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S 표적항암제 — 언드러거블 정복, sotorasib에서 divarasib·pan-RAS까지

INDUSTRY WATCH · BIOTECH & PHARMA
KRAS 표적항암제 — 언드러거블 정복, sotorasib에서 divarasib·pan-RAS까지
TL;DR — 암에서 가장 흔하게 변이가 생기는 유전자, 그러면서도 40년 가까이 '약으로 못 만드는(undruggable)' 표적의 대명사였던 KRAS가 마침내 무너지고 있습니다. 2021년 첫 KRAS G12C 억제제 sotorasib (Amgen, Lumakras)가 승인되며 문이 열렸지만, 그 문은 좁았습니다. 반응은 제한적이고 내성은 빨랐으며, 두 1세대 약(sotorasib·adagrasib)의 합산 매출은 연 6억 달러(USD)에도 못 미쳤죠.
이 글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2026년은 KRAS 표적치료가 '개념 증명'에서 '판을 바꾸는 데이터'로 넘어간 해입니다. Roche의 차세대 G12C 억제제 divarasib가 3상 정면대결(Krascendo 1)에서 1세대를 이겼고(2026년 7월 topline), Revolution Medicines의 pan-RAS 억제제 daraxonrasib는 난공불락이던 전이성 췌장암에서 전체생존(OS)을 거의 두 배로 늘렸습니다(RASolute 302, HR 0.40). 관문도 분명합니다 — 빠른 내성과 병용의 필요, 정상 RAS까지 건드리는 pan-RAS의 안전역(therapeutic window). 무엇이 진짜 뚫렸고 무엇이 아직 증명 중인지, 승인·임상·경쟁의 지도로 갈라 봅니다.
※ 본 글은 Amgen·Bristol Myers Squibb·Roche·Revolution Medicines·BridgeBio 등의 IR·보도자료, FDA 발표, Nature·NEJM·Lancet·ASCO 등 동료심사·학회 자료에 근거한 분석이며 투자·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아직 미공개인 3상 수치는 '방향만 확인됨'으로 명시하고, 시장 규모처럼 편차가 큰 값은 범위·추정으로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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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핵심 요약 — 40년 언드러거블이 무너지는 해
항암제 개발의 오랜 좌절 목록에서 KRAS는 늘 맨 윗자리였습니다. 인간 암에서 가장 흔하게 변이가 생기는 종양유전자(oncogene)인데도, 40년 가까이 이 단백질을 직접 겨누는 약은 하나도 없었거든요. 표면이 매끄러워 약이 들어갈 주머니가 없고, 신호를 켜는 연료인 GTP에 대한 친화도가 워낙 높아 경쟁으로 밀어낼 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KRAS는 '약으로 못 만드는(undruggable)' 표적의 교과서적 사례로 불렸죠.
그 벽이 2021년에 처음 갈라졌습니다. Amgen의 sotorasib (Lumakras)가 KRAS의 특정 변이형인 G12C를 겨눠 FDA 승인을 받은 겁니다 — 사상 첫 KRAS 표적치료제였죠. 이듬해 adagrasib (Krazati)가 뒤를 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이 보는 건 그 '첫 승인'이 아니라 그다음입니다. 1세대 G12C 억제제는 반응률이 30~40%대에 그치고 내성이 빠르게 왔으며, 폐암 3상에서 전체생존(OS)을 화학요법보다 늘리지 못했습니다. 상업적으로도 두 약을 합쳐 연 6억 달러 안팎에 머물렀죠. 문은 열렸지만, 좁았습니다.
2026년의 뉴스는 이 좁은 문을 넓히는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더 잘 무는 G12C 억제제 — Roche의 divarasib가 1세대와의 3상 정면대결에서 무진행생존(PFS)과 OS 모두 우월하다는 topline을 냈습니다(2026년 7월). 다른 하나는 변이 하나가 아니라 RAS 전체를 겨누는 pan-RAS — Revolution Medicines의 daraxonrasib가 전이성 췌장암에서 OS를 6.7개월에서 13.2개월로 거의 두 배 늘렸습니다(RASolute 302). 췌장암은 지난 수십 년간 어떤 표적치료도 잘 통하지 않던 난치암이라, 이 결과의 무게가 남다릅니다.
