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NA vs ASO, 같은 표적을 두 방식으로 끄다 — 유전성 ATTR 아밀로이드증의 patisiran·inotersen 비교 (NEJM 2018, 그리고 그 후)

한 줄 요약 — 2018년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같은 호에, 같은 표적(TTR)·같은 병을 노린 두 RNA 치료제가 나란히 실렸다 — patisiran (siRNA)과 inotersen (ASO). 둘 다 간에서 만들어지는 트랜스티레틴(TTR) 단백질을 줄여, 유전성 아밀로이드증의 신경병증 진행을 막았다. RNA를 끄는 두 방식(siRNA와 ASO)이 실제 환자에서 처음 정면으로 효과를 증명한 사건이다.
효능은 둘 다 위약을 분명히 이겼지만, 갈린 건 전달과 안전성이었다. patisiran은 지질나노입자(LNP)에 실어 3주마다 정맥주사(전처치 필요)하되 안전성은 깔끔했고, inotersen은 매주 집에서 피하주사하는 대신 혈소판 감소·신장염이라는 무거운 감시 부담을 졌다.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두자 — 둘을 직접 맞붙인 임상은 없다. 그리고 진짜 반전은 그다음이다. GalNAc 결합 차세대(vutrisiran·eplontersen)가 두 방식을 모두 피하·저빈도로 끌어올렸고, siRNA 계열 vutrisiran은 심근병증까지 넓히며 사망률을 낮췄다(HELIOS-B, 2025). 정작 1세대 patisiran의 심근병증 도전은 미국 FDA에서 거절됐다.
📄 다루는 논문 · Adams D, et al. Patisiran for hereditary transthyretin amyloidosis (APOLLO). NEJM 379(1):11–21 (2018). · Benson MD, et al. Inotersen treatment for hereditary transthyretin amyloidosis (NEURO-TTR). NEJM 379(1):22–31 (2018). + 후속: Fontana M, et al. (HELIOS-B) NEJM 392(1):33–44 (2025) · Coelho T, et al. (eplontersen) JAMA 330(15):1448–1458 (2023).
🔗 관련 글 · 개념: siRNA 치료제란? · ASO (안티센스)란?
1. 배경 — 왜 'TTR을 줄이면' 치료가 되나
트랜스티레틴(TTR)은 갑상선호르몬과 비타민 A를 실어 나르는 운반 단백질로, 네 개가 모인 사합체(tetramer) 형태이며 주로 간에서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130가지가 넘는 점돌연변이(대표적으로 Val30Met)가 이 사합체를 불안정하게 만들면, TTR이 풀려 잘못 접히고 엉겨 아밀로이드 섬유가 됩니다. 이 섬유가 신경에 쌓이면 다발신경병증(hATTR-PN), 심장에 쌓이면 심근병증(ATTR-CM)이 되는, 진행성·치명적 유전병이 유전성 ATTR 아밀로이드증입니다.
치료 전략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돌연변이 TTR이든 정상 TTR이든 거의 다 간에서 혈류로 공급되니, 간의 TTR 생산 자체를 줄이면 아밀로이드의 원료가 마릅니다. 이 '원료 차단'은 유전자 발현을 끄는 RNA 약물 — RNA 간섭(siRNA)이나 안티센스(ASO) — 에 딱 맞는 일입니다. 같은 표적(TTR mRNA)을 두 방식으로 공략한 게 이 글의 두 약입니다.
2. 두 약, 두 방식 — siRNA와 ASO
같은 mRNA를 노리지만, 끄는 방법이 다릅니다.
- patisiran — siRNA 방식. 이중가닥 RNA가 RNA 간섭(RNAi) 경로를 타고 TTR mRNA를 잘라 냅니다. 문제는 전달인데, 지질나노입자(LNP)에 실어 간세포로 보냅니다. 그래서 3주마다 정맥주사하고, 주입 반응을 막으려 스테로이드·항히스타민 전처치가 필요합니다.
