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 내 염기교정(base editing) 첫 임상 — CRISPR '절단'을 넘어 '한 글자 교정'으로 (Verve heart-1)
READING NOTES · RNA & PHARMA

TL;DR
• VERVE-101은 사람 몸 안에서 직접 DNA 한 글자를 바꾼 첫 생체 내 염기교정(base editing) 치료입니다. 지질나노입자(LNP)로 간에 염기교정기 mRNA를 넣어 PCSK9 유전자를 꺼 LDL 콜레스테롤을 단 한 번의 주사로 영구히 낮춥니다.
• 효능은 입증됐지만(LDL 최대 −55%·PCSK9 최대 −84%), 약물 관련 중대 이상반응(간수치·혈소판 급감)으로 후속 VERVE-102로 갈아엎었고, 2025년 6월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인수했습니다.
• 생체 내 CRISPR (NTLA-2001)가 유전자를 '잘라' 없앴다면, 염기교정은 이중나선을 끊지 않고 '한 글자만 고칩니다' — '절단'에서 '교정'으로 넘어가는 분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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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장 요약
| 치료제 | VERVE-101 — 생체 내 염기교정, PCSK9 표적, 고콜레스테롤혈증 |
| 임상 | heart-1 (1상), 미국심장협회 AHA 2023 발표(n=10) |
| 개발 | Verve Therapeutics (2025.6 일라이 릴리 인수) |
| 기전 | LNP에 실은 아데닌 염기교정기(ABE) mRNA + 가이드 RNA → 간세포에서 PCSK9의 한 염기(A·T→G·C)를 바꿔 기능 차단 |
| 핵심 결과 | LDL 콜레스테롤 최대 −55%, 혈중 PCSK9 최대 −84% (1회 주사) |
한 문장으로: 이중나선을 끊는 가위(CRISPR)에서, 끊지 않고 한 글자를 바꾸는 연필(염기교정)로 넘어가는 첫 임상입니다.
2. 왜 중요한가 — '자른다'와 '고친다'는 다르다
지난 글에서 본 생체 내 CRISPR (NTLA-2001)는 유전자를 이중나선째 잘라 망가뜨려 끄는 방식이었습니다. 효과적이지만, 자른 자리가 어떻게 봉합되는지(작은 결실·삽입)는 통제하기 어렵고, 드물게 큰 결실이나 염색체 재배열 가능성이 따라붙습니다.
염기교정(base editing)은 발상이 다릅니다 — 이중나선을 끊지 않고, DNA 알파벳 한 글자만 바꿉니다. A를 G로, 혹은 C를 T로. 칼이 아니라 지우개 달린 연필에 가깝죠.
이게 왜 큰가 하면, 표적이 고콜레스테롤혈증 같은 흔한 만성질환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스타틴을 평생 매일 먹어야 하지만, 한 번의 주사로 LDL을 영구히 낮춘다면 유전자 치료의 무대가 희귀질환에서 대중질환으로 넓어집니다. VERVE-101은 그 가능성을 사람에서 처음 보여줬습니다.
3. 어떻게 작동하나 — 끊지 않고 한 글자를 바꾼다

핵심은 염기교정기(base editor)라는 단백질입니다. 구조는 두 부분입니다.
- ① 길잡이 — 무딘 Cas9 (닉카제, nickase). CRISPR의 Cas9를 자르지 못하게 개조해, 가이드 RNA가 가리키는 자리로 데려가는 '내비게이션' 역할만 합니다(이중나선을 끊지 않음).
- ② 일꾼 — 디아미네이스(deaminase). 그 자리에서 염기 하나의 화학 구조를 바꿉니다. 아데닌 염기교정기(ABE)는 A·T를 G·C로, 시토신 염기교정기(CBE)는 C·G를 T·A로.
VERVE-101은 ABE로 PCSK9 유전자의 이어맞추기(splice) 신호 한 글자를 바꿔, 단백질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하게 합니다. 결과적으로 PCSK9이 사라지고, 간이 LDL을 더 많이 치워 콜레스테롤이 떨어집니다.
