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C·3D 유전체란? — 근접 라이게이션·접촉 지도·TAD·루프

BIO GLOSSARY · BIOINFORMATICS 101
Hi-C·3D 유전체란? — 근접 라이게이션·접촉 지도·TAD·루프
TL;DR
Hi-C는 세포핵 안에서 DNA가 3차원으로 어떻게 접혀 있는지를 유전체 전체 규모로 그려 내는 기술입니다. 사람 세포 하나에 든 DNA를 쭉 펴면 약 2 m인데, 지름이 6~10 μm밖에 안 되는 핵 안에 다 들어가려면 아주 정교하게 접혀야 하죠. 그런데 이 접힘은 단순한 수납이 아니라 어떤 유전자를 켜고 끌지를 좌우하는 조절 장치입니다. Hi-C는 가까이 있는 DNA끼리 가교(crosslink)로 묶은 뒤 잘라서 근접 라이게이션(proximity ligation)으로 이어 붙이고, 그 이어진 조각을 시퀀싱해 어느 부위가 어느 부위와 자주 닿는지를 접촉 지도(contact map)라는 히트맵으로 만듭니다. 이 지도를 읽으면 큰 것부터 염색체 영역(chromosome territory) → A/B 컴파트먼트(compartment) → TAD (위상연관도메인, topologically associating domain) → 염색질 루프(loop)라는 구조 계층이 드러나죠. 특히 CTCF와 코헤신(cohesin)이 만든 루프는 멀리 떨어진 인핸서를 프로모터에 끌어와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데, 이 구조가 무너지면 질환과 암으로 이어집니다.
🔗 관련 글 · 염색질과 발현 조절
• ChIP-seq — 단백질이 게놈 어디에 붙는지 그리는 지도 · 후성유전학 — 열린·닫힌 염색질과 발현 스위치
1. 한 줄 정의 — 2미터짜리 DNA를 핵 안에 접어 넣는 3차원 지도
Hi-C를 한마디로 하면, 세포핵 속 DNA가 3차원 공간에서 어떻게 접혀 있는지를 유전체 전체에 걸쳐 지도로 그리는 방법입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유전체는 A·T·G·C가 한 줄로 늘어선 1차원 서열이지만, 실제 핵 안의 DNA는 실타래처럼 접히고 감겨 3차원 덩어리를 이루고 있죠. 문제는 이 3차원 구조를 눈으로 볼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입니다. Hi-C는 "누가 누구와 가까이 있나"라는 물리적 근접성을 통째로 측정해, 보이지 않는 접힘을 지도로 바꿔 놓습니다.
이게 왜 중요할까요? 사람 세포 하나에 든 DNA를 쭉 펴면 약 2 m에 이르는데, 이걸 지름 6~10 μm짜리 핵에 욱여넣어야 합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실을 골무 하나에 담는 격이죠. 그런데 이 접힘이 아무렇게나 뭉친 게 아니라, 서로 협력해야 할 유전자와 조절 요소를 3차원에서 이웃으로 만들어 주는 정밀한 배선입니다. 접힘의 지도를 읽는 일이 곧 유전자 조절의 문법을 읽는 일인 셈입니다.
2. 어원·역사 — 3C에서 Hi-C, 그리고 Micro-C까지
Hi-C의 뿌리는 2002년 욥 데커(Job Dekker)가 내놓은 염색체 형태 포착(chromosome conformation capture), 줄여서 3C입니다. 3C는 미리 정한 두 지점이 핵 안에서 실제로 가까운지를 하나씩 확인하는 방법이었죠(하나 대 하나). 이 발상을 넓히려는 시도가 잇따라, 한 지점이 유전체 전체 중 어디와 닿는지 보는 4C(하나 대 전부), 정해 둔 여러 구역끼리의 접촉을 한꺼번에 보는 5C(여럿 대 여럿)로 확장됩니다.
판을 완전히 바꾼 것이 2009년 에레즈 리버먼-에이든(Erez Lieberman-Aiden)과 데커 연구진의 Hi-C였습니다. Hi-C는 특정 지점을 미리 정하지 않고 유전체 전체의 모든 부위 대 모든 부위 접촉을 대규모 시퀀싱으로 한 번에 읽어 냅니다(전부 대 전부). 이름의 Hi는 대용량 시퀀싱을 얹었다는 뜻이죠. 이 첫 논문에서 이미 A/B 컴파트먼트와, 매듭 없이 빽빽하면서도 쉽게 풀리는 프랙탈 구상체(fractal globule) 모형이 제시됐습니다(당시 해상도는 약 1 Mb).
