굴리려면 Lu-177과 Ac-225라는 원료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원료는 지금 만성적으로 부족합니다.

따라서 투자자도 산업도, '빅파마가 들어왔으니 시장이 폭발한다'는 서사를 공급 현실과 분리해서 읽어야 합니다. 분자 경쟁의 승자가 아니라, 원자로·가속기·물류·인프라를 쥔 쪽이 이 시장의 길목을 지킵니다.

2. 배경 — 노바티스가 연 시장, 왜 빅파마가 '지금' 뛰어드나

방사성의약품은 사실 새 개념이 아닙니다. 갑상선암에 요오드-131을 쓴 역사는 80년이 넘었습니다. 판을 바꾼 건 노바티스였습니다. 노바티스는 2018년 Lutathera (Lu-177 DOTATATE, 신경내분비종양)를, 2022년 Pluvicto (Lu-177 PSMA,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를 잇따라 승인받으며 '표적 방사성리간드치료⁠(radioligand therapy, RPT)가 블록버스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증명했습니다.

숫자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노바티스 IR에 따르면 Pluvicto는 2023년 매출이 전년 대비 260% 넘게 폭증해 약 9.8억 달러를 기록했고, 2025년에는 약 14억 달러⁠(+33%)에 이르렀습니다⁠(2025년 4분기에만 5.6억 달러). Lutathera까지 더하면 두 약의 합산 매출은 2025년 약 28억 달러 규모입니다⁠(BioSpace 집계). 노바티스는 Pluvicto를 연 50억 달러+ 피크 매출 후보로 키우고 있습니다.

빅파마가 '지금' 뛰어드는 이유는 셋입니다. 첫째, 모방이 어렵다. 케어니⁠(Kearney)의 베티 피오⁠(Betty Pio)는 RPT를 두고 "복제하기 어려운, 기술적으로 정교한 제품"이라고 평했습니다 — 제네릭·바이오시밀러의 위협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뜻입니다. 둘째, 고형암에서 작동하는 새 양식⁠(modality)이라는 점입니다. 항체-약물접합체⁠(ADC)와 함께, 화학항암제·면역항암제가 듣지 않던 영역을 여는 무기로 평가됩니다. 셋째, 노바티스라는 검증된 선례가 있다는 점입니다. 비만약⁠(GLP-1)이나 알츠하이머 항체처럼, 빅파마는 '한 회사가 길을 뚫으면 우르르 따라 들어가는' 패턴을 반복합니다.

3. 시장 데이터 — 매력적인 숫자, 그러나 정의에 주의

그림 1. RPT 시장 2025 ~$2.6B → 2030 ~$4.8B (범위) + Pluvicto·Lutathera 합산 ~$2.8B (2025).

[그림 1]에 정리했듯, 방사성의약품 시장 전망은 무엇을 세느냐에 따라 숫자가 크게 갈립니다. 헤드라인 숫자를 그대로 인용하면 오해를 부르므로, 범위와 정의를 함께 봐야 합니다.

좁게 보면, 치료용 방사성리간드치료⁠(RPT) 시장은 리서치앤드마켓츠⁠(Research and Markets, 2026년 2월)가 2025년 약 26억 달러 → 2030년 약 48억 달러, 연평균 13.1% 성장으로 추정합니다. 넓게 보면, 진단⁠(PET·SPECT 영상용)까지 포함한 방사성의약품 전체 시장은 출처에 따라 2024년 약 70억 달러 → 2030년대 초 약 130억~150억 달러로, 기관마다 연평균 9~10% 안팎을 제시합니다⁠(MarketsandMarkets·Precedence 등). 2032년 전망은 약 100억~310억 달러까지 편차가 큰데, 이는 '치료만'이냐 '진단+치료'냐의 정의 차이에서 옵니다.