다만 정밀하다고 완벽한 건 아닙니다 — 디아미네이스는 목표 옆의 같은 염기까지 바꾸는 인접 편집(bystander), 엉뚱한 위치를 건드리는 표적 이탈(off-target), 심지어 RNA에까지 번지는 편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아래 6장).
4. 핵심 결과 — heart-1, 효능과 그늘

효능은 분명했습니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 10명에게 1회 정맥 주사한 heart-1 (AHA 2023)에서:
- 혈중 PCSK9 최대 −84%, LDL 콜레스테롤 최대 −55% (0.6 mg/kg 용량, 180일 이상 지속).
- 그보다 낮은 0.45 mg/kg에서는 LDL이 각각 −39%·−48%였습니다.
한 번의 주사로 콜레스테롤을 반 토막 내고 그게 반년 넘게 유지된 것 — 생체 내 염기교정의 첫 인체 증명입니다.
그러나 안전 신호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흔히 세 사건이 뒤섞여 보도되는데, 셋은 서로 다른 사건입니다.
- ① 사망(심정지) — 0.3 mg/kg 환자가 투여 약 5주 뒤. 독립 모니터링위원회는 기저 허혈성 심장병에 의한 것으로, 약물과 무관하다고 판정.
- ② 3등급 심근경색 — 0.45 mg/kg 환자가 투여 1일 뒤. 시점이 가까워 '약물 관련 가능성'으로 분류됐으나, 이 환자는 미리 알리지 않은 중증 관상동맥 질환이 있었습니다. (①②가 AHA 2023 발표분.)
- ③ 3등급 간수치 상승 + 3등급 혈소판감소 — 2024년 4월, 6번째 환자(0.45 mg/kg)가 투여 4일 내. 약물 관련 중대 이상반응으로 입원했으나 수일 내 완전히 회복. 이 사건이 VERVE-101을 멈추고 VERVE-102로 갈아타게 한 방아쇠입니다.
그래서 후속 VERVE-102는 간세포에 더 잘·낮은 용량으로 들어가도록 GalNAc를 붙인 LNP로 바꿨고, heart-2 임상(2025)에서 평균 LDL −53%·최대 −69%에 약물 관련 중대 이상반응 없이 개선된 안전성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2025년 6월, 릴리가 Verve를 선급 약 10억 달러 + 조건부 마일스톤(최대 약 13억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5. 비교 — 절단 → 교정 → 재작성

생체 내 유전자편집은 '정밀도'를 기준으로 한 줄에 세울 수 있습니다.
| 구분 | 절단 — NTLA-2001 | 교정 — VERVE-101 | 재작성 — 프라임 교정 |
|---|---|---|---|
| 방식 | 이중나선 절단 → 끄기 | 한 염기 교체, 안 끊음 | 원하는 서열 삽입, 안 끊음 |
| 표적·질환 | TTR / ATTR | PCSK9 / 고콜레스테롤 | NCF1 / 만성육아종병 |
| 전달 | LNP → 간, 1회 | LNP → 간, 1회 | (현재) 체외 세포 |
| 대표 성적 | TTR −87% (NEJM 2021) | LDL −55%·PCSK9 −84% | 첫 임상 (NEJM 2025) |
핵심은 NTLA-2001과 VERVE-101이 둘 다 'LNP로 간에, 1회 주사로, 나쁜 유전자를 끈다'는 점에서 거의 같은 설계라는 것 — 다만 하나는 잘라서, 하나는 한 글자를 바꿔서 끕니다.
참고로 세계 첫 염기교정 치료를 받은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 2022년 영국 GOSH에서 백혈병(T-ALL) 소녀 앨리사가 체외에서 염기교정한 CAR-T를 받았습니다(생체 내가 아닌 체외 사례).
6. 한계와 비판 — 영구적이라는 양날
- ① 안전 — 영구적이라 되돌릴 수 없다. heart-1의 약물 관련 간수치·혈소판 이상은 회복됐지만, 편집 자체는 비가역적입니다. 잘못 들어간 편집은 평생 갑니다.