이후 4염기 인식 제한효소를 쓰는 in situ Hi-C로 해상도가 킬로베이스 단위까지 올라갔고, 제한효소 대신 미크로코쿠스 뉴클레이스(micrococcal nuclease, MNase)로 잘라 뉴클레오솜 하나 수준까지 들여다보는 Micro-C도 나왔습니다. 계열을 요약하면 3C → 4C → 5C → Hi-C → Micro-C로, 볼 수 있는 범위와 해상도가 함께 넓어져 온 흐름입니다.
3. 작동 원리 — Hi-C는 3D를 어떻게 2D 지도로 바꾸나

Hi-C의 핵심 아이디어는 단순합니다. 3차원에서 가까운 DNA끼리는 서로 이어 붙일 확률이 높다는 것. 이 확률을 세어 거리로 환산하는 것이 전부죠. 실험은 대략 이런 순서로 흘러갑니다.
- 가교(crosslink): 살아 있는 세포에 포름알데히드를 넣어, 핵 안에서 가까이 맞닿은 DNA와 단백질을 순간접착제처럼 그 자리에 고정합니다. 지금 이웃인 부위끼리 붙잡아 두는 단계죠.
- 절단(digestion): 제한효소로 DNA를 잘게 자릅니다. 이제 유전체는 수많은 조각으로 나뉘지만, 가까이 있던 조각들은 가교 덕에 여전히 한 덩어리로 묶여 있습니다.
- 근접 라이게이션(proximity ligation): 잘린 끝을 라이게이스로 다시 이어 붙이는데, 핵심은 묽게 희석한 상태에서 붙인다는 점입니다. 그래야 서로 다른 덩어리끼리는 만날 일이 거의 없고, 같은 덩어리 안에서 물리적으로 가까웠던 끝끼리만 우선 연결되죠. 원래는 서열상 멀리 떨어졌던 두 부위가 하나의 잡종 DNA 조각으로 이어집니다.
- 시퀀싱·정렬: 이 잡종 조각을 차세대 시퀀싱으로 양끝을 읽고, 각 끝이 유전체 어디에서 왔는지 서열 정렬로 되짚습니다. 잡종 하나가 곧 "A 부위와 B 부위가 닿았다"는 접촉 한 건의 증거가 됩니다.
- 접촉 지도(contact map): 유전체를 일정 크기 구간(bin)으로 나누고, 각 구간 쌍이 몇 번 이어졌는지를 행렬로 쌓습니다. 이걸 색으로 칠하면 진할수록 자주 닿는 접촉 지도, 곧 히트맵이 됩니다. 가까이 있던 부위일수록 접촉 횟수가 많아 지도에 진하게 나타나죠.
지도의 대각선은 각 부위가 자기 근처와 늘 가깝다는 뜻이라 언제나 가장 진하고, 대각선에서 멀어질수록(서열상 먼 부위일수록) 대체로 옅어집니다. 이 규칙에서 벗어나 유독 진한 자리들이 바로 아래에서 볼 구조들의 흔적입니다.
4. 구조 계층 — 염색체 영역부터 루프까지

접촉 지도를 큰 눈금에서 작은 눈금으로 줌인하듯 읽으면, 유전체 접힘이 몇 겹의 계층으로 이루어져 있음이 보입니다.
- 염색체 영역(chromosome territory): 가장 큰 규모입니다. 각 염색체가 핵 안에서 서로 섞이지 않고 저마다 구역을 차지하죠. 다른 염색체끼리의 접촉이 같은 염색체 안 접촉보다 훨씬 드문 것으로 나타납니다.
- A/B 컴파트먼트(compartment): 한 염색체 안이 크게 두 상태로 갈립니다. A는 활성·열린 염색질로 유전자가 많고 발현이 활발하며, B는 비활성·닫힌 염색질로 유전자가 적고 조용하죠. 지도에서는 A끼리·B끼리 모이는 격자무늬(plaid)로 드러납니다. 이 구획은 후성유전학에서 말하는 진정염색질(euchromatin)·이질염색질(heterochromatin) 구분과 잘 맞아떨어집니다.
