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RNA 치료제 — saRNA·circRNA가 여는 mRNA 다음 세대

TL;DR — 코로나가 증명한 mRNA는 이제 '1세대'가 됐습니다. 그 다음 세대로 두 모달리티가 올라옵니다. 자가증폭 RNA (self-amplifying RNA, saRNA)는 세포 안에서 스스로를 복제해 적은 용량으로 오래·많이 발현하고, 원형 RNA (circular RNA, circRNA)는 끝이 없는 고리 구조로 분해에 강하고 오래 버팁니다. 백신을 넘어 종양·자가면역·생체 내 CAR-T로 확장하는 흐름이죠.

이 글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saRNA는 이미 승인 제품⁠(KOSTAIVE)까지 나온 임상 선두, circRNA는 안정성을 무기로 이제 막 초기 임상에 진입한 추격자입니다. 저용량·지속발현이라는 무기는 진짜지만, 관문도 분명합니다 — 자기증폭이 부르는 반응원성⁠(reactogenicity), 그리고 규제. 실제로 미국 FDA는 KOSTAIVE에 추가 유효성 시험을 요구해 미국 허가가 지연됐습니다. 2026년이 이 판의 변곡점이 될 이유와, 아직 남은 벽을 승인·기업·딜의 지도로 짚습니다.

※ 본 글은 FDA·EMA 등 규제기관 발표, 기업 IR·보도자료, 동료심사 리뷰, 시장조사 보고서에 근거한 분석이며 투자·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신생 시장 특성상 정밀한 규모 대신 범위·추정으로 제시하고, 기업·기관 주장은 출처를 명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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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이미지. 기존 mRNA(선형·일시적)에서 saRNA(스스로 복제해 저용량 지속)와 circRNA(끝이 없는 고리로 안정)로 진화하는 차세대 RNA.

1. 핵심 요약 — mRNA 다음 세대는 '적게 넣고 오래 가는' RNA

RNA 치료제 이야기는 보통 코로나 mRNA 백신의 성공에서 시작합니다. 그럴 만합니다. mRNA 백신은 병원체 유전정보를 세포에 전달해 스스로 항원을 만들게 하는, 유례없이 빠른 플랫폼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 글이 주목하는 건 그 다음입니다. 기존 mRNA가 안고 있던 두 약점 — 발현이 짧고, 그래서 용량을 많이 넣어야 한다는 점 — 을 구조 자체로 넘겠다고 나선 두 모달리티가 나란히 올라오고 있다는 것.

두 방식의 발상은 결이 다릅니다. saRNA는 알파바이러스⁠(alphavirus)에서 따온 복제효소⁠(replicase)를 함께 실어, 세포 안에서 RNA가 자기 자신을 복제하도록 만듭니다. 한 번 들어간 유전정보가 세포 안에서 불어나니, 적은 용량으로도 오래·많이 항원을 찍어내죠. circRNA는 한 걸음 다른 방향입니다. 5′·3′ 말단을 없애 공유결합으로 닫힌 고리⁠(covalently closed loop)로 만들어, 말단을 노리는 분해효소⁠(exonuclease)의 공격을 피합니다. 그 결과 선형 mRNA보다 훨씬 안정하고 오래 버티죠.

2026년이 변곡점으로 꼽히는 이유는 이 두 흐름이 서로 다른 단계에서 나란히 임상 현실로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saRNA에서는 Arcturus·CSL의 KOSTAIVE (ARCT-154)가 세계 최초로 승인된 자가증폭 mRNA COVID 백신이 됐고, circRNA에서는 CirCode Biomed의 HM2002가 세계 최초로 사람에게 투여된 circRNA 신약이 됐습니다. 하나는 이미 시판, 다른 하나는 갓 임상에 발을 들인 셈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이 글의 주장이 갈립니다. 흔히 '차세대'라는 말에 두 모달리티를 뭉뚱그리지만, 둘의 성숙도는 전혀 다릅니다. saRNA는 Phase 3와 승인 제품까지 온 임상 선두이고, circRNA는 안정성이라는 무기로 이제 막 초기 임상에 진입한 추격자입니다. 그리고 앞선 saRNA조차 관문이 남았습니다 — 자기증폭이 부르는 반응원성, 그리고 규제. 무엇이 정말 앞섰고 무엇이 여전히 막혀 있는지, 구조와 승인의 지도로 갈라 봅니다.

