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 1상·2상·3상이란? — 신약이 환자에게 오기까지
BIO GLOSSARY · DRUG PIPELINE

TL;DR
• 신약은 동물실험(전임상)을 통과한 뒤 사람에서 1상(안전성) → 2상(유효성) → 3상(대규모 확증) 순서로 검증되고, 그 자료로 허가를 받습니다.
• 1상은 보통 건강한 자원자 20~100명으로 안전성을 보지만, 항암제·세포/유전자치료는 독성 때문에 처음부터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 1상에 들어간 약이 끝내 승인까지 가는 비율은 약 7~10% — 대부분은 도중에, 특히 2상에서 탈락합니다. 개발에 보통 10년 이상이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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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한 장으로 보는 신약 파이프라인

신약 개발은 거대한 깔때기입니다. 후보 물질 수천 개 중 사람에게 시험할 단계(임상 1상)까지 오는 건 극소수고, 그 1상 약 100개 중 끝내 허가를 받는 건 약 7~10개뿐입니다. 나머지는 안전성이나 효능 문제로 중간에 떨어집니다. 이 글은 그 깔때기의 핵심 구간인 임상 1·2·3상이 각각 무엇을 묻고, 왜 그렇게 많이 실패하는지를 정리합니다.
1. 임상 전 — 전임상(preclinical)과 IND 관문
사람에게 약을 처음 투여하려면 먼저 두 단계를 통과해야 합니다.
- 전임상(preclinical) — 세포와 동물(설치류·비설치류 두 종 이상)에서 약효와 독성을 확인합니다. 어느 용량에서 독성이 나타나는지, 체내에서 어떻게 흡수·분포·대사·배설되는지를 봅니다.
- IND (Investigational New Drug) 신청 — 전임상 자료를 규제기관에 제출해 "사람에게 시험해도 되겠다"는 허가를 받는 관문입니다. 미국은 FDA, 한국은 식약처(MFDS)에 냅니다. IND가 승인돼야 비로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이 시작됩니다.
참고로 정식 1상 앞에 0상(Phase 0)을 두기도 합니다. 약효가 나지 않을 만큼 극미량을 소수에게 투여해(microdosing) 체내 거동만 미리 보는 선택적 단계로, 모든 약이 거치지는 않습니다.
2. 1상(Phase 1) — 안전성과 용량을 본다
1상의 질문은 단 하나, "이 약을 사람에게 써도 안전한가, 쓴다면 얼마나?"입니다. 효능은 아직 주된 관심사가 아닙니다.
- 대상·인원 — 보통 건강한 자원자 20~100명. 약효보다 안전성·내약성과 약동학(PK, pharmacokinetics)을 먼저 확인하기 때문입니다.
- 용량 증량(dose escalation) — 낮은 용량에서 시작해 소수씩 단계적으로 올리며, 견딜 수 있는 한계인 최대 내약 용량(MTD, maximum tolerated dose)을 찾습니다. 항암 분야에서 널리 쓰는 '3+3' 설계가 대표적입니다.
여기에 반드시 알아야 할 예외가 있습니다.
3. 2상(Phase 2) — 효과가 있나, 용량은 얼마가 최적인가
안전성의 가닥을 잡았으면, 2상에서는 "실제로 효과가 있는가, 그리고 최적 용량은 얼마인가"를 봅니다. 처음으로 해당 질환을 가진 환자가 본격적으로 대상이 됩니다.
- 대상·인원 — 환자 수십~수백 명.
- 2a상 — 개념 증명(proof of concept). 약이 의도한 효과를 내는지 신호를 확인합니다.
- 2b상 — 용량 최적화. 효과와 안전성의 균형이 가장 좋은 용량 범위를 찾습니다.
2상은 신약이 가장 많이 탈락하는 구간입니다. 동물과 소수에서 좋아 보이던 약이 실제 환자에서는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게 드러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 구분 | 1상 | 2상 | 3상 |
|---|---|---|---|
| 핵심 질문 | 안전한가? | 효과가 있나? | 정말 더 나은가? |
| 주 목적 | 안전성·내약성·약동학(PK) | 유효성 탐색·용량 최적화 | 대규모 유효성·안전성 확증 |
| 대상 | 건강인 (항암·세포/유전자치료는 환자) | 해당 질환 환자 | 해당 질환 환자 (다기관) |
| 인원 n | 20~100명 | 수십~수백 명 | 수백~수천 명 |
| 대략 기간 | 수개월~1년 | 1~2년 | 2~4년 |
4. 3상(Phase 3) — 대규모 무작위 대조로 확증한다
3상은 허가의 핵심 근거가 되는 단계입니다. 질문은 "기존 치료(또는 위약)와 비교해 정말로 더 낫거나 안전한가"입니다.
- 대상·인원 — 환자 수백~수천 명, 여러 병원이 함께 참여하는 다기관 시험.
- 무작위 대조 시험(RCT, randomized controlled trial) — 환자를 무작위로 신약군과 대조군에 배정하고, 가능하면 환자·의료진 모두 어느 쪽인지 모르게(이중맹검) 진행합니다. 이렇게 해야 위약 효과나 편향을 걷어내고 약 자체의 효과를 가립니다.
3상까지 성공적으로 마치면, 그 방대한 자료를 모아 규제기관에 허가를 신청합니다.
5. 허가 신청(NDA/BLA)과 4상(시판 후)
- 허가 신청 — 합성의약품(저분자)은 NDA (New Drug Application), 항체·세포치료 같은 생물의약품은 BLA (Biologics License Application)를 제출합니다. FDA·EMA·식약처가 자료를 심사해 시판을 허가합니다.
- 4상(Phase 4) — 시판 후 조사 — 허가 후에도 끝이 아닙니다. 수만~수십만 명이 실제로 쓰는 환경에서 드물게 나타나는 부작용과 장기 안전성을 계속 감시합니다(post-marketing surveillance).
6. 왜 90%가 실패하나 — 단계별 성공률·기간·비용