- inotersen — ASO 방식. 한 가닥짜리 2'-MOE 갭머(gapmer) 안티센스가 TTR mRNA에 붙으면, 효소 RNase H1이 그 자리를 분해합니다. 전달체 없이 매주 피하주사로, 환자가 집에서 스스로 놓을 수 있습니다.
요컨대 patisiran은 '전달체(LNP)에 실어 병원에서 정맥으로', inotersen은 '전달체 없이 집에서 피하로'. 이 차이가 뒤에서 결과를 가릅니다.
3. 두 임상, 같은 호에 나란히 — APOLLO vs NEURO-TTR
두 약은 각자의 3상 임상으로 2018년 같은 NEJM 호에 등 맞대고 실렸습니다. 큰 그림은 같고 설계는 조금씩 다릅니다.
| 항목 | patisiran · APOLLO | inotersen · NEURO-TTR |
|---|---|---|
| 방식 | siRNA (RNAi) · LNP 전달 | ASO (2'-MOE 갭머) · RNase H |
| 투여 | 정맥주사, 3주마다 + 전처치 | 피하주사, 매주(자가) |
| 규모·설계 | 225명, 2:1, 18개월 | 172명, 2:1, 15개월 |
| 1차 지표 | 신경병증 점수(mNIS+7) 단일 | mNIS+7 + 삶의 질(Norfolk) 공동 |
| TTR 감소 | 중앙값 81% | 중앙값 79% |
| 신경병증 변화 | 위약 대비 −34.0점 | 위약 대비 −19.73점 |
두 약 모두 위약은 악화되는데 치료군은 오히려 호전되는, 분명한 효과를 보였습니다(둘 다 P<0.001). 신경병증 점수(mNIS+7)는 낮을수록 좋은데, 양쪽 다 위약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습니다.
⚠️ 표의 '−34.0'과 '−19.73'을 직접 비교하면 안 됩니다. 둘은 서로 다른 임상의, 서로 다른 위약군과 비교한 값입니다(§5에서 자세히).

4. 효능은 비슷, 안전성이 갈랐다
흥미롭게도 두 약의 진짜 차이는 효능이 아니라 안전성에서 났습니다.
- patisiran — 주된 이상반응은 주입 관련 반응과 말초부종 정도로, 비교적 다루기 쉬웠습니다.
- inotersen — 두 가지 무거운 신호가 있었습니다. ① 혈소판 감소증 — 약 3%에서 중증(4등급)으로 떨어졌고, 주간 혈소판 감시를 도입하기 전 치명적 뇌출혈 1건이 있었습니다(임상 중 사망 5건이 모두 inotersen군). ② 사구체신염 — 신장 감시가 필요했습니다. 이 때문에 inotersen은 혈소판·신장을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위해성 관리(REMS)와 박스경고를 달게 됐습니다.
정리하면 2018년의 선택은 이런 trade-off였습니다 — patisiran은 병원에 가서 정맥주사를 맞아야 하지만 안전성은 깔끔했고, inotersen은 집에서 편히 놓는 대신 피검사 부담을 안았습니다.
5. 직접 비교는 없다 — cross-trial의 함정
여기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 patisiran과 inotersen을 한 임상에서 직접 맞붙인 무작위 시험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두 약을 견주는 모든 숫자는 서로 다른 임상을 가로질러 비교한(cross-trial) 것입니다.
§3의 표만 봐도 두 임상은 추적기간(18 vs 15개월), 환자군, 1차 지표 구조(단일 vs 공동)가 다릅니다. 실제로 한 간접비교 분석(MAIC 계열)은 patisiran이 수치상 더 큰 효과를 보였다고 했지만, 후원사 분석인 데다 위 요인들이 뒤섞여 있어 '직접 비교'와는 거리가 멉니다. 방향성 참고일 뿐입니다.