2. 배경 — 기존 mRNA는 왜 '많이·자주' 넣어야 했나

전환이 일어난 건 우연이 아닙니다. 코로나 mRNA 백신이 성공했음에도, 기존 비복제 mRNA (non-replicating mRNA)가 구조적으로 안고 있던 한계가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발현이 짧고, 그래서 용량이 크다. 기존 mRNA는 세포에 들어가면 그대로 번역돼 단백질을 만들고는 며칠 안에 분해됩니다. 한 분자가 만드는 단백질 총량이 제한적이니, 충분한 면역반응을 얻으려면 애초에 많은 양의 mRNA를 넣어야 했죠. 코로나 백신이 한 회분에 수십 마이크로그램⁠(µg) 단위의 mRNA를 쓴 배경입니다. 용량이 크면 원료·제조 부담이 커지고, 지질나노입자⁠(LNP)에 실어야 하는 부담과 국소 반응원성도 함께 올라갑니다.

선형 mRNA는 태생적으로 불안정하다. 기존 mRNA는 양 끝에 5′ 캡⁠(cap)과 3′ 폴리A 꼬리⁠(poly-A tail)를 달아 안정성과 번역효율을 겨우 확보합니다. 그런데 이 말단이야말로 세포 안 분해효소의 표적입니다. 말단이 조금씩 깎여 나가면 mRNA는 빠르게 무너지죠. 냉동 유통⁠(cold chain)이 까다로운 것도 이 불안정성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구조를 바꿨다. saRNA와 circRNA는 이 두 약점을 각각 다른 지점에서 공략합니다. saRNA는 '한 번 넣은 걸 세포 안에서 불리자'는 발상으로 용량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합니다. circRNA는 '말단이 약점이면 말단을 없애자'는 발상으로 안정성 문제를 구조로 풉니다. 하나는 발현의 양·지속을, 다른 하나는 분자의 수명을 노린 셈이죠.

이 두 흐름의 공통점은, 모두 기존 mRNA가 증명한 '유전정보를 약으로 쓴다'는 원리를 더 적은 용량·더 긴 지속으로 확장하려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Arcturus·Strand 같은 saRNA 진영과 Orna·Sail 같은 circRNA 진영이, 서로 다른 구조로 같은 목표를 향합니다.

3. saRNA vs circRNA vs 기존 mRNA — 구조와 기전을 한눈에

그림 1. 구조·복제·번역·용량·안정성으로 본 기존 mRNA (선형·일시적·고용량)·saRNA (자기복제·저용량·지속)·circRNA (원형·안정·캡 비의존) 비교.

[그림 1]에 세 RNA를 구조·복제·번역·용량·안정성으로 비교했습니다. 경쟁 구도를 보기 전에 이 지도가 먼저입니다.

기존 mRNA — 선형·일시적·고용량. 5′ 캡과 3′ 폴리A 꼬리를 단 선형 가닥입니다. 세포에 들어가면 리보솜이 캡을 인식해 곧바로 번역하지만, 스스로 복제하지 못하고 며칠이면 분해됩니다. 발현이 짧고 강도가 제한적이라, 충분한 반응을 얻으려면 용량을 많이 써야 하죠. 검증은 가장 많이 됐지만⁠(코로나 백신), 구조적 여유는 가장 적습니다.

saRNA — 자기복제·저용량·지속. 항원 유전정보에 더해 알파바이러스 복제효소⁠(replicase, nsP1–4)를 함께 인코딩합니다. 세포 안에서 이 복제효소가 원본 RNA를 주형 삼아 스스로 사본을 만들어내므로, 소량만 넣어도 항원이 오래·많이 발현됩니다. 기존 mRNA보다 수 배~수십 배 낮은 용량으로 비슷하거나 더 강한 면역을 노릴 수 있죠 — 실제로 KOSTAIVE는 기존 백신⁠(Comirnaty)의 약 6분의 1 용량⁠(5 µg)으로 승인됐습니다. 다만 RNA 길이가 길어지고⁠(복제효소만 약 7 kb), 자기증폭 과정이 세포의 선천면역⁠(innate immunity)을 강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입니다.

circRNA — 원형·안정·캡 비의존. 5′·3′ 말단을 이어붙여 끝이 없는 고리로 만든 RNA입니다. 말단이 없으니 말단을 노리는 분해효소가 손대지 못해, 선형 mRNA보다 반감기가 길고 안정합니다. 캡이 없어 일반적인 캡 의존 번역은 못 하지만, 내부 리보솜 진입부위⁠(internal ribosome entry site, IRES)나 m6A 같은 요소로 캡 없이도 번역합니다. 스스로 복제하진 않지만, 오래 남아 꾸준히 단백질을 찍어내는 '지구력'이 강점이죠.

