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SPR 스크리닝이란? — sgRNA 라이브러리로 유전자 기능을 한 번에 밝히는 법

BIO GLOSSARY · METHODS & TECH

CRISPR 스크리닝이란? — sgRNA 라이브러리로 유전자 기능을 한 번에 밝히는 법

TL;DR
CRISPR 스크리닝⁠(CRISPR screening)은 유전자 수천~수만 개의 기능을 한 번의 실험에서 동시에 규명하는 기능유전체학⁠(functional genomics) 기법입니다. 핵심 재료는 sgRNA 라이브러리⁠(sgRNA library) — 유전체 전역의 유전자를 겨냥하되 유전자마다 여러 개의 가이드를 담은, 수만 종의 가이드 RNA 묶음입니다. 이 라이브러리를 렌티바이러스⁠(lentivirus)로 세포 집단에 낮은 감염 다중도⁠(MOI)로 넣어 세포마다 유전자 하나만 건드리게 한 뒤, 살아남거나 약물에 저항하거나 특정 형광을 띠는 등 원하는 표현형⁠(phenotype)으로 세포를 골라냅니다. 그다음 남은 세포에서 sgRNA를 시퀀싱해 어떤 가이드가 늘고 줄었는지 빈도 변화를 보면, 어떤 유전자가 그 표현형에 필요하거나 반대로 억제하는지가 드러나죠. 유전자를 자르는 knockout (Cas9)뿐 아니라, 자르지 않고 발현만 끄는 CRISPRi (dCas9-KRAB)와 켜는 CRISPRa (dCas9-VP64·SAM)로도 스크린할 수 있고, 여기에 단일세포 RNA-seq를 붙인 Perturb-seq는 교란마다의 전사체 변화까지 단일세포 해상도로 읽어냅니다. 오늘날 DepMap 같은 프로젝트가 이 방식으로 암세포 필수 유전자와 합성치사⁠(synthetic lethal) 표적을 대규모로 찾고 있습니다.
🔗 관련 글 · CRISPR 도구와 단일세포 판독
CRISPR-Cas9란?  ·  단일세포 RNA-seq란?

1. 한 줄 정의 — 유전자 수천 개의 기능을 한 번에 읽다

유전자 하나의 기능을 알아내는 고전적인 방법은 그 유전자를 망가뜨리거나 과발현시킨 뒤 세포에 무슨 일이 생기는지 보는 것입니다. 문제는 사람 유전자가 약 2만 개라는 점입니다. 하나씩 실험하면 평생이 걸리죠. CRISPR 스크리닝은 이 규모의 벽을 정면으로 넘습니다 — 유전자 수천에서 수만 개를 겨냥한 가이드 RNA를 한 통에 섞어 세포 집단에 뿌린 뒤, 관심 있는 표현형으로 세포를 골라내고, 어떤 가이드가 살아남았는지를 시퀀싱으로 되짚어 유전자와 기능을 한꺼번에 연결합니다.

이렇게 유전체 전역의 유전자 기능을 대규모로 캐는 분야를 기능유전체학⁠(functional genomics)이라 부릅니다. CRISPR-Cas9가 원하는 유전자를 정확히 겨냥하는 도구라면, CRISPR 스크리닝은 그 도구를 유전체 전체에 병렬로 들이대는 대규모 실험 설계입니다. "이 표현형에 필요한 유전자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후보를 하나 찍어 검증하는 대신 유전체 전체를 후보로 놓고 한 번에 답하는 셈이죠.

2. 어원·역사 — 유전자 편집 도구에서 대규모 스크린으로

CRISPR가 2012~2013년 유전자 편집 도구로 자리 잡자, 곧바로 이런 발상이 따라왔습니다. 가이드 RNA만 바꾸면 어떤 유전자든 겨냥할 수 있다면, 가이드를 수만 개 한꺼번에 만들어 유전체 전체를 훑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생각이 2014년 두 편의 논문으로 현실이 됩니다. Zhang 연구실의 Shalem·Sanjana 등이 만든 GeCKO (Genome-scale CRISPR Knock-Out) 라이브러리와, Sabatini·Lander 연구실의 Wang 등이 만든 유전체 규모 knockout 라이브러리가 거의 동시에 나왔죠⁠(둘 다 Science, 2014).