- ② 표적 이탈 — DNA와 RNA 양쪽. 디아미네이스는 가이드와 무관하게 무작위로 DNA·RNA를 건드릴 수 있고, 목표 옆 염기까지 바꾸는 인접 편집도 있습니다. '정밀'은 상대적인 말입니다.
- ③ 유전(heritability) 우려. FDA가 처음 임상을 보류했던 이유가 편집이 생식세포로 전달될 가능성이었습니다(2023년 10월 해제). 표적은 간세포지만, 규제는 신중합니다.
- ④ 면역원성·비용. 교정기 단백질(세균 유래)에 대한 면역반응, 그리고 1회성 유전자 치료의 초고가(참고: CRISPR 치료제 Casgevy 약 220만 달러) 문제는 '흔한 병'에 쓰기엔 미해결입니다.
7. 의미와 전망 — 대중질환으로 내려온 유전자 치료
VERVE-101이 가리키는 방향은 분명합니다. 유전자 치료가 희귀질환을 넘어 고콜레스테롤혈증 같은 흔한 만성질환으로 내려오고 있다는 것. 평생 약을 먹는 모델에서 '한 번 고치고 끝' 모델로의 전환 가능성을, 비록 거칠게나마 사람에서 처음 보여줬습니다.
동시에 heart-1은 이 분야의 현실도 보여줬습니다 — 첫 환자들의 중대 이상반응, 프로그램 전면 재설계(VERVE-102), 그리고 빅파마(릴리)로의 흡수. 기술은 약진했지만, 안전·전달·규제의 벽 앞에서 독자 생존보다 대형 제약사의 자본·개발력에 올라타는 길을 택했습니다.
그 다음은 '교정'에서 '재작성'으로 — 한 글자 치환을 넘어 원하는 서열을 통째로 써 넣는 프라임 교정이 임상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가위에서 연필로, 연필에서 워드프로세서로 가는 셈입니다.
VERVE-101의 진짜 메시지는 'LDL −55%'가 아니라 '유전자 치료가 흔한 병으로 내려왔다'는 것 — 그러나 첫 환자들의 중대 이상반응과 1년 만의 빅파마 인수는, 정밀 편집의 과학적 가속과 임상·상업적 현실 사이의 간극을 동시에 보여준다.
References
- Verve Therapeutics (2023.11). heart-1 1상 중간결과, AHA Scientific Sessions. VERVE-101: 생체 내 ABE로 PCSK9 편집, LDL 최대 −55%(0.6 mg/kg)·PCSK9 최대 −84%. (회사 보도자료/AHA에 따름)
- Verve Therapeutics (2024.4). heart-1 중대 이상반응(3등급 간수치·혈소판감소, 약물 관련) → VERVE-101 중단·VERVE-102 추진. / FDA 최초 보류(유전 우려)는 2023.10 해제.
- Verve Therapeutics (2025). VERVE-102 (GalNAc-LNP)·heart-2 1b상: 평균 LDL −53%·최대 −69%, 약물 관련 중대 이상반응 없음.
- Eli Lilly (2025.6). Verve 인수 — 주당 $10.50 (약 10억 달러) + 조건부가치권(CVR) 최대 $3.00 (총 최대 약 13억 달러).
- Gillmore, J. D., et al. (2021). CRISPR-Cas9 In Vivo Gene Editing for Transthyretin Amyloidosis (NTLA-2001). NEJM 385, 493–502. — TTR −87%.
- Komor (2016, CBE) / Gaudelli (2017, ABE), Nature (David Liu lab). / 프라임 교정 Anzalone (2019)·첫 임상 NEJM 2025.
- Beam Therapeutics (2025). BEAM-101 (겸형적혈구, 체외 CBE)·BEAM-302 (AATD, 생체 내 '교정'). / GOSH·UCL (2022). 앨리사 — 세계 첫 염기교정 치료(체외 CAR-T).
- 한국 — 툴젠(전임상·IND 가속)·진코어(초소형 염기교정기 전임상). 임상 단계 국산 염기교정 치료제 없음. (KBR·바이오스펙테이터·전자공시 2024–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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