핵심 차이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기존 mRNA는 '많이 넣고 짧게', saRNA는 '적게 넣고 스스로 불려서 오래', circRNA는 '말단을 없애 오래 버티며'. 기존 mRNA의 '고용량·단기 발현'이라는 약점을, saRNA는 자기복제로, circRNA는 원형 안정성으로 각각 다르게 넘은 셈입니다.

4. 경쟁 구도 — 누가 어떤 구조·표적·자본으로 뛰어들었나

그림 2. saRNA 진영⁠(Arcturus·CSL·Strand·HDT Bio)과 circRNA 진영⁠(Orna·Sail·CirCode·Circio) — 회사·모달리티·표적·단계.

[그림 2]에 주요 기업·모달리티·표적·단계를 정리했습니다. 크게 saRNA 진영⁠(임상 선두)circRNA 진영⁠(안정성 추격)으로 갈립니다.

① Arcturus Therapeutics · CSL — saRNA 상업화의 선두. KOSTAIVE (ARCT-154, 성분명 zapomeran)로 세계 최초의 자가증폭 mRNA COVID 백신 타이틀을 가진 진영입니다. Arcturus의 saRNA 기술을 CSL (CSL Seqirus)이 상업화 파트너로 잡았죠. KOSTAIVE는 2023년 11월 일본에서 세계 최초로 승인됐고, 2025년 2월 유럽연합⁠(EC·EMA), 2026년 1월 영국⁠(MHRA)으로 승인이 이어졌습니다 (CSL·Arcturus, 2023–2026). 승인 근거로 기존 mRNA 백신⁠(Comirnaty) 대비 12개월 시점 우월한 면역원성을 보고했고요 (Lancet Infect Dis, 2024). Arcturus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인플루엔자 saRNA 백신 등으로 파이프라인을 넓히고 있습니다.

② Strand Therapeutics — saRNA를 종양으로. 백신을 넘어 암 치료로 saRNA를 미는 대표 주자입니다. 주력 STX-001 (saRNA-IL-12)은 강력한 항암 사이토카인 IL-12 (인터류킨-12)를 saRNA로 종양 안에서 국소적으로·지속적으로 발현시키는 접근입니다. IL-12는 전신 투여 시 독성이 커 번번이 좌절했는데, saRNA의 국소 지속발현으로 그 벽을 넘겠다는 발상이죠. 흑색종⁠(melanoma)·삼중음성유방암⁠(triple-negative breast cancer, TNBC) 등 고형암에서 종양 내 투여 Phase 1을 진행하며 2025년 ASCO에서 초기 데이터를 냈습니다 (Strand, 2025).

③ saRNA 백신 진영의 확장. saRNA는 감염병 백신 전반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Immorna는 대상포진⁠(herpes zoster) saRNA 백신을, Replicate Bioscience는 광견병⁠(rabies) 등을 개발하고, HDT Bio의 repRNA·LION 플랫폼은 인도에서 GEMCOVAC로 최초의 허가 saRNA 플랫폼이 됐습니다⁠(KOSTAIVE가 '최초의 승인 sa-mRNA COVID 백신'인 것과는 구분되는 이정표). 저용량이라는 무기가 백신 공급·원가에서 특히 매력적이라, 팬데믹 대비·중저소득국 공급 맥락에서 주목받죠.