이들은 사람 유전자 1만 8천여 개를 6만~12만 종의 sgRNA로 겨냥하는 라이브러리를 렌티바이러스 풀로 만들어, 세포에 한 번에 도입하는 방식을 확립했습니다. 이전에도 siRNA로 유전자를 침묵시키는 대규모 스크린이 있었지만, 표적을 어중간하게만 줄이고 엉뚱한 유전자까지 건드리는 문제가 컸습니다. Cas9는 유전자를 아예 잘라 기능을 확실히 없애고 표적 특이성도 높아, 스크린의 신뢰도를 한 단계 끌어올렸습니다. 이때부터 CRISPR 스크리닝은 기능유전체학의 표준 도구가 됩니다.

3. 개념 풀이 — sgRNA 라이브러리와 풀드 스크린의 논리

CRISPR 스크리닝의 심장은 sgRNA 라이브러리입니다. 겨냥할 유전자마다 서로 다른 자리를 자르는 가이드를 보통 4~6개씩 설계해 한데 모은, 수만 종의 가이드 묶음이죠. 유전자당 여러 가이드를 두는 이유는 가이드마다 자르는 효율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이드가 같은 방향의 결과를 보이면, 그 유전자가 진짜 원인이라는 신호가 훨씬 단단해집니다.

이 라이브러리를 세포에 넣는 표준 방식이 풀드 스크린⁠(pooled screen)입니다. 수만 종 가이드를 한 통에 섞어 렌티바이러스로 세포 집단에 감염시키되, 감염 다중도 (MOI, multiplicity of infection)를 0.3 안팎으로 낮게 잡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래야 세포 대부분이 가이드를 하나만 받아, "이 세포에는 이 유전자 하나만 건드려졌다"는 일대일 대응이 성립하죠. 그다음 관심 표현형으로 세포를 거르면 됩니다. 여기서 선택의 방향이 갈립니다. 세포가 죽거나 사라지게 만드는 유전자를 찾는 dropout (음성 선택)은 필수 유전자·생존 유전자를, 특정 조건에서 오히려 살아남게 만드는 유전자를 찾는 양성 선택⁠(positive selection)은 약물 저항 유전자 같은 것을 잡아냅니다.

4. 작동 원리 — 풀드 스크린 다섯 단계

실제 풀드 스크린은 대략 다섯 단계로 흘러갑니다.

① 라이브러리 설계. 겨냥할 유전자 집합을 정하고⁠(유전체 전역이거나 키나아제·표면단백질 같은 특정 집합), 유전자당 가이드 4~6개를 담은 sgRNA 라이브러리를 렌티바이러스 벡터에 클로닝합니다.

② 세포에 도입. 라이브러리 바이러스를 세포 집단에 낮은 MOI로 감염시켜, 세포마다 가이드가 하나씩 안정적으로 끼어들게 합니다. 충분한 세포 수⁠(가이드당 수백 세포)를 확보해야 통계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③ 표현형 선택. 원하는 조건을 겁니다. 일정 기간 그냥 키워 증식 차이를 보거나, 약물·독소를 주거나, 형광 리포터로 세포를 유전자 발현 수준에 따라 분류⁠(FACS)합니다.

④ sgRNA 시퀀싱. 선택 전후 세포에서 유전체 DNA를 뽑아, 끼어든 sgRNA 부분만 PCR로 증폭해 차세대 시퀀싱⁠(NGS)으로 읽습니다. 각 가이드가 몇 번 검출됐는지 세는 것이 목적입니다.

⑤ 빈도 변화 분석. 선택 전후로 각 가이드의 빈도가 얼마나 변했는지 계산합니다. 사라진 가이드의 표적은 그 표현형에 필요한 유전자, 불어난 가이드의 표적은 그 표현형을 억제하던 유전자죠. MAGeCK 같은 전용 통계 도구로 유전자 단위 점수를 매겨 후보를 추립니다.