구분 전망 비고
치료용 RPT (좁게)2025년 ~$2.6B → 2030년 ~$4.8B (CAGR 13.1%)Research and Markets
방사성의약품 전체⁠(진단+치료)2024년 ~$7.1B → 2030년 ~$12.7B (CAGR ~10%)MarketsandMarkets 등
2032년 장기 전망~$10B ~ ~$31B (편차 큼)정의·기관별 상이
⚠️ 숫자 읽기 주의 — "방사성의약품 시장 수십조 원"류 헤드라인은 대개 진단용 조영제까지 합친 전체 시장입니다. 이 글의 주인공인 표적 치료⁠(RPT)만 보면 2030년경 약 50억 달러 안팎이 합리적 컨센서스이며, 이마저도 동위원소 공급이 받쳐준다는 전제 위의 추정입니다. '환자 수백만 명 × 1회 수천만 원 = 수십조 원'식 단순 곱셈은, 뒤에서 다룰 공급·인프라 병목을 무시한 과장입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 성장률⁠(두 자릿수)은 분명하나, 절대 규모는 비만약·면역항암제 같은 초대형 시장에 비하면 아직 작습니다. 그리고 그 성장을 실제로 실현할 수 있느냐는, 다음 장에서 볼 공급 병목에 달려 있습니다.

4. M&A·경쟁 구도 — 빅파마는 '분자'를 샀다

그림 2. 빅파마 M&A 카드 — Lilly/POINT·BMS/RayzeBio·AZ/Fusion·노바티스/Mariana + 한국⁠(퓨쳐켐·셀비온·SK).

[그림 2]에 정리한 대로, 2023~2024년은 방사성의약품 M&A가 10년 만의 최대 거래 건수를 기록한 해였습니다⁠(GlobalData 집계). 주요 딜을 보면:

인수자 ← 피인수 규모 · 시기 핵심 자산
일라이 릴리 ← POINT Biopharma~$14억 · 2023.10PSMA·SSTR 표적⁠(Lu-177)
BMS ← RayzeBio~$41억 · 2023.12~2024.2RYZ101 — Ac-225 알파
아스트라제네카 ← Fusion~$24억 (마일스톤 포함) · 2024.3~6차세대 radioconjugate
노바티스 ← Mariana Oncology선급 $10억 (+ 마일스톤 $7.5억) · 2024.5전임상 RPT
릴리/사노피 등Lilly–Aktis ~$11억 · Sanofi–Orano Med ~$1억알파⁠(Pb-212 등) 확장

여기서 주목할 점은 빅파마가 사들인 것이 대부분 '분자⁠(표적 파이프라인)'였다는 사실입니다. 즉 "어떤 암을 어떤 표적으로 칠 것인가"를 산 것입니다. 그런데 그 분자를 약으로 만들려면 동위원소를 붙여야 하고, 바로 그 동위원소가 모자랍니다. 딜의 가치를 실현하는 마지막 1마일이 공급망이라는 뜻입니다. 특히 BMS의 RayzeBio (Ac-225 알파)와 AZ의 Fusion 인수는, 빅파마의 베타⁠(Lu-177) 일색에서 알파⁠(Ac-225)로 전선을 넓힌 상징적 신호입니다.

한국 — 빠른 추격, 그러나 '하이프'와 구분할 것

국내도 빠르게 움직입니다. 다만 단계를 정확히 구분해야 합니다⁠(과장 보도 주의).

  • 퓨쳐켐 — 가장 앞선 국내 플레이어. PSMA 표적 Lu-177 치료제 FC7052025년 국내 임상 3상에 진입했습니다⁠(mCRPC 대상). 회사에 따르면 1상에서 경쟁약 대비 절반 용량으로 효과를 보였다고 합니다⁠(퓨쳐켐 발표 — 임상 3상으로 검증 필요).
  • 셀비온 — PSMA 표적 Lu-177 치료제 '177Lu-포큐보타이드'조건부 품목허가를 2025년 12월 식약처에 신청. 임상 2상에서 전체반응률⁠(ORR) 35.9%를 보고했고⁠(셀비온 발표), 2026년 국내 출시를 목표로 합니다.
  • 듀켐바이오 — 국내 방사성의약품 생산·CDMO 점유율 1위. 진단용 중심에서 치료용 동위원소 생산·CDMO로 확장 중⁠(영남대·세브란스 등에 생산설비 투자 계획).
  • SK바이오팜 — 2024년 7월 풀라이프⁠(Full-Life)로부터 첫 RPT 파이프라인을 도입하며 진출. 알파⁠(Ac-225) 기반 신약 SKL35501으로 미국 FDA 임상 1상 IND를 승인받았고⁠(국내 기업 알파 RPT 최초), 2027년 글로벌 사업화를 목표로 합니다. 특히 TerraPower·PanTera·Eckert & Ziegler와 Ac-225 공급계약을 맺어 원료부터 확보하려는 전략이 눈에 띕니다.