④ Orna Therapeutics — circRNA + 빅파마 파트너십. circRNA 진영의 간판입니다. 자체 oRNA (원형 RNA) + LNP 플랫폼을 앞세워, 2022년 8월 Merck (MSD)와 대형 협업을 맺었습니다 — 선급금 1.5억 달러⁠(USD)에 마일스톤 최대 35억 달러, 지분투자 1억 달러 규모입니다 (Merck·Orna, 2022). 2024년 5월에는 LNP 전달·유전자편집 역량을 갖춘 ReNAgade Therapeutics를 인수해 전달 기술을 보강했고요. 대표 프로그램 panCAR생체 내⁠(in vivo) CAR를 circRNA로 구현해 종양·자가면역을 노립니다. Merck 협업은 유지되고 있으나 공개 진척은 조용한 편입니다.

⑤ Sail Biomedicines — Flagship의 circRNA 베팅. Flagship Pioneering가 circRNA 회사 Laronde (eRNA=circRNA)와 전달 회사 Senda Biosciences를 2023년 10월 합병해 만든 회사로, 합산 투자 7억 달러 이상이 투입됐습니다. circRNA에 프로그래머블 전달을 결합해 생체 내 eRNA CAR-T (SAIL-0804) 등을 밀고 있는데, 아직 전임상⁠(IND-enabling) 단계입니다 — 임상 진입 전이라는 점이 saRNA 선두와 대비됩니다.

⑥ circRNA의 초기 임상 진입 — Circio · CirCode. Circio Holding (노르웨이 오슬로, OSE:CRNA)은 circVec—circRNA를 AAV·DNA 벡터로 실어 유전자치료에 쓰는 접근으로, 기존 대비 반감기·발현량을 크게 높였다고 보고합니다. 무엇보다 CirCode Biomed (중국 상하이)의 HM2002 (circRNA-VEGF, 허혈성 심장병)2024년 9월 세계 최초로 사람에게 투여된 circRNA 신약이 됐고, 2025년 1월 중국 NMPA, 2026년 미국 FDA의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습니다. circRNA는 이제 순수 전임상 단계를 벗어나 초기 임상에 발을 들였습니다 — 다만 승인 제품은 아직 하나도 없습니다.

정리하면, 이 분야는 '승인 제품까지 온 saRNA 선두⁠(Arcturus·CSL)', '종양·백신으로 확장하는 saRNA 후속⁠(Strand·Immorna·HDT Bio 등)', 그리고 안정성을 무기로 초기 임상에 갓 진입한 circRNA 추격자⁠(Orna·Sail·CirCode)'의 세 겹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5. 과학·규제 — 되는 것과 아직 막혀 있는 것

[그림 3]의 리스크 박스가 보여 주듯, 이 분야는 구조적 강점과 반응원성·규제라는 벽을 동시에 안고 있습니다. 근거와 한계를 갈라 봐야 합니다.

되는 것 — 저용량·지속발현·안정성. saRNA의 가장 큰 성취는 용량을 크게 낮추면서 발현을 오래 끄는 것입니다. 자기복제 덕에 기존 mRNA의 약 6분의 1 용량⁠(KOSTAIVE 5 µg vs Comirnaty 30 µg)으로도 충분한 면역을 유도했고, 12개월 시점 우월한 면역원성을 보고한 게 그 증거입니다. circRNA는 말단을 없앤 원형 구조로 분해에 강해 선형 mRNA보다 오래 단백질을 발현합니다. 두 구조 모두 '기존 mRNA를 그대로 두고는 못 넘던 한계'를 실제로 넘었죠.

아직 막혀 있는 것 — 반응원성이라는 플랫폼 공통 리스크. 반면 대가도 있습니다. saRNA의 자기증폭 과정은 세포 안에서 이중가닥 RNA (dsRNA) 중간체를 만들고, 이는 세포의 선천면역 센서⁠(PKR·RIG-I 등)를 자극해 I형 인터페론⁠(type I interferon) 반응을 일으킵니다. 면역을 깨우는 '자기보조제⁠(self-adjuvant)' 효과가 저용량의 원천이지만, 과활성되면 발열·통증 같은 반응원성으로 이어지거나 자기복제 자체를 억눌러 발현을 떨어뜨릴 수 있죠. 이는 특정 제품의 결함이 아니라 saRNA 플랫폼 전반의 기전적 양날입니다 — KOSTAIVE 자체는 저용량에서 내약성이 양호했지만, 플랫폼 차원의 균형점은 여전히 이 분야의 숙제입니다. circRNA도 원형화가 불완전하거나 불순물이 남으면 면역원성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정밀한 정제·품질관리가 관건입니다.