정리하면, KRAS 표적치료는 지금 세 개의 물결을 지나고 있습니다. G12C 1세대(sotorasib·adagrasib) → 더 강력한 차세대 G12C(divarasib) → 그리고 RAS 전체를 겨누는 pan-RAS·다중선택(daraxonrasib) 물결이죠. 이 전환의 승자와 관문을 하나씩 짚어 봅니다.
2. 배경 — KRAS는 왜 40년간 '약으로 못 만드는' 표적이었나

KRAS를 이해하려면 그 역할부터 봐야 합니다. KRAS는 세포막 안쪽에 붙어, 바깥에서 온 성장 신호를 안쪽의 증식 회로(RAF–MEK–ERK)로 넘기는 스위치입니다. GTP가 붙으면 '켜짐(ON)', GDP로 바뀌면 '꺼짐(OFF)' 상태가 되죠. 정상 세포에서는 이 스위치가 잠깐 켜졌다 이내 꺼지지만, 변이가 생기면 스위치가 켜진 채 고정돼 증식 신호가 끝없이 흘러갑니다. 이것이 암의 시동을 거는 핵심 사건입니다.
KRAS는 암에서 가장 흔한 변이 종양유전자입니다. 전체 인간 암의 약 4분의 1에서 RAS 계열 변이가 나타나고, 그중 KRAS가 압도적이죠. 암종별로 보면 편차가 큽니다 — 췌장암(PDAC)의 약 90%, 대장암(CRC)의 약 40%, 비소세포폐암(NSCLC)의 약 25~30%가 KRAS 변이를 지닙니다(데이터셋마다 편차, 췌장암 ~90%는 확립된 값). 변이가 생기는 위치도 갈립니다. 폐암에서 가장 흔한 것은 12번 코돈의 글리신이 시스테인으로 바뀌는 G12C고(KRAS 변이 폐암의 약 40%), 췌장암·대장암에서는 아스파르트산으로 바뀌는 G12D가 우세합니다. 이 '어느 변이냐'가 뒤에서 볼 약물 전쟁의 전선을 그대로 나눕니다.
그런데 왜 40년이나 손을 못 댔을까요. 두 가지 벽이 있었습니다. 첫째, KRAS 표면이 매끄러워 약이 파고들 주머니(binding pocket)가 없었습니다. 저분자 의약품은 표적 표면의 틈에 쏙 들어가 기능을 막는데, KRAS에는 그럴 틈이 안 보였죠. 둘째, KRAS가 연료인 GTP를 붙잡는 힘이 picomolar 수준으로 지나치게 강해, 약으로 GTP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전략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물꼬를 튼 건 2013년입니다. Kevan Shokat 연구진이 Nature에 발표한 연구에서, KRAS G12C 변이가 만들어 낸 시스테인(cysteine)을 미끼로 삼아, 평소엔 숨어 있던 새로운 틈 — 스위치Ⅱ 포켓(switch-II pocket) — 에 약을 공유결합(covalent bond)으로 못박는 길을 열었거든요(Ostrem·Shokat 등, 2013). 변이가 만든 시스테인은 정상 KRAS엔 없으니, 이 약은 암세포의 변이 단백질만 골라 무는 셈입니다. 지금 승인된 모든 G12C 억제제가 이 발견의 자식들입니다.