요약하면, 한국은 분자 개발⁠(퓨쳐켐·셀비온)공급망·생산⁠(듀켐바이오·SK바이오팜) 양쪽에서 추격 중입니다. 다만 '세계 최초', '경쟁약 능가'류 국내 보도는 대개 초기·중기 임상 단계의 회사 발표이므로, 글로벌 3상·허가와 같은 단계로 오인하지 말아야 합니다.

5. 진짜 병목 — 동위원소 공급·생산·물류·인프라

여기서부터가 이 글의 본론입니다. 빅파마가 분자를 다 사들여도 약을 만들 수 없는 이유 — 다섯 겹의 병목을 비판적으로 해부합니다.

  • ① Ac-225 (악티늄-225)의 절대적 희소성 — 차세대 '표적 알파치료⁠(targeted alpha therapy)'의 핵심 동위원소지만, 전 세계 공급이 극소량입니다.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가 30년 가까이 거의 유일한 공급원으로, 1940~50년대 핵 프로그램에서 남은 토륨-229의 붕괴로 만들어 왔습니다 — 즉 냉전의 부산물을 긁어 쓰는 구조라 증산에 한계가 큽니다. 그 결과가 상징적 사건으로 터졌습니다. 2024년 BMS의 RayzeBio가 Ac-225 부족으로 3상 임상 환자 모집을 일시 중단했습니다. 빅파마조차 원료가 없어 임상을 멈춘 것입니다.
  • ② Lu-177 (루테튬-177)의 생산 캐파⁠(capacity) 압박 — 이미 승인된 Pluvicto·Lutathera를 굴리고, 뒤따르는 후보까지 감당하려면 원자로 조사⁠(照射)·농축·정제·분리 전 공정의 용량이 빠듯합니다. 가장 따끔한 사례가 노바티스 자신입니다 — Pluvicto는 2022년 출시 직후 미국 생산⁠(밀번·이브레아)에서 품질 문제로 생산을 멈췄고, 2023년에는 수요를 못 따라가 신규 환자 접수를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시장을 연 1등'마저 공급에 발이 묶였다는 사실이, 이 병목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 ③ 반감기와 싸우는 물류⁠(cold-chain) — 방사성동위원소는 만드는 순간부터 붕괴합니다. Lu-177의 반감기는 약 6.6일, Ac-225는 약 10일입니다. 즉 약을 미리 만들어 재고로 쌓아둘 수 없습니다. 생산→배송→환자 투여까지를 며칠 안에 끝내야 하고, 늦으면 방사능이 줄어 약효 자체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이 산업은 '분 단위 물류'가 곧 경쟁력이고, 생산시설이 환자⁠(병원)와 가까울수록 유리합니다. 노바티스가 미국·유럽에 생산기지⁠(인디애나폴리스·이브레아·사라고사)를 분산 신설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 ④ 투여·진단 인프라 — RPT는 알약처럼 처방되지 않습니다. 방사선을 다루는 핵의학⁠(nuclear medicine) 시설, 차폐 병실, SPECT/PET 영상, 선량측정⁠(dosimetry), 그리고 이를 다룰 전문 인력⁠(핵의학 전문의·방사선사)이 있어야 합니다. 미국조차 투여 가능 센터가 제한돼 노바티스가 '치료센터 확대'를 별도 과제로 관리할 정도입니다. 인프라가 깔리는 속도가 시장 확산의 실제 속도를 정합니다.
  • ⑤ 규제·안전·인력 — 방사성 물질이라 의약품 규제와 원자력·방사선 안전 규제를 동시에 받습니다. 생산·운송·폐기 전 과정이 이중 규제 아래 놓여, 신규 진입의 문턱이 높습니다.