제조와 데이터의 벽. 구조가 복잡해진 만큼 제조도 까다롭습니다. saRNA는 RNA가 길어 온전한 전장⁠(full-length) RNA를 대량으로 만드는 것이 쉽지 않고, circRNA는 선형 전구체를 정확히 고리로 잇고⁠(원형화) 남은 선형·부산물을 걷어내는 정제 공정이 핵심 난제입니다. 여기에 circRNA는 아직 임상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 초기 임상에 갓 진입했을 뿐, 유효성·안전성을 넓게 입증한 사례가 없죠.

규제 — KOSTAIVE의 미국 지연이라는 실사례. 규제는 이 판의 가장 생생한 리스크를 보여 줍니다. KOSTAIVE는 일본·EU·영국에서 승인됐지만, 미국 FDA는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FDA가 임상 유효성⁠(clinical efficacy endpoint) 시험을 추가로 요구하면서⁠(2025년 9월 제출 연기·10월 추가 데이터 요구), 미국 생물학적제제 허가신청⁠(BLA)이 정식 제출 전 단계에서 무기한 지연됐죠 (Arcturus·CSL, 2025). 여기서 유의할 점은, FDA가 요구한 것이 이미 확보된 면역원성 데이터가 아니라 임상 유효성 그 자체였다는 겁니다. 유럽·일본에서 열린 문이 미국에서는 열리지 않은 셈이죠. 새 모달리티일수록 규제 당국의 눈높이가 지역마다 다르고, '한 곳의 승인'이 '전 세계 승인'을 뜻하지 않는다는 걸 이 사례가 못박습니다.

6. 시장 전망 — '합성 시장'과 '치료제 시장'을 갈라 읽기

그림 3. 합성·CDMO 시장 $6.2억⁠(2025)→$48.2억⁠(2036, 추정)과 치료제 시장 $2.7억⁠(2035, 추정) 막대 + 리스크 박스⁠(반응원성·제조·데이터·규제).

[그림 3]에 시장 규모 추정을 정리했습니다. 신생 시장이라 숫자는 특히 신중히 읽어야 합니다.

합성 시장과 치료제 시장은 전혀 다른 것이다. 먼저 흔한 혼동부터 갈라야 합니다. 자주 인용되는 circRNA·saRNA 합성⁠(synthesis) 시장 전망 — 2025년 약 6.2억 달러⁠(USD)에서 2036년 약 48.2억 달러, 연평균 성장률⁠(CAGR) 약 19.2% (Meticulous Research) — 은 치료제 매출이 아니라 RNA를 만들어 파는 합성·위탁생산⁠(CDMO) 서비스 시장입니다. 게다가 이 수치는 여러 추정 중 가장 공격적인 편으로, 다른 보고서는 기저 규모를 약 1.8억~2.5억 달러, CAGR을 약 16% 수준으로 더 보수적으로 잡습니다. 그래서 이 숫자는 '방향은 고성장, 절대값은 편차 큼'으로 읽는 게 맞습니다.

'치료제 제품' 시장은 아직 파편적이다. 정작 saRNA·circRNA 치료제 제품 시장은 통일된 추정이 드뭅니다. saRNA 백신 (약 3.8억 달러, 2024)·종양 saRNA (약 0.9억 달러, 2025)처럼 적응증별로 분절돼 있죠. 이를 아우르는 차세대 RNA 치료제 전체로 보면, 한 전망은 2029년 약 1억 달러에서 2035년 약 27억 달러로 커지며 그중 saRNA가 약 60%를 차지할 것으로 봅니다 (Roots Analysis, 추정). 어디까지를 '차세대'로 세느냐에 따라 자릿수가 달라지므로, 이 글은 특정 수치를 못 박기보다 범위와 방향으로 읽었습니다.

선두와 추격의 온도차. 실제 성숙도로 보면 두 진영의 거리가 큽니다. saRNA는 이미 승인 제품⁠(KOSTAIVE)과 종양 Phase 1 (Strand)까지 왔지만, circRNA는 세계 첫 환자 투여⁠(HM2002)라는 이정표를 막 지났을 뿐 승인 제품이 없습니다. '차세대'라는 한 단어로 묶기엔, 매출로 이어지는 거리가 서로 다르다는 뜻이죠.