3. 1세대 G12C — 문은 열렸지만 좁았다
[그림 1]에 KRAS 스위치의 작동과 억제제가 무는 자리를 정리했습니다. 이제 그 자리를 처음 공략한 두 약을 봅니다.
sotorasib — 첫 KRAS 표적치료제, 그러나 OS의 벽. Amgen의 sotorasib(코드명 AMG 510)는 2021년 5월 FDA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을 받았습니다. 1차 이상 치료를 받은 KRAS G12C 변이 비소세포폐암이 적응증이었죠. 근거였던 CodeBreaK 100(2상)에서 객관적반응률(ORR)은 약 36%, 무진행생존 중앙값은 약 6.8개월이었습니다(Amgen·FDA). 문제는 확증 3상 CodeBreaK 200이었습니다. 화학요법제 docetaxel과 맞붙어 PFS는 이겼지만(5.6 vs 4.5개월, HR 0.66, P=0.002), 전체생존은 차이가 없었습니다(10.6 vs 11.3개월, HR 1.01). 결국 FDA는 2023년 12월 정식 승인 전환을 보류했죠.
adagrasib — 뇌로 가는 G12C 억제제. Mirati가 개발하고 Bristol Myers Squibb가 인수한 adagrasib(코드명 MRTX849, Krazati)는 2022년 12월 승인됐습니다. KRYSTAL-1에서 폐암 ORR은 약 43%였고(Mirati·BMS), 차별점은 중추신경계 침투였습니다. 뇌 전이가 흔한 폐암에서 두개내 반응까지 보였거든요(두개내 ORR 약 33%). 2024년 6월에는 대장암에서 항EGFR 항체 cetuximab과의 병용이 추가 승인됐습니다(ORR 약 34%).
공통의 한계 — 빠른 내성과 실망스러운 매출. 두 약 모두 '첫 성공'이었지만, 상업적으로는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Lumakras 매출은 2025년 약 3.6억 달러, Krazati는 2024년 약 2억 달러 수준으로(Amgen·BMS 실적), 두 first-in-class 표적항암제 합계가 연 6억 달러 안팎에 머물렀죠.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대상 환자군이 좁고(폐암 G12C만), 반응이 오래가지 못하며, 무엇보다 내성이 몇 달 안에 왔습니다. KRAS를 껐다 해도 상류의 수용체 티로신 인산화효소(RTK)–SHP2–SOS1 신호가 새 KRAS 단백질에 다시 GTP를 채워 회로를 되살리거든요. 스위치를 하나 꺼도, 세포가 곧 여벌 스위치를 켜는 셈입니다.
4. 정면승부 — divarasib, 1세대를 직접 이기다

[그림 2]에 1세대에서 차세대, pan-RAS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의 진화를 정리했습니다. 그 흐름의 첫 변곡점이 divarasib입니다.
더 선택적으로, 더 강하게. Roche·Genentech의 divarasib(코드명 GDC-6036)도 스위치Ⅱ 포켓에 공유결합하는 G12C 억제제라는 점은 1세대와 같습니다. 다르게 설계된 건 선택성과 효력이죠. 1상 GO42144에서 divarasib 단독 폐암 반응률은 약 53%, 무진행생존 중앙값은 약 13개월로(NEJM 2023; 후속 분석에서 각각 약 59%·15개월대), 1세대의 6~7개월대 PFS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이 초기 데이터가 정면대결의 명분이 됐습니다.
Krascendo 1 — 1세대를 상대로 한 3상 head-to-head. 신약이 기존 표준요법이 아니라 같은 계열의 승인약을 직접 상대로 3상을 거는 건 드문 일입니다. divarasib는 그걸 했습니다. Krascendo 1(NCT06497556)은 2차 치료 KRAS G12C 폐암 환자 약 338명을 divarasib 대 sotorasib 또는 adagrasib로 무작위 배정한 3상이었죠. 2026년 7월 Roche·Genentech는 이 시험이 1차 종점인 PFS와 핵심 2차 종점인 OS 모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우월성을 보였고 새로운 안전성 신호는 없었다고 발표했습니다(Genentech·Roche 보도자료, 2026-07). 다만 여기서 정직하게 짚을 게 있습니다 — 이 발표는 topline이라, 위험비(HR)나 생존 개월 수 같은 구체적 수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방향은 확인됐지만 크기는 학회 발표를 기다려야 하죠.