다섯 병목은 서로 얽혀 증폭됩니다 — 원료⁠(①②)가 모자라니 임상이 멈추고, 반감기⁠(③) 때문에 재고로 버틸 수 없으며, 투여 인프라⁠(④)와 규제⁠(⑤)가 확산을 늦춥니다. 방사성의약품은 '신약'이라기보다 '제조·물류 산업'에 가깝다는 게 이 시장의 본질입니다.

물론 업계도 손 놓고 있지 않습니다. [그림 3]에 정리했듯, NorthStar (전자가속기)·BWXT (캐나다 TRIUMF 가속기)·Niowave (초전도 선형가속기)·Eckert & Ziegler (사이클로트론)·TerraPower (미 DOE의 U-233 비축분에서 토륨-229 회수) 등이 Ac-225 대체 생산법을 경쟁적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빅파마도 원료부터 묶었습니다 — 아스트라제네카는 Niowave와 10년 공급계약⁠(2024.12), 바이엘은 BWXT·NorthStar·PanTera 등과 다수 계약을 맺었습니다. PanTera는 2024년 9월 1.34억 유로⁠(약 1.4억 달러)를 조달해 Ac-225 증산에 나섰습니다. 즉 '분자 M&A'의 다음 라운드는 '원료·생산 캐파 확보전'으로 이미 옮겨가고 있습니다.

6. 시나리오 — 3~5년, 병목이 풀리는 속도가 곧 시장 속도

그림 3. 생산⁠(원자로·가속기) → 물류⁠(반감기) → 투여⁠(핵의학) 병목 + Ac-225 대체생산·한국 생산 현실.

향후 3~5년을 근거 기반으로 그리면 다음과 같습니다⁠(확정이 아닌 조건부 전망임을 명시합니다).

  • 기본⁠(base) — 베타⁠(Lu-177)가 시장을 끌고, 알파는 천천히. Pluvicto·Lutathera가 적응증을 넓히고⁠(전 단계 mCRPC 등), 후속 Lu-177 약이 더해지며 RPT 시장이 2030년경 약 50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 단 Ac-225 알파 약은 원료 증산 속도에 묶여 '폭발'보다 '완만한 우상향'.
  • 상방⁠(bull) — Ac-225 증산이 성공한다. 가속기 기반 생산⁠(NorthStar·Niowave 등)이 상업 규모에 도달하면, 그동안 원료에 막혔던 알파치료 파이프라인이 한꺼번에 풀리며 시장이 컨센서스 상단을 넘김. 이 경우 원료 생산사⁠(供給社)가 최대 수혜.
  • 하방⁠(bear) — 공급·인프라가 발목을 잡는다. 원료 부족이 만성화되고 투여센터 확대가 더디면, 빅파마의 비싼 파이프라인이 매출로 전환되지 못하고 '사놓고 못 굴리는' 국면. RayzeBio의 임상 중단이 예외가 아니라 일상이 됨.

세 시나리오를 가르는 변수는 분명합니다 — 분자가 아니라 동위원소 공급, 그리고 투여 인프라의 확산 속도입니다. 분자 경쟁은 이미 빅파마가 자본으로 평정했고, 이제 시장을 움직이는 건 그 주변의 원자로·가속기·물류·핵의학 인프라입니다.

RESEARCHER'S VIEW

7. 연구자의 시각 — '골드러시'에서 돈을 버는 건 곡괭이 장수다

여기부터는 개인 의견입니다⁠(근거에 기반하되, 해석입니다).

한 줄 인사이트 — 방사성의약품의 진짜 자산은 분자가 아니라 동위원소다. 빅파마는 '광맥⁠(파이프라인)'을 샀지만, 골드러시에서 정작 돈을 버는 건 '곡괭이와 삽⁠(동위원소·생산·물류)'을 파는 쪽일 수 있다.

저는 이 시장을 신약 시장이라기보다 '제조·인프라 산업'으로 봅니다. ADC가 그랬듯 표적 분자 설계는 결국 빅파마의 자본력 앞에서 상향평준화될 것입니다. 차별화는 분자가 아니라 '원료를 안정적으로, 반감기 안에, 환자 곁까지 가져가는 능력'에서 납니다. 노바티스가 시장 1등이면서도 가장 먼저 공급 부족을 겪었다는 역설이, 이 산업의 핵심을 압축합니다 — 약을 만드는 것보다 약을 '제때 배달'하는 게 더 어렵다.