시장의 성격을 바꿀 사건은 셋. 이 시장이 다음 단계로 가려면 이런 변화가 필요합니다. 첫째, 반응원성의 제어 — saRNA의 선천면역 과활성을 다스려 저용량 이점을 안전하게 실현하는 것. 둘째, 제조·정제의 성숙 — 긴 saRNA를 온전히, circRNA를 정확히 고리로 만들어 순도를 확보하는 것. 셋째, 백신을 넘어선 확장 — Strand의 종양 saRNA, Orna·Sail의 생체 내 CAR처럼 백신 밖 적응증에서 실제 임상 결과가 나오는 것. 반대로 반응원성·규제가 발목을 잡으면, KOSTAIVE의 미국 지연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RESEARCHER'S VIEW

7. 연구자의 시각 — '차세대'로 뭉뚱그리지 말고 성숙도로 갈라 보기

여기부터는 개인 의견입니다⁠(근거에 기반하되, 해석입니다).

한 줄 인사이트 — 이 분야를 볼 때 가장 흔한 착시는 saRNA와 circRNA를 '차세대 RNA'라는 한 단어로 묶는 것이다. 실제로는 saRNA가 승인 제품까지 온 임상 선두이고, circRNA는 안정성을 무기로 이제 막 초기 임상에 진입한 추격자다. 그리고 앞선 saRNA조차 '한 곳 승인'이 '전 세계 승인'이 아님을 KOSTAIVE의 미국 지연이 보여 준다. 지금 주목할 것은 '어느 구조가 더 멋진가'가 아니라 '누가 반응원성과 규제라는 두 관문을 먼저 통과하느냐'다.

저는 이 분야를 볼 때 모달리티의 성숙도를 먼저 갈라 봅니다. saRNA와 circRNA는 둘 다 기존 mRNA의 약점을 구조로 넘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임상적으로 지금 서 있는 자리가 전혀 다릅니다. saRNA는 KOSTAIVE라는 승인 제품과 종양 임상까지 왔고, circRNA는 세계 첫 환자 투여라는 상징적 이정표를 막 지났을 뿐이죠. '차세대'라는 서사에 둘을 같은 속도로 투영하면, 실제 데이터가 있는 곳과 아직 기대뿐인 곳을 구분하지 못하게 됩니다.

특히 과소평가된 지점은 반응원성이라는 양날이라고 생각합니다. saRNA의 자기증폭은 저용량이라는 최대 무기의 원천이면서, 동시에 선천면역 과활성이라는 최대 약점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적게 넣어도 되는 이점과 발열·통증을 얼마나 다스리느냐가 한 몸이라, 이 균형을 맞추는 회사가 결국 앞설 겁니다. KOSTAIVE가 유럽·일본에서 열고도 미국에서 막힌 건 과학이 실패해서가 아니라, 새 모달리티에 대한 규제 눈높이와 임상 유효성 요구가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분야의 진짜 승부처가 '반응원성 제어'와 '백신 밖 적응증의 임상 데이터'에 있다고 봅니다. Strand가 saRNA로 종양 IL-12를, Orna·Sail이 circRNA로 생체 내 CAR를 미는 게 상징적이죠 — 저용량·지속발현·안정성이라는 구조적 강점을 백신 너머로 끌고 가려는 겁니다. 이 방향은 siRNA·ASO 같은 기존 RNA 치료제가 개척한 '유전정보를 약으로'라는 큰 흐름의 다음 장이기도 합니다.

결국 지금의 차세대 RNA는 '구조의 우위는 증명됐지만, 반응원성과 규제라는 두 관문은 이제 통과하기 시작한 단계'라고 봅니다. saRNA의 승인은 분명한 성취입니다. 하지만 첫 승인은 경주의 출발선이지 결승선이 아니죠. 어떤 회사가 반응원성을 다스리고 규제의 눈높이를 먼저 맞추느냐 — 거기서 이 분야의 다음 장이 갈릴 겁니다.