5. 세 가지 교란 방식 — knockout·CRISPRi·CRISPRa

같은 스크린이라도 유전자를 어떻게 건드리느냐에 따라 세 갈래로 나뉩니다. 열쇠는 Cas9를 자르는 도구로 쓰느냐, 자르는 능력을 죽인 dCas9 (dead Cas9)에 다른 조절 단백질을 붙여 쓰느냐입니다.

  • Knockout (녹아웃) — 멀쩡한 Cas9로 유전자 안쪽을 잘라, 복구 과정에서 생기는 작은 삽입·결실⁠(indel)로 유전자를 망가뜨립니다. 기능을 아예 없애는⁠(loss-of-function) 가장 직접적인 방식이라 필수 유전자 탐색의 표준입니다. 다만 DNA를 영구히 바꾸므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
  • CRISPRi (CRISPR interference) — 자르지 못하는 dCas9에 전사 억제 도메인 KRAB를 붙여, 유전자의 프로모터·전사 시작부에 갖다 대고 발현을 눌러 끕니다. DNA를 자르지 않아 되돌릴 수 있고, 필수 유전자를 완전히 없애지 않고 발현만 낮춰 정교하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 CRISPRa (CRISPR activation) — 반대로 dCas9에 전사 활성 인자⁠(VP64SAM 시스템)를 붙여 표적 유전자의 발현을 끌어올립니다. 유전자를 없앴을 때가 아니라 과발현시켰을 때 나타나는 표현형, 곧 무엇을 켜면 그 형질이 생기는지를 찾을 때 씁니다.

세 방식은 경쟁 관계라기보다 묻는 질문이 다릅니다. "이 유전자가 없으면?"은 knockout·CRISPRi가, "이 유전자가 넘치면?"은 CRISPRa가 답하죠.

6. 헷갈리는 개념 비교 — knockout vs CRISPRi vs CRISPRa

세 방식을 나란히 두면 차이가 또렷합니다.

구분KnockoutCRISPRiCRISPRa
효과자Cas9⁠(절단 활성)dCas9-KRABdCas9-VP64·SAM
작용유전자 절단·indel전사 억제전사 활성
결과기능 상실⁠(완전)발현 감소발현 증가
되돌림불가⁠(DNA 영구 변형)가능가능
표적 위치유전자 코딩 부위프로모터·전사 시작부프로모터·전사 시작부
주 용도필수 유전자·loss-of-function정교한 발현 감량과발현·gain-of-function

knockout은 효과가 확실하지만 필수 유전자를 아예 없애면 세포가 너무 빨리 죽어 미묘한 차이를 놓칠 수 있습니다. CRISPRi는 발현을 부분적으로만 낮춰 이 문제를 피하고, 자르지 않으니 유전체에 상처도 남기지 않죠. CRISPRa는 이 둘로는 볼 수 없는 방향, 곧 유전자를 켰을 때의 효과를 봅니다. 실제 연구에서는 같은 질문을 knockout과 CRISPRi로 교차 검증하거나, 상실·획득 양방향을 CRISPRi와 CRISPRa로 함께 보는 식으로 조합해 씁니다.

7. 현장 활용 — DepMap·합성치사, 그리고 Perturb-seq

CRISPR 스크리닝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곳은 암 연구입니다. 대표적으로 DepMap (Cancer Dependency Map) 프로젝트는 수백 종의 암세포주에 유전체 규모 knockout 스크린을 돌려, 각 암이 생존을 의존하는 유전자를 지도로 만들고 있습니다. 어떤 암에서만 유독 필수인 유전자가 드러나면, 그것이 곧 그 암을 정밀 타격할 약물 표적 후보가 되죠. 합성치사⁠(synthetic lethal) 탐색도 핵심 활용입니다. 두 유전자가 함께 망가질 때만 세포가 죽는 관계를 찾으면, 한쪽이 이미 고장 난 암세포에서 다른 쪽을 약으로 막아 정상 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암만 죽이는 전략이 열립니다. BRCA 변이 암에 쓰는 PARP 억제제가 이 논리의 대표 사례입니다.