- TAD (위상연관도메인, topologically associating domain): 컴파트먼트 안을 더 들여다보면, 수십만 염기 규모의 구역들이 나옵니다. 한 TAD 안의 부위들은 자기들끼리 자주 닿지만 경계를 넘어선 접촉은 뚝 끊기죠. 지도에서는 대각선을 따라 늘어선 정사각형 블록으로 보입니다. 생쥐 배아줄기세포 기준 TAD의 중앙값 크기는 약 880 kb였습니다(Dixon 2012).
- 염색질 루프(loop): 가장 세밀한 규모입니다. 서열상 수십~수백 kb 떨어진 두 지점이 고리처럼 맞닿아, 접촉 지도에서는 대각선에서 벗어난 자리에 또렷한 점(peak)으로 찍힙니다. 다음 절에서 이 루프가 어떻게 생기는지 봅니다.
정리하면 염색체 영역 ⊃ 컴파트먼트 ⊃ TAD ⊃ 루프로, 큰 접힘 안에 작은 접힘이 겹겹이 들어앉은 구조입니다.
5. 루프는 어떻게 생기나 — CTCF·코헤신과 루프 압출

2014년 수하스 라오(Suhas Rao)와 에레즈 리버먼-에이든 연구진은 in situ Hi-C를 킬로베이스 해상도까지 끌어올려, 사람 유전체에서 약 1만 개의 루프를 찾아냈습니다. 놀라운 규칙성이 하나 드러났는데, 루프의 양쪽 발판(anchor)에는 거의 예외 없이 CTCF 단백질의 결합 서열이 있고, 그 서열이 서로 마주 보는 방향(convergent)으로 놓여 있었다는 점입니다(90% 이상).
이 규칙을 설명하는 것이 루프 압출(loop extrusion) 모형입니다. 고리 모양 단백질인 코헤신(cohesin)이 DNA를 붙잡고 실을 조금씩 끌어당겨 점점 커지는 고리를 뽑아내다가, 마주 보게 놓인 CTCF를 양쪽에서 만나면 거기서 멈춥니다. 그 결과 두 CTCF 자리가 루프의 발판이 되고, 그 사이 DNA가 한 덩어리로 묶이죠. TAD의 경계가 대개 CTCF 자리와 일치하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경계가 코헤신의 진행을 막아, 도메인 안쪽 접촉은 늘리고 바깥과의 접촉은 차단하는 절연체(insulator)처럼 작동하는 겁니다.
여기서 CTCF 결합 자리 자체를 찾는 것은 ChIP-seq의 몫이고, 그렇게 찾은 자리들이 3차원에서 실제로 맞닿아 루프를 이루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Hi-C의 몫입니다. 두 지도를 겹쳐 봐야 조절의 배선도가 완성되죠.
6. 왜 중요한가 — 유전자 조절과 질환
루프와 TAD가 생물학에서 중요한 이유는, 이들이 인핸서-프로모터(enhancer-promoter) 접촉을 통제하기 때문입니다. 인핸서는 유전자의 발현을 높이는 조절 요소인데, 서열상으로는 표적 유전자에서 수십만 염기나 떨어져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1차원에서는 남남이지만, 루프로 접히면 3차원에서 바로 옆이 되죠. 어떤 인핸서가 어떤 프로모터를 만나느냐가 곧 유전자 발현의 방향을 정합니다.
TAD는 이 만남에 울타리를 칩니다. 대개 인핸서와 표적 유전자는 같은 TAD 안에 함께 들어 있어서, 경계 덕분에 엉뚱한 이웃 유전자를 잘못 켜는 일이 줄어듭니다. 그런데 이 울타리가 무너지면 문제가 생깁니다. 2015년 루피아녜스(Lupiáñez) 연구진은 TAD 경계가 삭제되면 인핸서가 원래 담당이 아니던 유전자를 끌어다 켜는 인핸서 하이재킹(enhancer hijacking)이 일어나 사지 기형이 생김을 보였습니다. 같은 원리로 암에서도 경계가 깨지면서 원암유전자(proto-oncogene)가 엉뚱한 인핸서에 붙들려 켜지는 사례가 보고됐죠. 3차원 접힘의 오류가 서열 자체는 멀쩡한데도 병을 만드는 셈입니다. 유전체를 1차원 텍스트로만 읽어서는 놓치는 층위가 바로 여기입니다.