그래서 저는 '빅파마가 수조 원을 베팅했으니 시장이 곧 폭발한다'는 서사를 경계합니다. 그 베팅은 분자에 대한 베팅이지, 그 분자를 굴릴 원료·생산 캐파에 대한 베팅이 아닙니다. RayzeBio가 BMS에 41억 달러에 팔린 직후 Ac-225 부족으로 임상을 멈춘 사실은, 이 간극을 가장 날카롭게 보여줍니다. 자본은 분자를 살 수 있지만, 동위원소를 단숨에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 원자로와 가속기는 돈만으로 하루아침에 늘지 않으니까요.

8. 전략적 시사점 — 누가 무엇을 해야 하나

  • 빅파마 — 분자 M&A는 이미 과열됐습니다. 다음 차별화는 수직계열화⁠(원료 동위원소 생산·공급 확보)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Niowave 10년 계약)·바이엘·노바티스⁠(자체 생산기지 분산)가 보여주듯, '분자 + 원료 + 물류'를 통합한 쪽이 시장의 길목을 지킵니다. 단일 파이프라인 인수보다, 공급망 안정성이 진짜 해자⁠(moat)입니다.
  • 투자자 — '첫 블록버스터 RPT'라는 서사에 프리미엄을 주되, 실제 매출 램프·공급 차질·임상 중단 리스크를 냉정히 추적해야 합니다. 더 큰 가치는 분자 회사보다 동위원소 생산사⁠(ORNL 대체 가속기 업체)·CDMO·물류·핵의학 인프라 같은 '곡괭이와 삽'에 있을 수 있습니다 — 어떤 약이 이기든 원료·인프라는 공통으로 필요합니다.
  • 한국 산업 — 두 갈래로 봐야 합니다. 분자 개발⁠(퓨쳐켐·셀비온)은 글로벌 3상·허가라는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하므로, 회사 발표를 단계별로 냉정히 평가해야 합니다. 더 현실적인 기회는 공급망입니다 — 한국원자력연구원이 하나로 원자로로 Lu-177을 국산화(2022년, 종전 전량 수입)했지만 아직 연구용 소량⁠(1~2 Ci급) 규모이고, 상업 공급은 여전히 수입 의존입니다. 국내 연구로를 쓰면 운송시간이 짧아 반감기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핵심 강점이므로, 국산 동위원소 생산 캐파 확충 + CDMO (듀켐바이오)가 분자 개발보다 더 단단한 사업 기회일 수 있습니다. SK바이오팜이 분자 도입과 Ac-225 공급계약을 동시에 묶은 전략은, 바로 이 '원료가 병목'이라는 통찰의 반영입니다.

방사성의약품은 분명 항암의 다음 전선입니다. 다만 그 전선의 승부는 분자가 아니라 동위원소에서 갈립니다. 빅파마가 베팅했다는 사실과, 그 베팅이 실제 매출로 전환되는 속도는 별개입니다 — 그 사이를 가르는 것이 바로 원료 공급과 인프라이고, 이 글이 '진짜 병목'을 강조한 이유입니다.