8. 전략적 시사점 — 누구에게 어떤 의미인가

  • 바이오텍·창업자에게. '차세대 RNA'라는 상징만으로는 사업이 되지 않습니다⁠(KOSTAIVE의 미국 지연이 경고). 진짜 빈자리는 반응원성 제어⁠(선천면역을 다스리는 서열·변형 설계), 제조·정제 기술⁠(긴 saRNA의 전장 수율·circRNA의 원형화 순도), 그리고 백신 밖 적응증⁠(종양·자가면역·생체 내 CAR)에 있습니다. 승인된 구조를 그대로 뒤쫓기보다, 반응원성·제조·적응증에서 실질적 진입점을 찾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 투자 진영에게. saRNA와 circRNA를 같은 잣대로 보면 안 됩니다. saRNA는 승인 제품·종양 임상까지 온 선두, circRNA는 첫 환자 투여를 막 지난 추격자입니다. 시장 숫자도 '합성·CDMO 시장'과 '치료제 제품 시장'을 갈라 읽어야 하고⁠(전자가 후자보다 훨씬 크게 잡힘), Orna·Merck 협업 (선급 1.5억·마일스톤 최대 35억 달러)처럼 대형 파트너십의 마일스톤은 성과 연동 잠재치일 뿐 확정 매출이 아닙니다. 승인·딜 헤드라인이 아니라 '반응원성·유효성 데이터가 실제로 나왔는가'를 실사 기준으로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 연구자·대학원생에게. 이 분야는 개념적으로 배울 게 많습니다. saRNA (알파바이러스 복제효소·자기복제)·circRNA (공유결합 고리·IRES 캡 비의존 번역)·기존 mRNA⁠(선형·캡 의존)의 차이는 RNA 구조와 번역·안정성의 핵심을 관통합니다. 선천면역 센서⁠(PKR·RIG-I)와 반응원성, LNP 전달, 원형화 정제는 RNA 치료제를 이해하는 축이죠. siRNA·ASO로 시작된 RNA 치료제의 계보와 함께 보면 지도가 완성됩니다.
  • 한국 바이오·정책 진영에게. 차세대 RNA의 저용량·지속발현은 공급·원가에서 유리해, mRNA 원료·완제 위탁생산⁠(CDMO) 역량을 키워 온 한국에 기회입니다. 적은 용량으로 많은 접종분을 만드는 saRNA는 백신 주권·수출 맥락에서 특히 매력적이죠. 다만 긴 saRNA·원형 circRNA의 제조는 기존 mRNA보다 까다로워, 공정·정제 기술 확보가 선결 과제입니다.

코로나 mRNA는 유전정보가 약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그 성취가 향한 다음 전선은 '더 많은 백신'이 아니라, 더 적은 용량으로 더 오래 가는 RNA를 만들려는 도전입니다. saRNA와 circRNA가 그 문을 서로 다른 구조로 열었습니다. 하지만 문을 여는 것과 그 문으로 산업을 통과시키는 것은 다른 일이죠. 어떤 회사가 반응원성·규제·제조의 벽을 먼저 낮추느냐 — 거기서 차세대 RNA 치료제의 다음 장이 쓰일 겁니다.