가장 신뢰받는 추정치는 Citeline (Biomedtracker)이 2014~2023년 임상 자료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확률(전이확률, phase transition)을 보면 어디서 막히는지가 분명합니다.
- 1상 → 2상: 약 47%
- 2상 → 3상: 약 28% ← 가장 낮다 (병목)
- 3상 → 허가 신청: 약 55%
- 허가 신청 → 승인: 약 92%
이 확률을 모두 곱하면, 1상에 들어간 약이 끝내 승인까지 갈 누적 확률(LOA, likelihood of approval)은 약 6.7%입니다. 과거(2016년 9.6%, 2021년 7.9%)보다도 낮아진 수치이고, 약 유형에 따라 차이가 커서 생물의약품(biologics)은 약 9.1%, 신규 화학물질(new molecular entity)은 약 5.7%입니다. 항암 분야가 특히 낮습니다.
여기에 더해, 신약 하나를 시장에 내놓기까지 보통 10년 이상이 걸리고, 실패한 후보들의 비용까지 포함한 추정 개발비는 출처에 따라 수억 달러에서 약 22억 달러(Deloitte의 2024년 대형 제약사 추정치)에 이릅니다. '90%가 실패한다'는 말은 바로 이 누적 성공률의 다른 표현입니다.
7. 자주 헷갈리는 것
- ① "1상은 무조건 건강한 사람으로 한다" — 아닙니다. 항암제·세포/유전자치료는 처음부터 환자가 대상입니다. 약 자체가 독성이 커서 건강인에게 투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② "임상에서 효과가 보이면 곧 시판된다" — 단계가 다릅니다. 2상의 '효과 신호'는 탐색일 뿐이고, 허가의 근거는 3상의 대규모 RCT입니다. 동물·소수 데이터를 임상 성공처럼 말하는 보도라면 한 번 더 따져봐야 합니다.
- ③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과 대리지표(surrogate endpoint) —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에서는, 생존 같은 최종 결과 대신 그것을 예측한다고 보는 대리지표(예: 종양 크기 감소)로 3상 완료 전에 조건부 허가를 주기도 합니다. 다만 시판 후 확증 시험으로 실제 이득을 입증해야 하며, 입증에 실패하면 허가가 철회될 수 있습니다.
- ④ 현대적 설계 — 개발을 앞당기려고 단계를 유연하게 묶기도 합니다. 적응적 설계(adaptive)는 중간 결과로 시험을 조정하고, 바스켓(basket)은 같은 변이를 가진 여러 암종을 한 약으로, 엄브렐라(umbrella)는 한 암종을 여러 약으로 동시에 봅니다. 1·2상 통합(seamless)처럼 단계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방식도 늘고 있습니다.
8. 핵심 정리 & 다음 학습
- ✅ 신약은 전임상 → IND → 1상(안전성) → 2상(유효성) → 3상(확증) → 허가(NDA/BLA) → 4상의 관문을 거친다.
- ✅ 1상은 건강인 20~100명이 기본이지만, 항암·세포/유전자치료는 환자가 대상이다.
- ✅ 2상에서 가장 많이 탈락한다(2상→3상 전이확률 약 28%).
- ✅ 허가의 핵심 근거는 3상의 대규모 무작위 대조 시험(RCT)이다.
- ✅ 1상→승인 누적 성공률(LOA)은 약 6.7%, 개발 기간은 10년 이상.
• (모달리티) mRNA 백신의 원리 — 빠르게 임상에 오른 신기술
• (세포치료) CAR-T 세포치료 — 1상부터 환자가 대상인 대표 사례
• (상업화) 초고가 치료의 상업화 위기 — 허가 이후의 현실
• (개발 가속) AI 신약개발 — 낮은 성공률을 끌어올릴까
References
- Citeline / Biomedtracker. Clinical Development Success Rates and Contributing Factors 2014–2023. (단계 전이확률 47%/28%/55%, 신청→승인 92%, 1상 LOA 6.7%) — norstella.com
- Wong, C. H., Siah, K. W., Lo, A. W. (2019). Estimation of clinical trial success rates and related parameters. Biostatistics, 20(2), 273–286. doi:10.1093/biostatistics/kxx069
- U.S. FDA. The Drug Development Process — Step 3: Clinical Research (Phases 1–4) & Accelerated Approval. fda.gov
- 식품의약품안전처(MFDS). 「'24년 의약품 임상시험 승인 현황 발표」 (2025.3.28). mfds.go.kr
- Burdon, P. et al. (2026). Modern Clinical Trials: Seamless Designs and Master Protocols. Cancer Medicine. doi:10.1002/cam4.71858
Pipette & Pipeline · A bio portfolio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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