여기에 최근 가장 주목받는 확장이 Perturb-seq입니다. 표현형을 생존이나 형광 하나로 좁히는 대신, 각 세포에 어떤 교란이 들어갔는지⁠(sgRNA)와 그 세포의 전체 전사체를 단일세포 RNA-seq로 함께 읽습니다⁠(Dixit·Adamson 등, Cell, 2016). 그러면 유전자 하나를 건드렸을 때 수천 개 유전자의 발현이 어떻게 바뀌는지, 그 전사체 표현형을 단일세포 해상도로 얻죠. 표현형이 "죽었다/살았다"에서 "세포 상태 전체가 이렇게 이동했다"로 넓어지는 셈입니다. GWAS가 짚어 준 질병 연관 유전자 후보의 실제 기능을 이런 스크린으로 검증하는 흐름도 활발합니다.

8. 핵심 정리 & 다음 학습

  • CRISPR 스크리닝 = sgRNA 라이브러리로 유전자 수천~수만 개를 한 번에 교란하고, 표현형으로 세포를 골라 sgRNA 빈도 변화를 시퀀싱해 유전자 기능을 규명하는 기능유전체학 기법.
  • 풀드 스크린의 논리 — 낮은 MOI로 세포당 가이드 하나, 유전자당 여러 가이드로 신뢰도를 확보. dropout은 필수 유전자를, 양성 선택은 약물 저항 유전자 같은 것을 잡는다.
  • 세 가지 교란 — 자르는 knockout (Cas9), 끄는 CRISPRi (dCas9-KRAB), 켜는 CRISPRa (dCas9-VP64·SAM). 되돌림·표적 위치·용도가 다르다.
  • ⚠️ Perturb-seq — 단일세포 RNA-seq를 붙여 교란마다의 전사체 표현형까지 읽는 확장. 표현형을 단일 지표에서 전사체 전체로 넓힌다.
  • 💡 활용 — DepMap의 암 필수 유전자 지도, 합성치사 표적 발굴, 약물 표적·저항 기전 규명의 핵심 엔진.
🎓 다음 학습
(편집 도구) CRISPR-Cas9란? — 스크린이 쓰는 유전자 가위의 원리와 dCas9의 바탕
(전사체 readout) 단일세포 RNA-seq란? — Perturb-seq가 표현형을 읽어 내는 도구
(조절 대상) 유전자 발현이란? — CRISPRi·CRISPRa가 끄고 켜는 전사 조절의 기초
(라이브러리 제작) 분자 클로닝이란? — sgRNA 라이브러리를 벡터에 싣는 클로닝
(후보 유전자) GWAS란? — 스크린으로 기능을 검증할 질병 연관 유전자를 짚는 법

References

  1. Shalem, O., Sanjana, N. E., et al. (2014). Genome-scale CRISPR-Cas9 knockout screening in human cells. Science, 343(6166), 84–87. doi:10.1126/science.1247005
  2. Wang, T., Wei, J. J., Sabatini, D. M., & Lander, E. S. (2014). Genetic screens in human cells using the CRISPR-Cas9 system. Science, 343(6166), 80–84. doi:10.1126/science.1246981
  3. Dixit, A., Parnas, O., Li, B., et al. (2016). Perturb-Seq: Dissecting molecular circuits with scalable single-cell RNA profiling of pooled genetic screens. Cell, 167(7), 1853–1866. doi:10.1016/j.cell.2016.11.038
  4. Tsherniak, A., Vazquez, F., et al. (2017). Defining a cancer dependency map. Cell, 170(3), 564–576. doi:10.1016/j.cell.2017.06.010

Pipette & Pipeline · A bio portfolio journal

이 글을 쓴 사람 Yumingming

생명융합공학과 박사과정.
Microbiome · Cosmetics · RNA Therapeutics · Bioinformatics를 공부하며,
실험(Wet Lab)과 데이터(Dry Lab)를 잇는 글을 논문(article) 기반으로 씁니다.

About · 더 알아보기 →

⚕️ 이 글은 학습·정보 제공 목적이며, 의학적 진단·치료·조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건강·질병·치료에 관한 결정은 반드시 의사 등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자세한 내용은 면책조항을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