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서열정렬(MSA)이란? — 여러 서열을 한 줄에 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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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서열정렬(MSA)이란? — 여러 서열을 한 줄에 맞추기
TL;DR
다중서열정렬(multiple sequence alignment, MSA)은 서열 세 개 이상을 세로 열(column)이 맞도록 나란히 정렬하는 작업입니다. 두 서열을 맞추는 쌍정렬(pairwise alignment)의 다음 단계라 보면 되죠. 같은 열에 놓인 문자들은 공통조상에서 이어진 대응 위치로 해석되고, 그래서 어느 자리가 진화적으로 잘 안 변했는지(보존 부위, conserved region), 어디에 삽입·결실(indel)이 있었는지가 한눈에 드러납니다. 문제는 서열 수가 늘수록 경우의 수가 폭발해 최적해를 곧이곧대로 구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sum-of-pairs 기준 정렬은 NP-complete). 그래서 실전에서는 근사 지름길인 휴리스틱(heuristic)을 씁니다. 가장 널리 쓰이는 점진적 정렬(progressive alignment)은 먼저 서열 간 거리를 재 가이드 트리(guide tree)를 만들고, 가까운 서열부터 순서대로 병합합니다(Clustal 계열). MUSCLE·MAFFT 같은 도구는 여기에 반복 개선(iterative refinement)을 더해 한 번 맞춘 정렬을 다시 손봐 정확도를 끌어올리죠. 점수는 치환행렬(BLOSUM·PAM)과 빈칸 벌점(gap penalty)으로 매깁니다. 완성된 MSA는 보존 열·컨센서스 서열(consensus)로 읽어 내며, 계통수 작성, 단백질 구조 예측(AlphaFold의 입력) 등 뒤따르는 분석의 재료가 됩니다.
🔗 관련 글 · 서열을 맞추고, 나무로 잇기
• BLAST — 쌍정렬·상동성 검색 · 계통수·분자진화
1. 한 줄 정의 — 세 개 이상을 세로로 맞춘다
다중서열정렬(multiple sequence alignment, MSA)은 이름 그대로, 서열 여러 개를 세로 열이 맞아떨어지게 늘어놓는 일입니다. 서열 사이사이에 빈칸(gap)을 적절히 끼워, 진화적으로 서로 대응하는 위치가 같은 열에 오도록 맞추죠. 그렇게 정렬해 두면 같은 세로줄에 놓인 문자들은 "공통조상의 같은 자리에서 갈라져 나온 대응 위치"로 읽을 수 있습니다.
앞서 다룬 BLAST나 서열 정렬이 대개 두 서열을 맞추는 쌍정렬(pairwise)이었다면, MSA는 그 대상이 셋 이상으로 늘어난 확장판입니다. 다만 서열이 하나 늘 때마다 맞춰야 할 관계가 급격히 복잡해져서, 단순히 쌍정렬을 여러 번 반복하는 것과는 결이 다른 문제가 됩니다.
2. 어원·역사 — '점진적 정렬'이라는 돌파구
1980년대, 서열 데이터가 쌓이면서 여러 서열을 한꺼번에 맞추려는 시도가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모든 서열을 동시에 최적으로 정렬하는 계산은 서열 수에 따라 폭발적으로 무거워져(뒤에서 볼 계산 폭발) 실용적이지 않았습니다.
돌파구는 1987년 펭과 둘리틀(Feng & Doolittle)이 제안한 점진적 정렬(progressive alignment)이었습니다. 전부 한꺼번에 맞추는 대신, 가까운 서열끼리 먼저 맞추고 그 결과에 나머지를 하나씩 얹어 가는 순차 전략이죠. 이 발상을 실용 소프트웨어로 옮긴 것이 히긴스(Desmond Higgins) 등의 Clustal 계열이고, 1994년 ClustalW가 발표되며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Thompson et al., 1994).
2000년대 들어서는 정확도와 속도를 끌어올린 새 도구가 이어졌습니다. 2002년 MAFFT (Katoh et al., 2002), 2004년 MUSCLE (Edgar, 2004), 그리고 2011년에는 서열 수가 많아도 잘 버티도록 다시 짠 Clustal Omega가 나왔습니다 (Sievers et al., 2011). 오늘날 대규모 정렬에서는 MAFFT와 Clustal Omega가 특히 널리 쓰이죠.
3. 개념 풀이 — 왜 세로 열이 핵심인가
MSA를 이해하는 열쇠는 세로 열(column)에 있습니다. 정렬이 끝나면 각 열은 여러 서열의 대응 위치를 한자리에 모아 놓은 단면이 됩니다. 그래서 열을 위아래로 훑어보면 그 자리가 얼마나 잘 보존됐는지 바로 보이죠.