7. 헷갈리는 개념 비교 — 컴파트먼트 vs TAD vs 루프
세 구조는 모두 접촉 지도에서 나오지만 규모도 정체도 다릅니다. 자주 뒤섞이니 한 번에 갈라 둡니다.
| 구분 | A/B 컴파트먼트 | TAD | 루프 |
|---|---|---|---|
| 규모 | 수 Mb 이상(가장 큼) | 수십만~약 1 Mb | 수십~수백 kb(가장 작음) |
| 정체 | 활성(A)·비활성(B) 염색질의 구획 | 안쪽끼리 자주 닿는 접촉 도메인 | 두 지점이 고리로 맞닿은 접점 |
| 지도에서 모습 | A·B가 번갈아 모이는 격자무늬 | 대각선 위 정사각형 블록 | 대각선 밖 또렷한 점(peak) |
| 주로 만드는 것 | 염색질 상태·핵 내 위치 | CTCF 경계 + 코헤신 | 마주 보는 CTCF + 코헤신 |
한 가지 더, Hi-C와 ChIP-seq를 헷갈리지 마세요. 둘 다 가교로 시작하지만 묻는 질문이 다릅니다. ChIP-seq는 "특정 단백질이 유전체의 어디에 붙는가"라는 1차원 위치를 그리고, Hi-C는 "어느 부위가 어느 부위와 3차원에서 닿는가"라는 접촉을 그립니다. 그래서 CTCF의 결합 위치는 ChIP-seq로, 그 위치들이 이루는 루프는 Hi-C로 봐야 서로를 채워 줍니다.
8. 핵심 정리 & 다음 학습
- ✅ Hi-C = 3차원 접힘의 지도 — 가까운 DNA를 가교로 묶고 근접 라이게이션으로 이어 시퀀싱해, 어느 부위가 어느 부위와 닿는지를 접촉 지도로 그림.
- ✅ 계열의 확장 — 하나 대 하나인 3C에서 전부 대 전부인 Hi-C로, 다시 뉴클레오솜 해상도의 Micro-C로 발전(Lieberman-Aiden 2009).
- ✅ 구조 계층 — 염색체 영역 ⊃ A/B 컴파트먼트(활성 A·비활성 B) ⊃ TAD(경계는 CTCF) ⊃ 루프, 큰 접힘 안에 작은 접힘이 겹침.
- ✅ 루프의 규칙 — 마주 보는 CTCF 자리에서 코헤신이 루프를 압출하며 멈춤. 사람 유전체에 약 1만 개, 90% 이상이 convergent CTCF(Rao 2014).
- ⚠️ 구조가 곧 조절 — 루프가 인핸서를 프로모터에 연결해 발현을 조절하고, TAD 경계가 무너지면 인핸서 하이재킹으로 기형·암이 생김(Lupiáñez 2015).
- 💡 1차원 ≠ 3차원 — 서열상 멀어도 3차원에선 이웃일 수 있음. ChIP-seq가 위치를, Hi-C가 접촉을 그린다.
• (단백질 결합 지도) ChIP-seq란? — CTCF·전사인자가 유전체 어디에 붙는지 그리는 법, Hi-C와 짝을 이루는 지도
• (염색질 상태) 후성유전학이란? — A/B 컴파트먼트의 바탕인 열린·닫힌 염색질과 히스톤 변형
• (조절의 결과) 유전자 발현이란? — 인핸서-프로모터 루프가 켜고 끄는 발현 조절의 큰 그림
• (읽어 들이는 기술) NGS란? — Hi-C의 잡종 조각을 읽어 내는 차세대 시퀀싱의 원리
• (지도의 첫 단계) 서열 정렬이란? — 읽은 조각을 유전체에 되짚어 접촉 한 건으로 세는 정렬
References
- Lieberman-Aiden, E., et al. (2009). Comprehensive mapping of long-range interactions reveals folding principles of the human genome. Science, 326(5950), 289–293. doi:10.1126/science.1181369
- Dixon, J. R., et al. (2012). Topological domains in mammalian genomes identified by analysis of chromatin interactions. Nature, 485(7398), 376–380. doi:10.1038/nature11082
- Rao, S. S. P., et al. (2014). A 3D map of the human genome at kilobase resolution reveals principles of chromatin looping. Cell, 159(7), 1665–1680. doi:10.1016/j.cell.2014.11.021
- Fudenberg, G., et al. (2016). Formation of chromosomal domains by loop extrusion. Cell Reports, 15(9), 2038–2049. doi:10.1016/j.celrep.2016.04.085
- Lupiáñez, D. G., et al. (2015). Disruptions of topological chromatin domains cause pathogenic rewiring of gene-enhancer interactions. Cell, 161(5), 1012–1025. doi:10.1016/j.cell.2015.0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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