그래도 의미는 큽니다. G12C 계열 안에서 '세대 교체'가 데이터로 증명됐다는 뜻이니까요. 같은 표적, 같은 결합 방식이라도 분자를 더 잘 다듬으면 임상 결과가 달라진다 — 이것이 divarasib가 남긴 메시지입니다. 여기에 Eli Lilly의 olomorasib(코드명 LY3537982)도 가세했습니다. 이쪽은 1차 폐암에서 면역항암제 pembrolizumab과 병용하는 3상(SUNRAY-01)을 돌리며 후보를 1차 치료로 밀어 올리는 중이고, 미국에서 혁신치료제 지정을 받았습니다(아직 3상 결과 없음).
5. pan-RAS 혁명 — 변이 하나가 아니라 RAS 전체를
G12C를 아무리 잘 물어도, 그건 KRAS 변이의 일부일 뿐입니다. 췌장암을 지배하는 G12D나 다른 변이는 손대지 못하죠. 그래서 판을 더 크게 흔드는 접근이 등장했습니다 — 변이 하나가 아니라 RAS 자체를 겨누는 pan-RAS·다중선택(multi-selective) 억제제입니다.
daraxonrasib — 켜진 RAS를 통째로 잡는다. Revolution Medicines의 daraxonrasib(코드명 RMC-6236)는 발상이 다릅니다. 세포 안 단백질 cyclophilin A와 삼중복합체를 이뤄, 활성화된(ON, GTP 결합) 상태의 RAS를 붙잡아 하류 신호를 끊죠. 특정 변이 하나가 아니라 KRAS·NRAS·HRAS의 여러 흔한 변이(G12·G13·Q61)를 폭넓게 겨눕니다. 이른바 RAS(ON) 억제제입니다.
이 접근의 진가는 췌장암에서 나왔습니다. 3상 RASolute 302(NCT06625320)는 앞선 치료에 실패한 전이성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daraxonrasib와 항암화학요법을 맞붙였는데, 2026년 결과가 이랬습니다.
- 전체생존(OS): 중앙값 13.2개월 vs 6.7개월, 사망 위험 60% 감소(RAS G12 집단 HR 0.40, P<0.0001).
- 무진행생존(PFS): 7.3개월 vs 3.5개월(HR 0.45).
췌장암에서 생존을 거의 두 배로 늘린 겁니다(Revolution Medicines·ASCO, 2026). 지난 수십 년간 표적치료가 좀처럼 통하지 않던 암에서 나온 결과라, 학계가 '전환점'이라 부를 만했죠. daraxonrasib는 이미 1차 췌장암(RASolute 303)과 폐암(RASolve 301, docetaxel 대조) 등 여러 3상을 동시에 돌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뒤를 받치는 파이프라인. Revolution Medicines는 daraxonrasib 하나로 끝이 아닙니다. G12D만 겨누는 zoldonrasib(RMC-9805), 1세대와 달리 켜진 상태의 G12C를 무는 차세대 elironrasib(RMC-6291)까지, RAS(ON) 계열 세 개를 나란히 굴리며 서로 병용하는 조합까지 시험 중이죠(모두 초기 임상, 혁신치료제 지정). 여기에 BridgeBio 계열의 BBO-8520(G12C의 ON·OFF 두 상태를 동시에 무는 공유결합제)과 pan-KRAS 후보 BBO-11818이 가세하면서, 전선은 'G12C 한 점'에서 'RAS 전체 지형'으로 넓어졌습니다.
6. 경쟁 구도·딜·시장 — 자본은 어디에 베팅했나

[그림 3]에 2026년 두 변곡점과 리더 지형을 정리했습니다. KRAS는 이제 특정 회사의 틈새가 아니라 대형 종양학 격전지입니다.