그래서 이 두 논문의 올바른 독법은 "어느 약이 더 세냐"가 아니라, "siRNA와 ASO라는 두 RNA 방식이 같은 표적에서 모두 작동함을 독립적으로 증명했다"입니다.
6. 그 후 — GalNAc가 일으킨 역전
1세대는 표적은 맞혔지만 불편함(정맥주사·잦은 투여)과 안전성 부담을 남겼습니다. 이를 뒤집은 게 GalNAc (N-아세틸갈락토사민) 결합 기술입니다. GalNAc는 간세포 표면 수용체에 딱 달라붙어, 전달체(LNP) 없이도 약을 간으로 정확히 보냅니다. 덕분에 두 방식 모두 피하주사·저빈도로 진화했습니다.
- vutrisiran — GalNAc 결합 siRNA, 3개월에 한 번 피하주사. 신경병증(HELIOS-A)에 이어, 결정적으로 심근병증(ATTR-CM) 임상 HELIOS-B (2025)에서 655명을 대상으로 전체 사망 위험을 낮췄습니다(위험비 0.64). 2025년 미국에서 심근병증 적응증까지 승인 — TTR을 끄는 약 중 처음으로 심장까지 넓힌 사례입니다.
- eplontersen — GalNAc 결합 ASO, 한 달에 한 번 피하주사. NEURO-TTRansform (2023)에서 TTR을 약 82% 줄이며 승인됐습니다.
반전의 묘미는, 정작 1세대 patisiran의 심근병증 도전(APOLLO-B)은 FDA에서 거절됐다는 점입니다. 심장으로의 확장은 1세대가 아니라 차세대 siRNA (vutrisiran)의 몫이 됐습니다.

7. 한 줄 인사이트
아래는 위 논문들에 대한 제 개인적 해석이며,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의견입니다.
저는 이 비교의 핵심이 'siRNA냐 ASO냐'가 아니라 '전달(delivery)'이라고 봅니다. 2018년 두 논문은 RNA로 단백질을 끄는 두 방식이 모두 통한다는 걸 증명했습니다. 효능만 보면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죠. 정작 환자의 삶을 바꾼 변수는 어떻게 약을 간까지, 얼마나 편하고 안전하게 보내느냐였습니다. inotersen의 발목을 잡은 것도 전달·안전성이었고, 판을 뒤집은 것도 전달 기술(GalNAc)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ATTR 이야기를 '표적 검증(2018) → 전달 혁명(GalNAc)'의 2막극으로 읽습니다. 1막에서 siRNA와 ASO는 "TTR을 줄이면 신경병증이 멈춘다"는 가설을 나란히 입증했고, 2막에서 GalNAc가 두 방식을 모두 피하·저빈도로 끌어올리며 심근병증·사망률이라는 더 큰 무대로 넓혔습니다. siRNA와 ASO라는 개념이 '약'이 되는 과정에서, 결국 승부를 가른 건 메커니즘이 아니라 전달이었다 — 이게 RNA 치료제 전체에 적용되는 교훈이라고 생각합니다.
8. References
- Adams, D., et al. (2018). Patisiran, an RNAi therapeutic, for hereditary transthyretin amyloidosis (APOLLO).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79(1), 11–21.
- Benson, M. D., et al. (2018). Inotersen treatment for patients with hereditary transthyretin amyloidosis (NEURO-TTR).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79(1), 22–31.
- Fontana, M., et al. (2025). Vutrisiran in patients with transthyretin amyloidosis with cardiomyopathy (HELIOS-B).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92(1), 33–44.
- Coelho, T., et al. (2023). Eplontersen for hereditary transthyretin amyloidosis with polyneuropathy (NEURO-TTRansform). JAMA, 330(15), 1448–1458.
- Adams, D., et al. (2023). Vutrisiran for hereditary transthyretin amyloidosis with polyneuropathy (HELIOS-A). Amyloid,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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