어떤 열은 거의 모든 서열에서 같은 문자로 채워집니다. 이런 보존 열(conserved column)은 그 위치가 기능적으로 중요해 잘 안 변했다는 신호입니다. 효소의 활성 부위, 단백질의 결합 부위처럼 바뀌면 곤란한 자리가 여기에 해당하죠. 반대로 문자가 제각각인 열은 변이가 자유로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자리입니다. 중간중간 끼어든 빈칸(gap)은 어느 서열에서 삽입·결실(indel)이 일어났음을 뜻합니다. 이렇게 열 단위로 보존 정도를 읽어 내는 것이 MSA의 핵심 쓸모입니다. 쌍정렬 두 개를 따로 봐서는 잡히지 않던 "여러 서열에 걸친 공통 패턴"이 세로로 정렬해 놓으면 비로소 드러나죠.
4. 왜 어려운가 — 계산 폭발과 휴리스틱
서열 두 개를 최적으로 맞추는 쌍정렬은 동적 계획법(dynamic programming)으로 정확히 풀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서열이 셋, 넷으로 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서열마다 빈칸을 어디에 넣을지 조합이 곱해지면서 경우의 수가 기하급수로 커지거든요. 실제로 여러 서열을 sum-of-pairs 점수 기준으로 동시에 최적 정렬하는 문제는 NP-complete로 알려져 있습니다 (Wang & Jiang, 1994). 서열 수와 길이가 조금만 커져도 최적해를 곧이곧대로 구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뜻이죠.
그래서 MSA 도구들은 최적해 대신 '충분히 좋은 답'을 빠르게 찾는 휴리스틱(heuristic)을 씁니다. 정확성을 조금 양보하는 대신 실용적인 시간에 결과를 내는 전략입니다. 대표가 다음 절에서 볼 점진적 정렬이고, 여기에 반복 개선을 더해 품질을 보완하는 방식이 널리 쓰입니다.
5. 작동 원리 — 점진적 정렬과 반복 개선
가장 널리 쓰이는 점진적 정렬(progressive alignment)은 크게 세 단계로 움직입니다.

① 쌍거리 계산. 먼저 모든 서열 쌍을 견주어 서로 얼마나 닮았는지 거리(distance)를 잽니다. 서열이 n개면 대략 n²에 비례하는 쌍을 빠르게 비교해 거리 행렬을 채우죠.
② 가이드 트리 작성. 이 거리 행렬로 서열들의 관계를 나무 모양으로 요약한 가이드 트리(guide tree)를 만듭니다. 가까운 서열끼리 먼저 묶이는 이 나무가 "어떤 순서로 합칠지"를 알려 주는 지도가 됩니다. 정식 계통수는 아니고, 병합 순서를 정하기 위한 근사 나무입니다.
③ 순차 병합. 가이드 트리를 따라 가장 가까운 서열 둘부터 정렬하고, 그다음 가까운 것을 하나씩 얹어 갑니다. 한번 정렬된 블록은 그대로 유지한 채 새 서열을 맞춰 넣죠 (once a gap, always a gap). 이 방식은 빠르지만 약점이 있습니다. 초반에 잘못 넣은 빈칸이 끝까지 남아 오류가 누적될 수 있거든요.
이 약점을 메우는 것이 반복 개선(iterative refinement)입니다. MUSCLE (Edgar, 2004)은 한 번 정렬한 뒤 가이드 트리를 다시 계산하고 재정렬하기를 반복해 품질을 끌어올립니다. MAFFT (Katoh et al., 2002)는 고속 푸리에 변환(FFT)으로 닮은 구간을 빠르게 찾고, 여러 정렬 모드로 속도와 정확도를 조절하죠. 점수를 매기는 기준은 BLAST와 마찬가지로 치환행렬(BLOSUM·PAM)과 빈칸 벌점(gap penalty)입니다. 빈칸을 여는 데 큰 벌점을, 늘리는 데 작은 벌점을 매기는 식이죠.
6. 결과 해석 — 보존 열·컨센서스·gap
정렬이 끝난 MSA는 흔히 문자들이 세로로 늘어선 표 형태로 나옵니다. 이걸 읽는 요령은 다음과 같습니다.
- 보존 열(conserved column). 거의 모든 서열이 같은 문자인 열입니다. 기능적으로 중요한 자리일 가능성이 높아, 활성 부위·결합 부위·구조적 핵심 잔기를 찾는 단서가 됩니다. 뷰어에서는 색이나 별표(*)로 강조됩니다.
- 컨센서스 서열(consensus). 각 열에서 가장 흔한 문자를 뽑아 만든 대표 서열입니다. 여러 서열을 한 줄로 요약해, 그 서열 무리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 줍니다.
- 빈칸(gap, indel). 대시(-)로 표시되며, 어느 서열에서 삽입 또는 결실이 있었음을 뜻합니다. 빈칸이 몰린 구간은 길이 변이가 잦은 부위입니다.
- 보존 정도 표시. ClustalW 계열은 열 아래에 완전 보존(*)·강한 유사(:)·약한 유사(.)를 기호로 붙여, 어디가 얼마나 잘 맞는지 시각적으로 알려 줍니다.
정리하면, MSA는 '어느 자리가 잘 안 변했나'와 '어디에 길이 변이가 있나'를 열 단위로 읽는 도구입니다.