리더는 갈렸습니다. 1세대를 쥔 쪽은 Amgen(sotorasib)과 Bristol Myers Squibb(adagrasib), 차세대 G12C의 선두는 Roche·Genentech(divarasib)와 Eli Lilly(olomorasib)입니다. 그리고 판 전체를 흔드는 pan-RAS·다중선택의 왕좌엔 Revolution Medicines가 앉아 있죠 — 차세대 G12C·G12D·pan-RAS를 한꺼번에 쥔 유일한 회사입니다. 여기에 BridgeBio가 ON·OFF 이중 억제와 pan-KRAS로 도전장을 냈습니다.
가장 큰 딜은 '성사되지 않은' 딜입니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2026년 초, Merck가 Revolution Medicines 인수를 두고 협상을 벌였지만 결렬됐습니다. 거론된 금액은 300억 달러 안팎으로 알려졌는데(Pharmaceutical Technology 등 보도, 2026-01), 밸류에이션 이견으로 무산됐죠. 대신 Revolution Medicines는 Royalty Pharma로부터 최대 20억 달러의 유연한 자금을 확보하며 독자 개발을 이어 갑니다. 빅파마가 관심은 있으나 값에서 갈렸다는 신호이자, pan-RAS 자산의 몸값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시장 규모는 범위로 읽어야 합니다. KRAS 표적치료 시장 추정치는 기관마다 크게 갈립니다. 현재는 대략 연 5억~수십억 달러 수준이고, 2030년대 초에는 대략 30억~100억 달러대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추정치·범위, 애널리스트별 편차 큼), 이 숫자의 향방은 지금의 G12C 단독약이 아니라 pan-KRAS·G12D가 성공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1세대의 실망스러운 매출이 보여 줬듯, KRAS 시장의 크기는 '변이 하나'가 아니라 '얼마나 넓은 RAS 변이를, 얼마나 오래 억제하느냐'가 결정할 겁니다.
7. 과학·규제·리스크 — 약속과 관문 사이
돌파구가 열렸다고 관문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오히려 여기서부터가 진짜 시험이죠.
내성 — KRAS를 꺼도 세포는 여벌 스위치를 켠다. G12C 억제제의 가장 큰 적은 빠른 내성입니다. 앞서 말한 RTK–SHP2–SOS1 되먹임이 KRAS에 다시 GTP를 채우고, 때로는 KRAS에 2차 변이가 생기거나 아예 다른 우회로가 켜집니다. 그래서 이 분야의 큰 축은 병용입니다 — SHP2 억제제나 SOS1 억제제로 상류를 함께 막아 되살아남을 늦추는 전략이죠. divarasib가 SHP2 억제제 migoprotafib와의 병용에서 반응률 약 44%·PFS 약 15개월을 보인 것도(AACR 2025) 이 논리 위에 있습니다.
pan-RAS의 딜레마 — 정상 RAS까지 건드린다. daraxonrasib처럼 여러 RAS를 폭넓게 잡는 약은 강력한 만큼 정상 세포의 RAS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암세포만 골라 무는 G12C 억제제와 달리, pan-RAS는 안전역(therapeutic window)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죠. RASolute 302에서 관리 가능한 안전성을 보였다지만, 더 넓은 환자군과 장기 투약에서 정상 조직 독성이 어떻게 나타날지는 계속 지켜봐야 합니다.
췌장암이라는 난제. daraxonrasib의 성과가 값진 이유는 상대가 췌장암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래서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췌장암은 종양 미세환경이 촘촘하고 내성이 빠른 암이라, OS를 두 배로 늘렸다 해도 완치와는 거리가 멉니다. 이 성과가 1차 치료(RASolute 303)와 병용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가 다음 관문입니다.