9. 다음 학습 추천

References

  1. Research and Markets (2026.2.19). Radioligand Therapy Market — 2025 ~$2.6B → 2030 ~$4.8B, CAGR 13.1%; Pluvicto·Lutathera가 상업 모멘텀 견인. (GlobeNewswire 배포)
  2. 노바티스 IR (2025). Pluvicto FY2025 매출 약 $1,389M (+33%), 4Q 약 $564M; Pluvicto 2023 매출 약 $980M (+260%↑); Lutathera 2023 매출 $600M+ (+28%). (Novartis 발표·SEC Form 6-K)
  3. BioSpace (2025). Radiopharma Sector Races To Secure Actinium-225 Supply — Pluvicto+Lutathera 2025 합산 약 $2.8B; ORNL이 약 30년간 거의 유일한 Ac-225 공급원⁠(토륨-229 붕괴); NorthStar·BWXT·Niowave·Eckert & Ziegler·TerraPower 대체 생산; AstraZeneca–Niowave 10년 계약⁠(2024.12).
  4. FiercePharma (2024). Novartis halts Pluvicto new patient starts amid manufacturing expansion; 2022.5 밀번·이브레아 생산 일시 중단⁠(품질), 2023 신규 환자 접수 중단, 2023.10 FDA 부족 해소 분류. (Novartis·FDA)
  5. Eli Lilly (2023.10.3). Lilly to Acquire POINT Biopharma — 주당 $12.50, 약 $14억; PNT2002 (PSMA)·PNT2003 (SSTR).
  6. Bristol Myers Squibb (2023.12 발표·2024.2 완료). BMS Completes Acquisition of RayzeBio — 약 $41억; RYZ101은 Ac-225 알파 기반⁠(SSTR2); 인디애나폴리스 $1.6억 생산시설.
  7. FiercePharma (2024). BMS·RayzeBio, Ac-225 부족으로 3상 환자 모집 일시 중단⁠(2024).
  8. AstraZeneca (2024.3.19 발표·6.4 완료). AstraZeneca to Acquire Fusion Pharmaceuticals — 마일스톤 포함 약 $24억; 차세대 radioconjugate.
  9. Novartis (2024.5.2). Novartis to Acquire Mariana Oncology — 선급 $10억 + 마일스톤 최대 $7.5억. (STAT·Bloomberg)
  10. Pharmaceutical Technology (2024). Radiopharmaceutical deals drive sector growth despite supply crisis — 2024 M&A 10년 내 최대 건수⁠(GlobalData); Lilly–Aktis (2024.5, ~$11억 규모), Sanofi–RadioMedix/Orano Med (2024.9, ~$1억, Pb-212); PanTera €134M (~$140M) 조달⁠(2024.9); Kearney·Laurentis 코멘트.
  11. 방사성의약품 전체 시장 전망 — MarketsandMarkets·Precedence·Market.us 등: 2024 ~$7.1B → 2030 ~$12.7B (CAGR ~10%); 2032 전망 ~$10B~$31B (정의·기관별 편차 큼).
  12. 퓨쳐켐⁠(2025). FC705 (PSMA Lu-177) 국내 임상 3상 개시⁠(mCRPC); 1상서 경쟁약 절반 용량 효과 주장. (히트뉴스·메디칼타임즈·더바이오)
  13. 셀비온⁠(2025.12.30). 177Lu-포큐보타이드⁠(PSMA Lu-177) 식약처 조건부 품목허가 신청; 임상 2상 ORR 35.9% (분석 78명); 2026년 출시 목표. (이데일리·바이오스펙테이터·머니투데이 더바이오)
  14. SK바이오팜⁠(2024). RPT 진출 — 2024.7 Full-Life 파이프라인 도입; SKL35501 (알파) FDA 임상 1상 IND 승인⁠(국내 알파 RPT 최초); TerraPower·PanTera·Eckert & Ziegler와 Ac-225 공급계약; 한국원자력의학원 Ac-225 공동연구; 2027 글로벌 사업화 목표. (코메디닷컴·한국경제·더바이오)
  15. 듀켐바이오⁠(2024). 국내 방사성의약품 생산·CDMO 점유율 1위, 치료용 동위원소 생산·CDMO 확장. (머니투데이·전자신문·시사저널e)
  16. 한국원자력연구원⁠(2022). Lu-177 순수 국내기술 첫 공급⁠(종전 전량 수입), 하나로 원자로 중성자 조사 국산화; 2023 대용량 분리·정제로 1~2 Ci급 목표⁠(연구용 수요 규모); 상업 공급은 여전히 수입 의존. (뉴시스·전자신문·KAERI)

Pipette & Pipeline · A bio portfolio journal — bridging research, data, and industry.

이 글을 쓴 사람 Yumingming

생명융합공학과 박사과정.
Microbiome · Cosmetics · RNA Therapeutics · Bioinformatics를 공부하며,
실험(Wet Lab)과 데이터(Dry Lab)를 잇는 글을 논문(article) 기반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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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학습·정보 제공 목적이며, 의학적 진단·치료·조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건강·질병·치료에 관한 결정은 반드시 의사 등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자세한 내용은 면책조항을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