7. 현장 활용 — 계통수·모티프·구조 예측
MSA는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뒤따르는 분석의 입력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 쓰임 셋을 보겠습니다.
진화 관계 추론. 여러 종의 상동 서열을 정렬하면, 열마다의 차이가 곧 진화적 거리의 근거가 됩니다. 이 정렬을 입력으로 계통수를 그려 어느 종이 언제 갈라졌는지 추정하죠. 사실상 대부분의 분자계통 분석은 MSA에서 출발합니다.
보존 부위·기능 모티프 파악. 같은 기능을 하는 단백질들을 정렬하면 공통으로 보존된 도메인(domain)이나 짧은 기능 모티프(motif)가 보존 열로 드러납니다. 이렇게 찾은 패턴은 미지 서열의 기능을 추정하거나, 프로파일(HMM)을 만들어 더 먼 상동을 검색하는 데 쓰입니다.
구조·기능 예측. 단백질 구조 예측 도구인 AlphaFold는 표적 서열 하나만 보는 게 아니라, 그 서열의 MSA를 핵심 입력으로 받습니다. 여러 상동 서열에서 함께 변하는 자리(공진화, co-evolution)를 읽어 어느 잔기끼리 가까운지 추론하고, 이를 3차원 구조 예측의 강력한 단서로 삼죠. AlphaFold의 정확도가 좋은 서열은 대개 MSA가 풍부한 서열입니다.
대표 도구로는 접근이 쉬운 웹 서버(EBI Clustal Omega·MAFFT)부터, 대규모 데이터에 빠른 MAFFT·MUSCLE, 정확도를 중시할 때의 T-Coffee까지 용도에 맞춰 고릅니다.

8. 핵심 정리 & 다음 학습
- ✅ 다중서열정렬(MSA)은 서열 셋 이상을 세로 열이 맞도록 정렬 — 쌍정렬의 다음 단계, 보존 부위·진화 관계·구조 예측의 재료.
- ✅ 서열이 늘수록 경우의 수가 폭발해(sum-of-pairs 정렬은 NP-complete) 최적해 대신 휴리스틱을 쓴다.
- ✅ 점진적 정렬 = 쌍거리 → 가이드 트리 → 가까운 것부터 순차 병합(Clustal). MUSCLE·MAFFT는 반복 개선으로 정확도 보완.
- ✅ 결과는 보존 열·컨센서스·빈칸(indel)으로 읽는다 — 어느 자리가 안 변했나, 어디에 길이 변이가 있나.
- ⚠️ 도구는 용도별로 — 대규모엔 MAFFT·Clustal Omega(속도·확장성), 정확도 중시엔 T-Coffee.
• (닮음으로 짝짓기) BLAST란? — 두 서열을 맞추는 쌍정렬·상동성 검색, MSA의 앞 단계
• (정렬로 그리는 나무) 계통수·분자진화란? — MSA를 입력으로 진화의 가계도 그리기
• (정렬이 입력이 되는 곳) 단백질 구조 예측·AlphaFold란? — MSA의 공진화 신호로 3차원 구조를 예측
• (서열은 어떻게 맞추나) 서열 정렬이란? — 리드를 유전체에 맞추는 정렬의 기초
References
- Feng, D. F., & Doolittle, R. F. (1987). Progressive sequence alignment as a prerequisite to correct phylogenetic trees. Journal of Molecular Evolution, 25(4), 351–360. doi:10.1007/BF02603120
- Thompson, J. D., Higgins, D. G., & Gibson, T. J. (1994). CLUSTAL W: improving the sensitivity of progressive multiple sequence alignment through sequence weighting, position-specific gap penalties and weight matrix choice. Nucleic Acids Research, 22(22), 4673–4680. doi:10.1093/nar/22.22.4673
- Katoh, K., Misawa, K., Kuma, K., & Miyata, T. (2002). MAFFT: a novel method for rapid multiple sequence alignment based on fast Fourier transform. Nucleic Acids Research, 30(14), 3059–3066. doi:10.1093/nar/gkf436
- Edgar, R. C. (2004). MUSCLE: multiple sequence alignment with high accuracy and high throughput. Nucleic Acids Research, 32(5), 1792–1797. doi:10.1093/nar/gkh340
- Sievers, F., Wilm, A., Dineen, D., Gibson, T. J., Karplus, K., Li, W., et al. (2011). Fast, scalable generation of high-quality protein multiple sequence alignments using Clustal Omega. Molecular Systems Biology, 7, 539. doi:10.1038/msb.2011.75
- Notredame, C., Higgins, D. G., & Heringa, J. (2000). T-Coffee: a novel method for fast and accurate multiple sequence alignment. Journal of Molecular Biology, 302(1), 205–217. doi:10.1006/jmbi.2000.4042
- Wang, L., & Jiang, T. (1994). On the complexity of multiple sequence alignment. Journal of Computational Biology, 1(4), 337–348. doi:10.1089/cmb.1994.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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