규제의 교훈 — 반응률만으로는 부족하다. sotorasib의 가속승인이 정식 승인으로 이어지지 못한 사건은(OS 미달·3상 설계 논란) 분명한 신호를 남겼습니다. FDA는 이제 KRAS 약에 탄탄한 생존 데이터와 잘 설계된 3상을 요구합니다. 반대로 divarasib가 굳이 1세대와의 head-to-head를 택하고 RASolute 302가 OS를 1차 종점으로 삼은 건, 이 교훈을 정면으로 받은 설계라 할 만합니다. 참고로 KRAS를 '억제'가 아니라 PROTAC으로 '분해'하려는 시도도 진행 중이지만,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8. 연구자의 시각 — 진짜 뉴스는 'G12C 승리'가 아니라 'RAS 지형이 열렸다'는 것
여기부터는 개인 의견입니다(근거에 기반하되, 해석입니다).
한 줄 인사이트 — 2026년 KRAS의 진짜 뉴스는 'divarasib가 1세대를 이겼다'가 아니라, 'RAS라는 지형 전체가 처음으로 약의 사정권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divarasib의 승리는 G12C라는 한 점을 더 깊게 판 성과지만, daraxonrasib가 췌장암에서 낸 결과는 40년간 닫혀 있던 RAS 전체의 문을 연 사건이다. 앞으로의 승부는 '누가 G12C를 더 잘 무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넓은 RAS 변이를, 정상 조직을 덜 건드리며, 내성보다 오래 억제하느냐'에서 갈릴 것이다.
저는 이 분야를 볼 때 '표적의 넓이'와 '안전역'을 두 축으로 놓고 봅니다. 1세대 G12C의 실망은 약이 나빠서가 아니라, 겨눈 과녁이 좁고(폐암 G12C) 내성이 빨랐기 때문입니다. divarasib는 그 과녁을 '더 깊게' 팠고, daraxonrasib는 과녁을 '더 넓게' 벌렸습니다. 둘 다 진보지만, 판을 바꾸는 쪽은 후자라고 봅니다 — 췌장암·대장암을 지배하는 G12D까지 사정권에 넣기 때문이죠.
특히 과소평가된 지점은 Merck–Revolution 딜의 무산이라고 봅니다. 흔히 '딜이 깨졌다'를 부정적 신호로 읽지만, 저는 반대로 봅니다. 300억 달러대에서도 가격이 안 맞았다는 건, 파는 쪽이 pan-RAS 자산의 가치를 그만큼 높게 본다는 뜻이거든요. 자본은 이미 'RAS 전체'가 다음 대형 종양학 시장임을 알고 있고, 다만 그 값을 두고 줄다리기 중입니다.
그래서 제가 보는 진짜 승부처는 'pan-RAS의 안전역'과 'G12D의 정복'입니다. G12C는 이제 증명된 표적이고 경쟁이 붐빕니다. 하지만 췌장암을 지배하는 G12D를 안전하게, 오래 억제하는 약을 먼저 내놓는 팀이 이 시장의 다음 장을 씁니다. Revolution Medicines가 앞서 있지만, BridgeBio를 비롯한 도전자들이 ON·OFF 이중 억제 같은 다른 각도로 붙고 있어 승부는 아직 열려 있죠.
결국 지금의 KRAS는 '언드러거블이 틀렸음을 증명한 단계'에서 '어느 RAS까지, 얼마나 안전하게 정복하느냐의 경쟁'으로 넘어가는 중입니다. 40년의 벽을 허문 건 이미 지난 뉴스입니다. 남은 질문은, 그 허물어진 자리에 누가 가장 넓고 튼튼한 다리를 놓느냐입니다.
9. 전략적 시사점 — 누구에게 어떤 의미인가
- 바이오텍·창업자에게. KRAS는 이제 'G12C를 되느냐'가 아니라 '무엇으로 차별화하느냐'의 싸움입니다. 붐비는 G12C 단독보다, G12D·pan-KRAS·ON/OFF 이중 억제, 그리고 내성을 늦추는 병용(SHP2·SOS1)과 안전역 설계가 실전 승부처죠. 1세대의 좁은 매출은 '표적이 흔하다≠시장이 크다'를 보여 준 경고입니다.