9. 다음 학습 추천

References

  1. KOSTAIVE (ARCT-154 / zapomeran) 자가증폭 mRNA COVID 백신 승인 — Arcturus Therapeutics·CSL 개발, 세계 최초 승인 sa-mRNA COVID 백신; 2023.11.28 일본 최초 승인⁠(이후 JN.1 갱신본) → 2025.2 유럽연합⁠(EC·EMA) → 2026.1 영국⁠(MHRA). (CSL "European Commission Approval for KOSTAIVE" 2025; Arcturus Therapeutics IR.)
  2. KOSTAIVE 12개월 우월 면역원성·저용량 — 기존 mRNA (Comirnaty 30 µg) 대비 약 6분의 1 용량⁠(5 µg)으로 12개월 시점 우월한 면역원성 보고. (Lancet Infectious Diseases "ARCT-154 self-amplifying mRNA COVID-19 vaccine" 2024.)
  3. KOSTAIVE 미국 FDA 지연 — FDA가 임상 유효성⁠(clinical efficacy endpoint) 시험 추가를 요구⁠(2025.9 제출 연기·10 추가 데이터 요구) → 미국 BLA가 정식 제출 전 단계에서 무기한 지연; 확보된 면역원성이 아니라 임상 유효성 자체를 요구한 지역 규제 눈높이 차의 실사례⁠(CRL 아님). (Endpoints News "Arcturus/CSL KOSTAIVE US filing delay" 2025; FDA CBER.)
  4. saRNA 자가증폭·반응원성 기전 — 알파바이러스 복제효소⁠(nsP1–4) 인코딩으로 세포 내 자기복제 → 저용량 고발현·지속; 복제 중 dsRNA 중간체가 선천면역⁠(PKR·RIG-I)을 자극해 I형 인터페론·반응원성 유발 가능 (플랫폼 공통의 자기보조제 양날). (PMC "Self-amplifying and circular RNA vaccines review" (Human Vaccines & Immunotherapeutics 2026); Molecular Therapy "The advent of clinical self-amplifying RNA vaccines" 2025.)
  5. Strand Therapeutics STX-001 (종양 saRNA-IL-12) — IL-12를 종양 내 국소·지속 발현시키는 saRNA, 흑색종·삼중음성유방암⁠(TNBC) 등 고형암 종양 내 투여 Phase 1, 2025 ASCO 초기 데이터. (Strand Therapeutics.)
  6. HDT Bio repRNA·LION / GEMCOVAC — HDT Bio의 자가증폭 repRNA·LION 전달 플랫폼이 인도 GEMCOVAC로 허가, 최초의 허가 saRNA 플랫폼⁠(KOSTAIVE=최초의 승인 sa-mRNA COVID 백신과 구분). (HDT Bio.)
  7. Orna Therapeutics circRNA·Merck 딜·ReNAgade 인수 — oRNA (원형 RNA)+LNP 플랫폼; 2022.8 Merck (MSD) 협업 (선급 1.5억 달러·마일스톤 최대 35억 달러·지분 1억 달러), 2024.5 ReNAgade Therapeutics 인수로 LNP 전달·유전자편집 보강; panCAR (생체 내 CAR, 종양·자가면역). (Merck "Orna Therapeutics Collaboration" 2022; Orna Therapeutics.)
  8. Sail Biomedicines (Flagship) — Flagship Pioneering가 Laronde (eRNA=circRNA)+Senda Biosciences를 2023.10 합병 (합산 7억 달러+), circRNA+프로그래머블 전달; 생체 내 eRNA CAR-T (SAIL-0804) 전임상⁠(IND-enabling, 임상 진입 전). (Sail Biomedicines; Flagship Pioneering "Sail Biomedicines".)
  9. Circio circVec · CirCode HM2002 — Circio Holding (오슬로, OSE:CRNA) circVec은 circRNA를 AAV·DNA 벡터로 실어 유전자치료에 적용 (레거시 TG01 펩타이드 백신과 별개); CirCode Biomed (상하이) HM2002 (circRNA-VEGF, 허혈성 심장병)는 2024.9 세계 최초 사람 투여 circRNA 신약, 2025.1 중국 NMPA·2026 미국 FDA IND → circRNA 초기 임상 진입 (단, 승인 제품 0). (Circio Holding ASA; CirCode Biomed.)
  10. circRNA 구조·안정성·번역 — 공유결합으로 닫힌 원형⁠(5′ 캡·3′ 폴리A 없음) → 말단 표적 분해효소⁠(exonuclease) 저항으로 선형 mRNA보다 안정; IRES·m6A 등을 통한 캡 비의존 번역. (PMC "Self-amplifying and circular RNA vaccines review" 2026.)
  11. 차세대 RNA 합성·치료제 시장 (추정·범위) — circRNA·saRNA 합성⁠(synthesis)·CDMO 서비스 시장 2025년 약 6.2억 달러 → 2036년 약 48.2억 달러⁠(CAGR 약 19.2%, Meticulous Research·공격적 이상치; 타 리포트는 기저 약 1.8억~2.5억·CAGR 약 16%로 보수적); 차세대 RNA 치료제 제품 시장은 2029년 약 1억 달러 → 2035년 약 27억 달러⁠(Roots Analysis, saRNA 약 60% 비중, 추정). (Meticulous Research (합성 시장, 추정); Roots Analysis (치료제 시장,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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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사람 Yumingming

생명융합공학과 박사과정.
Microbiome · Cosmetics · RNA Therapeutics · Bioinformatics를 공부하며,
실험(Wet Lab)과 데이터(Dry Lab)를 잇는 글을 논문(article) 기반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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