- 투자 진영에게. 세대·기전을 갈라 읽어야 합니다. G12C 단독은 이미 경쟁이 붐비고 매출이 검증된 반면(1세대 합계 연 6억 달러대), pan-RAS·G12D는 잠재력이 크되 안전역이라는 리스크를 안습니다. divarasib의 topline은 방향만 확인됐을 뿐 구체 수치가 미공개임을, RASolute 302의 OS 2배는 췌장암이라는 난치 맥락임을 함께 봐야 실사가 정확합니다.
- 연구자·대학원생에게. KRAS는 화학생물학의 최고 교재입니다. 왜 undruggable이었는지(매끄러운 표면·GTP 초친화), 어떻게 뚫렸는지(스위치Ⅱ 포켓·공유결합), 왜 내성이 오는지(RTK–SHP2–SOS1 되먹임), ON/OFF 상태 표적화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면 현대 표적치료의 지도가 손에 잡히죠. 저분자 의약품의 규칙과 함께 보면 더 선명합니다.
- 한국 바이오·정책 진영에게. KRAS는 이중항체·유전자편집처럼 한국이 뒤늦게라도 붙을 수 있는 저분자 영역입니다. 다만 교훈은 분명합니다 — 좁은 표적·반응률만으로는 글로벌 시장도, FDA의 정식 승인도 열리지 않습니다. 넓은 RAS 변이를 겨누되 안전역과 생존 데이터로 증명하는 설계가 선결 과제입니다.
40년간 KRAS는 '못 만드는 약'의 상징이었습니다. 2026년, 그 상징이 무너졌죠 — G12C를 더 깊게 판 divarasib로, RAS 전체를 겨눈 daraxonrasib로. 하지만 언드러거블을 정복했다는 선언은 아직 이릅니다. 내성·병용·안전역이라는 관문이 남아 있고, 가장 흔한 변이 G12D는 이제 막 사정권에 들어왔을 뿐이니까요. 어느 팀이 그 관문을 먼저 넘느냐 — 거기서 'RAS를 겨누는 약'의 다음 장이 쓰일 겁니다.
10. 다음 학습 추천
- 💊 저분자 의약품이란? — Lipinski·경구 흡수·표적 — KRAS 억제제가 왜 '결합 주머니'에 목매는지, 저분자의 규칙과 표적 선택으로(기전 배경)
- 🧬 PROTAC이란? — '억제'가 아니라 '분해'하는 약 — KRAS를 막는 대신 없애려는 분해 접근, 억제의 한계를 넘는 다른 각도로(대안 모달리티)
- 🔬 이중특이항체·T세포 인게이저 시장 · 유전자편집 치료제의 상업화 — 저분자 옆에서 종양학을 재편 중인 다른 모달리티들의 상업화 지도(모달리티 비교)
References
- KRAS 언드러거블·스위치Ⅱ 포켓 — KRAS는 인간 암에서 가장 흔한 변이 종양유전자이나 매끄러운 표면·GTP 초고친화로 오래 undruggable; 2013년 Ostrem·Shokat 등이 G12C 변이 시스테인을 이용한 스위치Ⅱ 포켓 공유결합 전략을 규명(모든 승인 G12C 약의 출발점). (Ostrem et al., "K-Ras(G12C) inhibitors allosterically control GTP affinity and effector interactions," Nature 2013;503:548–551.)
- KRAS 변이 역학 — 췌장암(PDAC) 약 90%, 대장암 약 40%, 비소세포폐암 약 25~30%에서 KRAS 변이; G12C는 폐암에서 최다(KRAS 변이 폐암의 약 40%), G12D는 전체 최다이며 췌장암 우세(데이터셋별 편차, 대략 범위). ("KRAS: molecular epidemiology," Cancer Metastasis Rev 2020.)
- sotorasib(Lumakras, AMG 510) — 2021년 5월 28일 FDA 가속승인(KRAS G12C NSCLC 2차 이상); CodeBreaK 100 ORR 약 36%·PFS 약 6.8개월; CodeBreaK 200(vs docetaxel) PFS 5.6 vs 4.5개월(HR 0.66, P=0.002)이나 OS 무차이(10.6 vs 11.3개월, HR 1.01); 2023년 12월 정식 승인 전환 보류. (FDA "sotorasib approval" 2021; de Langen et al., CodeBreaK 200, Lancet 2023.)
- adagrasib(Krazati, MRTX849) — 2022년 12월 12일 FDA 가속승인(KRAS G12C NSCLC); KRYSTAL-1 폐암 ORR 약 43%·두개내 반응 약 33%(CNS 침투); 2024년 6월 21일 대장암 cetuximab 병용 추가 승인(ORR 약 34%). (ASCO Post "adagrasib approval" 2022; FDA "adagrasib + cetuximab CRC" 2024.)
- divarasib(GDC-6036) 1상 — 공유결합 KRAS G12C 억제제; 1상 GO42144 단독 폐암 ORR 약 53%·PFS 약 13개월(후속 분석 약 59%·15개월대), 대장암 단독 ORR 약 29%. (Sacher et al., "Single-Agent Divarasib," NEJM 2023.)
- Krascendo 1 3상 topline — divarasib 대 sotorasib 또는 adagrasib, 2차 치료 KRAS G12C NSCLC(약 338명, NCT06497556); 2026년 7월 PFS(1차)·OS(핵심 2차) 모두 우월성 도달, 새 안전성 신호 없음 발표 — 단, HR·중앙값 등 구체 수치는 미공개(학회 발표 대기). (Genentech press release 2026-07-01; Roche release 2026-07-02; ClinicalTrials.gov NCT06497556.)
- daraxonrasib(RMC-6236)·RASolute 302 — pan-RAS(ON) 다중선택 억제제(cyclophilin A 삼중복합체, KRAS/NRAS/HRAS G12·G13·Q61); 3상 RASolute 302(전이성 췌장암 2차, NCT06625320): OS 중앙값 13.2 vs 6.7개월(RAS G12 HR 0.40, P<0.0001), PFS 7.3 vs 3.5개월(HR 0.45), 2026년 topline·ASCO 발표. (Revolution Medicines "RASolute 302 topline" 2026; ASCO press release 2026.)
- Revolution Medicines 파이프라인 — zoldonrasib(RMC-9805, KRAS G12D(ON), 1상·혁신치료제 지정), elironrasib(RMC-6291, 차세대 KRAS G12C(ON) 공유결합, 1/2상·daraxonrasib 병용), daraxonrasib 추가 3상 RASolute 303(1차 췌장암)·RASolve 301(NSCLC vs docetaxel). (Revolution Medicines "zoldonrasib initial data" 2025; ClinicalTrials.gov NCT06881784 (RASolve 301).)
- BridgeBio KRAS·Merck 딜 무산 — BBO-8520(KRAS G12C ON·OFF 이중 공유결합, 1상 ONKORAS-101·Fast Track), BBO-11818(pan-KRAS ON·OFF, 1상·PDAC Fast Track); 2026년 초 Merck의 Revolution Medicines 인수 협상(약 300억 달러대 거론)이 밸류에이션 이견으로 결렬, 대신 Royalty Pharma 최대 20억 달러 자금 확보. (BBO-8520, Cancer Discovery 2025; "MSD ends talks with Revolution Medicines," Pharmaceutical Technology 2026.)
- 내성·병용·시장 — G12C 단독은 RTK–SHP2–SOS1 되먹임으로 빠른 적응 내성 → SHP2·SOS1 억제제 병용(divarasib + migoprotafib ORR 약 44%·PFS 약 15개월, AACR 2025); 1세대 매출은 Lumakras 2025년 약 3.6억 달러·Krazati 2024년 약 2억 달러로 제한적; KRAS 표적치료 시장은 현재 수억~수십억 달러대에서 2030년대 초 약 30억~100억 달러대로 성장 전망(애널리스트별 편차 큰 추정). (divarasib + migoprotafib, AACR 2025; Amgen FY2024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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